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희극으로, 한쪽은 비극으로
갑작스런 배탈로 인하여 이틀 밤낮을 설사와 구토로 보내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당사 변기가 좌변기였기에 그나마 다행이지 퍼세식이었으면 아마 며칠 걷지도 못할 뻔 했다. 쓰라린 항문을 변기에 얹고 위 아래로 건더기 없는 맑은 액체를 좍좍 쏟아내야 했던 그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기를 바라노라... ㅠㅠ
어쨌든...
사람 사는 곳이라면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다. 기쁜 일이 있다가도 슬픈 일이 따라오기도 하고, 때론 그 반대기도 하고, 뭐 어쩔 때는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동시에 닥쳐 사람 애매하게 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 어느 집단이든지 항상 같이 존재한다.
민주노동당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TV에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나보다. 출연진이 워낙 화려한데다가 가끔 딱딱한 바닥이 그리울 때 들리는 한 동지 집의 TV가 사정상 SBS밖에 나오지 않는 관계로 한 두번 본 적이 있는데, 전후사정을 몰라도 재미는 있더군. 어쨌든 이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 드디어 몰지각한 사채판의 그림자가 제대로 드러나는 계기가 마련되는 듯 싶다.
사실 이 사채꾼들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아예 이 나라를 이슬람 국가로 만들어버리고 이자라는 것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어떨까 생각할 때도 있다. 주변에 심심찮게 이런 식으로 사채꾼들에게 당한 사람이 알고보니 부지기수더라. 경제사정이 어렵고 대출을 위한 보증이 부실한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손 뻗는 데가 고리대금업자일 수밖에 없다지만, 도대체 이 나라는 법이고 나발이고 조폭들이 달랑 몇 푼 들고 남의 장기를 담보삼아 돈놀이를 해도 그걸 그냥 놔두는 세상이다.
'쩐의 전쟁'으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와중에 대부업 광고 찍었던 몇몇 유명인사(특히 연예인들)들이 자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치판에서도 슬금슬금 눈치보면서 뭔가 하는 척 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찌 가만 있으랴. 진짜 도둑놈들이 누군지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없는 사람들 피와 눈물을 짜내가면서 돈놀이를 하는 사채업자들, 이거 다 그 잘난 정관계 분들께서 남의 일이려니 하고 눈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자문이 대부업의 대부란다. 그 넘들이 대통령하고 직접 면담을 할 지위는 아닌지 몰라도 지들 명함에다가 버젓이 그런 지위들을 파고 다니는 세상이 정상은 아니다. 꼴이 이러니 누가 나라를 믿고 건강한 경제생활의 전망을 가질 수 있겠나?
이 와중에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독보적으로 빛나는 존재다. 이 본부는 당이 창당하기도 전인 국승 때부터 활동을 하면서 채무자 상담을 비롯해 고통받는 서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한편,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발의를 주도하는 등 많은 활약을 해왔다. "쩐의 전쟁"이 방영되자마자 이걸 제대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시리즈로 하고 있다. 드디어 8년 거듭된 외로운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거다. 이 어찌 민주노동당의 긍정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긍정적인 모습을 단 한 큐에 찌그러지게 만드는 내공의 소유자들도 있다. 더구나 이런 내공을 가진 자들이 당에서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소위 '민중참여경선제'가 중앙위에서 부결되었는데, 이거 때문에 심통이 뻗친 당 사무총장, 최고위원회의의 모두발언에서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을 배제한 채 대선에 임하게 된 데 대하여 당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더니 "최고위원들은 세액공제사업에 올인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당직, 공직 선거에 나올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리가 났고 결국 최고위원회의는 파행.
이 발언이 가지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을 배제했다는 판단. 이건 거의 꼴통 수준의 판단이다.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민중참여경선제를 그토록 원했다는 건지 모르겠으되, 적어도 행인이 알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 이석행, 이용식, 이영희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동조하는 사람 별로 없었다. 게중에는 되려 쪽팔려 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런 왜곡발언이 가지는 파장인데, 결국 이 발언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이간질 시키는 발언이다. 지금 쬐끔 벌어진 상태를 봉합하기 위해서라도 애를 써야할 당 지도부의 핵심 간부가 찢어진 상처 위로 소금을 문지르는 짓을 하고 있다. 도대체 뭘 바라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걸까?
