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법학도의 평택관련 법률분석에 대하여

이글루에 집을 가진 어떤 법학도가 행정대집행에 대한 나름대로의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평택에서 이루어진 대집행 경과를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좀 더 공부를 해라"라고 권하고 싶다. 법률의 해석을 섣부르게 할 경우 사람의 목숨이 수도 없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닫기 바란다. 리걸마인드라는 것이 단지 조문분석에 충실한 이해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법학개론을 충실히 들은 학생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원래 이 글을 읽고 반론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알엠님께서 답답함을 호소하시면서 특히 이 글을 보고 댓글을 다는 분들의 반응이 우려스럽다는 말씀을 하셔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지적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의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을 정도라면 내가 살짝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실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별 수 없지만...

 

1. 대집행에 관한 법률적 분석과 적용

- 행정대집행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이 법학도는 자신이 배운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없음을 드러낸다. 우선 대집행의 의의를 행정대집행법 제2조 규정을 들면서 정의하고 있는데, 그렇게 정의를 내려놓고서 다른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이해의 부족을 드러내는 단편이라고 보인다.

 

- 행정대집행법 제2조는 이 법학도가 설명한 것처럼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행정청이 그 작위를 스스로 행하거나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게 함으로써 의무의 이행이 있었던 것과 동일한 상태를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 조문의 내용은 명확하게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제2조 (대집행과 그 비용징수) 법률(법률의 위임에 의한 명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의하여 직접명령되었거나 또는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행위로서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행위를 의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다른 수단으로써 그 이행을 확보하기 곤란하고 또한 그 불이행을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당해 행정청은 스스로 의무자가 하여야 할 행위를 하거나 또는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하게 하여 그 비용을 의무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다.

 

 - 이 조문을 분석하여 볼 때 대집행의 대상은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행위"가 된다. 즉, 행정청 또는 제3자가 본인을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 따라서 특별한 법률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부작위의무위반행위는 대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또한 제3자가 대신하여 이행할 수 없는 작위의무 역시 대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이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되는 작위의무를 평택사태에 적용하여 보면, 대추리 등 일대에 농사를 짓고 있으면서 그 점거를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대추분교 안팎에서 농성 및 촛불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강제퇴거대상이 될 지언정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퇴거는 제3자가 대신하여 이행할 수 없는 작위의무이며 퇴거불응이 퇴거의 부작위라고 하더라도 역시 대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 그렇다면 행정대집행법상의 문제 외에 다른 법률에 의한 대집행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평택의 경우 토지와 관련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수용법)"을 검토한다.

 

- 토지수용법 제89조는 토지수용의 결정 및 보상 등의 절차가 완료된 후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대집행을 시행할 수 있다.

 

- 그런데 토지수용법 제4조에 따르면 이 법에 따른 토지수용이 가능한 사업으로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을 두고 있다.

 

- 여기서 평택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미군기지건설사업이 토지수용법 제4조제1호가 이야기하는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 현행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6조제1항에 의거 "사업시행자는 실시계획의 고시구역 안에서 국방·군사시설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에는 수용 또는 사용에 대해 토지수용법을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 다음으로, "주한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이 법의 특별한 규정 외에 사항은 "국방·군사시설사업에관한법률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 그렇다면 여기서부터 검토해야할 것은 일단 이번 평택 사태의 경우는 행정대집행법 상의 행위로는 적법하지 않다는 첫번째 결론이 도출된다. 다음 검토사항은 토지수용법, 국방·군사시설사업에 관한 법률, 주한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상 행정대집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그러나 이들 법률의 규정을 들여다보더라도 행정대집행의 요건은 역시 행정대집행법 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위 언급한 해당 지역을 점거 농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강제퇴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은 어느 법률에도 규정된 바가 없다.

 

- 따라서 평택일대에서 벌어진 이번 군경요역깡패 합동 행정대집행은 그 목적 자체가 법률에 적용되는 바가 없기 때문에 행정대집행 행위 자체가 위법행위가 된다.

 

2. 점거농성자의 강제퇴거조치의 권한

- 평택 대추분교 일대에서 농성하고 있는 자들에 대한 강제퇴거조치는 국방부가 이를 행하여야 한다. 대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사업자 본인인 국방부가 조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 조치를 행할 경우 군인을 동원해야 하고 군인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군인이 동원될 수 있는 특별한 상황, 즉 계엄령 또는 위수령(위수령의 합헌성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이 발동되어야 한다.

 

- 그러나 이번 대추분교 일대 농성자의 강제퇴거는 국방부가 아닌 경찰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경찰의 비호아래 수백명의 용역깡패들이 동원되어 강제퇴거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 이미 지난 번 경기경찰청장이 밝혔듯이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역할은 치안 및 질서유지차원에서 가능한 것이지 강제퇴거불응자의 강제퇴거조치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러나 버시바우 미 대사가 경기경찰청장을 방문하여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이후 경찰청이 나서 강제퇴거조치에 "협조"하게 된 것이다.(이 버시바우 개쉑은 대사가 아니라 완전 총독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정부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론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사로부터 나온다.)

