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본질

북핵문제 관련 정책연구원들의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 당게가 시끌벅적하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이 참에 서로 본색을 한 번 드러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좌고 우고 간에 밑바닥까지 깨끗하게 까서 뒤집어보길 바란다. 어느 정파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입장이지만 적어도 이 판에서 가장 상식에 근접한 사람들이 누군지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그게 진보정당의 원칙인양 떠벌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거다. 그 사람들의 두개골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할 지경이지만 대충 그 생김을 유추할 수 있는 글이 하나 있다. 자주민보라는 매체에 올라와 있는 글인데, 이 글이 지금 종북찬핵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북한의 핵이 과연 누구의 목을 향해 겨누어져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제목부터가 무시무시하다.

"금강산 관광 중단은 전쟁을 부를 것"

 

북핵문제로 말미암아 남한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고 있는 와중에 이런 기사가 나왔다. 과연 이 기사 제목의 맥락은 무엇인가?

 

기사는 뜬금없이 드라마 '주몽'의 대소왕자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곧 '연개소문'이라는 드라마의 부기원을 들먹인다. 대소와 부기원 모두 한나라와 당나라에 나라를 바치려는 민족반역자들이다. 여기서 자주사상과 사대주의의 대립구도가 파생된다. 결론은 버킹검. 당연히 자주사상 만쉐이~ 사대주의 쉣!

 

그런데 이야기가 그냥 이렇게 흘러가면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한나라-부여, 당나라-고구려의 대립구도를 지금의 북한-미국 관계로 끌고 들어오는 것이다. '한나라' 같은 미국의 라이스와 힐이 남한 정부에게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어영부영 하고 있다는 비난을 한다.

 

"일면 이해는 간다. 아직은 그래도 세계 경제의 명맥을 틀어쥐고 있는 미국의 요구에 반기를 들었다가는 노무현 정권이 미국에게 어떤 보복을 당할지, 두려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뭔가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려나 했다. 그런데 그 다음 이어지는 문장들은 이들의 인식체계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 어떤 보복보다도 더 참혹한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전쟁이다. ...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과 함께 북을 자극하는 와중에 전쟁이 난다면 한국도 전쟁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북미 사이에 전쟁이 발발해도 한국에 포탄을 쏠 의사가 없다는 말을 해왔다. 최근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진 김명철 소장이 라디오 시사프로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하였다. 단 한국이 미국을 추종하지 않고 민족의 편에 서야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당장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라고 한다. 그것은 북한과 전쟁을 하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한나라당의 주장에 절대로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나면 그들은 도망갈 곳이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피할 곳도 없다."

 

북한은 남한을 때리지 않는다. 단, 미국편 들지 않고 자기편 들 때만. 이게 그 결론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중단하는 것을 미국과 함께 가는 것으로 보고 남한과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이 놀라운 발상은 말 그대로 공갈협박이다.

 

그리고 북핵은 바로 이 공갈협박에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애초부터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미국 본토를 불바다로 만들 여력이 없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실패. 백보 양보해서 국방위원장님의 신통력으로 미사일을 쏘아올린다고 해도 그 미사일, 태평양을 반도 넘어가기 전에 요격. 그 와중에 미국에서 쏘아올린 ICBM들이 한반도 일대에 낙하. 게임 끝.

 

북한이라고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결국 북한이 개발했다는 자위권 차원의 핵은 남북한과 동북아 인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다. 같이 죽을래, 아니면 협조 할래? 그리고 지금 뻔뻔스럽게 요구한다. 금강산 관광 중단하면 전쟁난다...

 

이들은 북의 체제보위를 위해서는 핵무기 아니라 그보다 더 한 것을 가지더라도 환영한다. 비록 그것이 미국 본토에 단 한 개의 파편조차 튀기지 못할 지라도, 그것이 남북한 모든 인민의 생명을 한 순간에 앗아갈 수 있을 지라도 그건 관계 없다. "자주성"을 지키면 그걸로 만사 오케이.

 

미국이 깝죽거리는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일본이든 남한이든 관계 없이 "자위권"을 사용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들의 핵무기가 내 마빡에 떨어질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미국 뉴욕주에 살고 있는 톰인지 제인인지 하는 양키들의 마빡에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칼을 든 강도와 맞선 사람을 같이 비판하는 양비론" 어쩌구 하는 사람들은 이걸 잘 봐야 한다. 강도의 칼은 북한을 향해있고 그에 대항해서 빼든 북한의 단검은 이 싸움을 말리려는 사람의 목에 들이밀어져 있다. 비유를 할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이 정신나간 집단들의 앞뒤 못가리는 주책이 언제 끝날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걸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진보는 커녕 제자리 걸음도 못하고 주저 앉는 수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방법은 하나다. 미제와 싸우는 만큼의 힘으로 이들과 싸워줘야 한다. 통일? 이 닭대가리들 데리고 통일 해봐야 남는 거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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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8 23:26 2006/10/18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