이 발언의 두 번째 문제점은 결국 당의 재정사무총괄을 맡고 있는 사무총장이 '민중참여경선제'를 돈 끌어오는 수단 정도로 생각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저 발언의 결론은 쉽게 이야기하면 이거다. 민중참여경선제를 통해 선거권 팔아 모은 돈으로 재정확보하려 했는데, 그거 무산 되었으니 무산되는데 한 몫 한 인간들 죄다 책임지고 돈 끌어와라. 결국 민주노총 이석행이 "민주노총 없이 선거 가능하나?"라고 협박질 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구절이다. 이게 지금 주판질도 제대로 못하는 닭성 발언이 아닌가?
세 번째, 민중참여경선제 무산의 책임을 당직, 공직 선거 불출마로 지라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민중참여경선제 운운하면서 당을 혼란의 도가니탕으로 들끓게 했던 자들이야 말로 민중의 바다로 들어가 그 속에서 헤엄치고 다녀야 한다. 게다가 지금 김선동, 남들에게 당직, 공직 불출마하라고 핏대세울 주제가 아니다. 그나마 사무총장이라는 위치를 봐서 여기까지만 하겠다만 가소롭기 그지 없다.
김선동 뿐만이 아니다. 잘나가는 정책위 의장 이용대. 어디서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 정책위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스테리의 사나이 미스터리, 이용대. 이 정책위 의장이라는 분은 지난번(328호) 당 기관지 진보정치에 당론과는 정 반대되는 교육정책을 제시하는 화통한 짓을 하심으로서 당 정책위 연구원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하신 혁혁한 전과를 가지고 있다.
이 분이 김선동 사무총장의 말을 지지하면서 하신 말씀이, "당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대선 재정의 문제나 민주노총과의 관계 회복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고 했다. 얼핏 좋은 말씀이신데, 이것만큼 무책임한 말이 없다. 재정문제는 재정문제대로 방법을 만들어야할 일이고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할 일 제대로 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그게 그 밑도 끝도 없는 공갈빵 정신으로 던져졌던 민중참여경선제 무산과 무슨 관계가 있나?
이용대가 정책위 의장이 된 이후 정책위가 좋아진 것은 딱 하나 있다. 당 게시판에 "정책위 뭐하나?" 이런 글 안 올라온다는 거다. 주대환이 의장으로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정책유통의 과정이나 정책위의 활동상황은 거의 변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달라졌을까? 이 과정을 생각하면 사실 조소를 금치 못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진짜 앞으로 당직, 공직에 나서면 안 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부류들이다. 지들 위치가 뭔지도 모르면서 한 자리 하는데 혈안이 되어 온갖 분탕질을 다 일으키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당직 맡으면 당이 망하고 공직 맡으면 나라가 망한다.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버리고 온 이 야릇한 생명체들의 꼴통 짓이 바로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다.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돌고 돈다지만 한쪽은 비극으로 한쪽은 희극으로 점철되고 있는 당의 현실은 사람 참 숨막히게 한다. 아니, 둘 다 희극인지 모르겠다. 한 쪽은 기쁨과 카타르시스를 주는 희극, 다른 한쪽은 개코메디...
에고 >_< 오랜만에 들렸는데 몸이 안 좋으셨군요 저런저런... 흠...
에밀리오/ 아~! 좀 쉬신다더니 쉬셨나요? ^^
이젠 괜찮습니다. 일년에 한 두번 겪는 일인데 이번에 된통 걸렸네요. ㅎㅎ
정책연구원들이 오히려 편하게 일할수 있는 분위기? ㅎㅎ
산오리/ ㅋㅋㅋ 일면 그렇다고 봐야할까요? ㅎㅎㅎ
한 동지가 아니고 두 동지닷!!!
이제 괜찮다니 다행입니다. 아프지 마삼(^.^)-!
퍼세식에 설사하면 다리에 쥐가나서 후덜덜이죠ㅋ
여름인데 배탈 조심하셔요^-^
pang/ 맞다... 두 동지... 본문은 안 고칠거얌. ㅋ
무한한 연습/ 감사합니다.^^ 다시 원기회복! 웃쌰~~!!
NeoPool/ 아시는군요...ㅠㅠ 아아, 퍼세식의 추억이여.
레디앙 기사를 보니까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원들이 월급 반만 받고 일한다면서요? 사무실에서는 계약해지 당하고?
어떻게 참으십니까? 저라면 김선동 멱살을 잡고 뒤흔들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