 

- 따라서 점거농성자에 대한 퇴거조치는 현재 상황에서는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퇴거가 아닌 충분한 협의와 설득이 전제되어야 할 일이었던 것이다.

 

3. 토지수용절차상의 하자

- 행정대집행법상 행정대집행의 절차적 하자를 살펴보았으므로 이제 토지수용법 상 절차적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 설명을 상세히 하자면 논의가 너무 길어지므로 간단히 법률에 따라 이루어졌어야할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만 나열한다. 이하 조문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토지수용법의 각 조문이다.

 

- 제2장 공익사업의 준비 중 제9조제2항, 제3항, 제10조, 제12조, 제13조, 제3장 협의에 의한 취득 또는 사용 중 제16조, 제17조, 제4장 수용에 의한 취득 또는 사용 중 제21조 등등이며 이의신청절차에 의해 제기된 행정소송(제85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송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은 채 강제퇴거조치 등 물리력 사용

 

- 위 각 조항을 국방부가 어떻게 위반했는지는 언론보도 및 관련자료를 직접 찾아보기 바란다. 그것도 공부다.

 

- 상기 법학도는 "행정기관은 행정처분시 준수해야 할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이에 대해 국방부가 신뢰보호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는데,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그러나 이상 설명한 바와 같이 단지 신뢰보호의 원칙만을 국방부가 어긴 것이 아니라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를 제대로 지킨 바가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4. 활동가들에 대한 비판 및 국제정세판단의 부분

- 여기에 대해서 일일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법학도는 현지의 문제를 단지 토지보상 내지는 사용권 보상에 국한해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에 대해 "먹고살기 힘들다고 뭉친 사람들에게 달려가서 뽐뿌질 이빠이 시켜놓고, 이제 "당신의 투쟁은 숭고했다"며 입으로 공치사만"할 인간들로 격하시키고 있다. 기왕에 대추리 사태의 전모를 먹고 사니즘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사람으로 특히 어색한 결론은 아니다.

 

- 그러나,  해당 주민들(대부분 소작농이면서 실제 그 땅을 개간했던 사람들)의 요청이 먹고사니즘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 법학도가 전혀 감감무소식인 점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그래서 직접 보고 겪는 것이 중요한 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현장에 가서 거기 주민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보는 것이 좋다.)

 

- 활동가들의 현장 결합은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의 보호와 더불어 한미간 합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장차 한반도 전역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 법학도가 전제하지 못한 것은 아직 그 부분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학생이라는 점에서 그냥 넘어간다.(역시 이에 대해서도 현재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권한쟁의심판청구 및 헌법소원청구의 내용을 찾아서 확인하기 바란다. 이것 또한 공부다)

 

- 다만, 어떤 사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그것도 이렇게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게 될 경우 결국 자칫 실체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에게 왜곡된 결론을 진리치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할 우려가 있음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아직 배우는 학생의 입장이기에 치기어린 행동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공부 많이 한 학자가 이런 소리를 했다면 그것이 바로 곡학아세의 전형적 모습이 될 것이다.

 

- 한반도 남단 그 많은 땅 중에 하필 왜 평택이 미군의 집결지로 선택되었는가에 대해 좀 더 깊은 숙려가 있었다면 미국이 이번 기지이전에 큰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사업 과정에서 이들이 전략기동군으로 움직이기에 가장 좋은 요충지가 어디인지를 한반도 지도를 펴놓고 살펴보기 바란다.

 

- 덧붙여 미군이 수도권에서 먼 외곽으로 빠져나갈 경우 서울권역에서 대량의 외국자본이 철수하는 사태가 예상된다는 발상은 거의 소설의 수준이다. 자본의 유입과 철수에 대해 분석을 하고 싶으면 3인공저 경제학 책을 한 번 읽어보거나 시간이 되면 자본론이라도 읽어보기 바란다. 아담스미스가 괜히 보이지 않는 손을 거론한 것이 아니다. 자본의 진퇴결정이라는 것은 돈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힌트 하나만 준다면 돈이 된다면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라도 미친듯이 달려가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다.

 

- 마지막으로 댓글 보다 보니 "저도 한 때 운동했던 사람으로서" 운운 한 구절이 있던데, 무척 심난하다. 섣부른 말 한마디가 평택에서 피범벅이 된 사람들에게는 전의경이 내리친 방패질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적어도 운동을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단 한 번만이라도 운동을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 한마디, 글 한 줄, 표현 한 번이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인지부터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대추리 이장의 편지를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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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5 23:31 2006/05/05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