한국적 민주주의의 현실
시리즈 몇회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너무나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말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심슨 가족들'의 호머 심슨이 한 말.
"우리가 정치인을 뽑는 이유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야..."
그 어떤 법학교과서에서도, 그 어떤 정치학 책에서도 짚어내지 못했던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호머 심슨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심슨 가족들'을 볼 수밖에 없는 거다.
한동안 충격 아닌 충격, 뭐랄까 허탈함이랄까 하는 그런 것에 빠졌었다. 지난 3일 밤 보여주었던 국회의원들의 일사불란함, 여야를 가리지 않았던 그 획일성 때문이었다. 물론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예외다.
사학법, 로스쿨법, 연금법 등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하던 그 야심한 밤에 느꼈던 착각 하나. 혹시 지금 1996년 12월 26일 새벽, 노동법 날치기 국회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던 그 심정...
이튿날 아침,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글쎄... 세상은 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돌아가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유권자들의 표정은 출근길의 고단함이 묻어있을지언정, 대의명분도 없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는 오밤중의 결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심사가 뒤틀려서 그리 보였으리라.
이게 한국적 민주주의의 현실인지는 모르겠다. 호머심슨이 비아냥 거렸던 그 말은 아마도 미국을 기준으로 했던 말일테니 미국도 그러려나? 한미 FTA 반대 총파업을 결의했던 금속노조에 대해서는 그토록 정치파업을 운운하며 비난했던 사람들이었는데,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를 날림으로 처리한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 대다수의 군중들은 역시 생각하기 싫어서 대신 생각하라고 국회의원들을 만들어 보냈던 것일까?
7월 중에 회기를 연장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그들은, 지금쯤 누구는 폭탄주를 마시고, 또 누구는 가슴을 만질 수 있는 "업소주인"을 찾아다닐지 모르겠다. 대선정국을 맞이하여 김빠진 일정이 될 수밖에 없는 9월 정기국회에서, 뽀다구 나지 않는 의정활동을 하느니 아예 욕 먹을 거 이번에 먹고 끝내겠다는 그들의 발상은 일단 성공했다.
그리고 생각을 대신해 준 그들 덕분에 앞으로 국민들이 받게 될 수혜는 이렇다.
사학재단의 횡포는 장기간 계속 유지될 수 있겠다. 그 덕에 사학재단이 설립한 각급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신 학부형들, 여전히 학교에 자녀들을 볼모로 맡기고 전전긍긍하실 수 있다.
왠만큼 산다고 생각되지 않는 집안의 자녀들, 변호사 되려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집안 식구들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 나는 것을 들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 모를까.
모든 국민들께서는 노후걱정 미리 해두시고 돈 좀 여유 있을 때 사설연금에 속히 가입들 하셔야 한다. 그래야 국가에서 주는 그 껌값 정도되는 연금에 기대지 않고 그나마 안정적으로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다. 국회의원들에게 생각을 대신하도록 만들어 준 후 받았던 생각하지 않는 편안함의 댓가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다.
우리의 호머 심슨이 그런 말을 했군요 ㅋ 심슨 가족 극장판도 나온다던데;;
흙 ㅠㅠ...
무플방지요원 당고님께 ㄳ
아흑,
겉돌면서 룰루랄라하는 동안 일어난 이 일들에 대해
조만간 제가 눈물 흘릴 날이 오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