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이쯤 되면...

좀 미안해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찍으면 전쟁난다"고 헛소문 퍼뜨리며 "반창연대" 주장하고 "노무현이 대안"이라고 달려갔던 분들. 지금 뭐하실까? 그래, 이제 노무현과 이회창의 차이점에 대해서 뭔가 좀 확인했는지 모르겠다. "이회창 찍으면 전쟁난다"고 했던 분들 덕에 대통령 된 노무현, 지금 목하 내전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명숙 총리께서 불법폭력시위자 엄단을 관계부처에 주문한지 얼마 안되, 그동안 대통령은 왜 입닥치고 자빠져 있는지 궁금해하던 사람들에게 노무현은 이렇게 화답했다.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시위와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대처하라"

 

이회창이 대통령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가 될 수는 없겠다만, 노무현과 이회창의 차이가 뭣이 있을까? 그래도 대통령을 더 믿어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강변하는 분들이 꽤 있던데, 이 노빠분들, 처음 노무현이 대통령 될 때 뭐라고 했더라? 우리가 뽑은 대통령, 우리가 애프터 서비스 한다~! 즉, 잘 할 때는 지지하고 못 할 때는 비판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근데, 애프터 서비스가 왜 이모양이냐? 잘 하면 거봐라 하고 신나하다가 못하니까 좀 더 믿어보자고??

 

전경과 군인이 무슨 죄가 있다고 걔들 패냐면서 '평화적 시위'를 요구하시는 수많은 비폭력 평화주의자 여러분께서 요즘 매우 바쁘시다. 아주 좋은 말씀해주시는데, 기왕 그렇게 비폭력 평화주의를 주장하시는 김에 더 이상 폭력사태 일어나지 않게 윤광웅과 노무현이 평택주민들과 직접 대화하게 해주라. 청와대도 가시고 국방부도 가셔서 '비폭력 평화적'으로 윤광웅과 노무현이 나오게 해주시라. 너무너무 고마울 거다.

 

그러고도 힘 좀 더 남으시면, 미 대사관에 가셔서 버시바우도 좀 나오라고 해서 도대체 평택에 왠 넘의 땅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신지 드럼 쳐가면서 재즈풍으로 설명 좀 해달라고 해주시라. 일본에서는 아기자기 하게 주는 거 받는 거 이것 저것 재면서, 그나마도 각 지역 주민들에게 그렇게 살뜰하게 설명회 하고 굿하고 떡주고 하던 거, 이상하게 왜 한국땅에서는 국방부에 다 맡겨 놓고 뒷통수만 치고 있는 건지 설명 좀 해주십사하고 '비폭력 평화적'으로 알선 좀 해주시기 바란다. 정말 고마울 거 같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이렇게 사단이 날 동안, 즉, '비폭력 평화적'으로 대추리에서 농성하면서 대화요구하고 있던 동안 이 땅의 비폭력 평화주의자들 어디서 뭐하고 계셨는지, 아니 평택, 팽성, 대추리 이런 이름은 들어나 보셨었는지 그거 좀 물어보자. 도대체 뭣때문에 사태가 이지경까지 왔는지 그 내막이나 좀 제대로 지켜보고 있었던 건지 그것도 궁금하다.

 

피가 마르고 애타 타도록 소리치며 이야기를 할 때는 쥐뿔 쳐다도 보지 않고 있다가 불현듯 나타나서 도덕군자연 하시는 분들, 사실 좀 창피하지 않나? 이회창 되면 전쟁난다던 분들, 뭐하고 있나? 이회창 찍으면 전쟁난다고 설레발 까던 세력 중 일부가 지금 평택 가서 투쟁하고 있는 개코메디 같은 현상을 보면서 도덕군자들께서 열받으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지.

 

암튼 기가 찬 요즘이다. 블로그건 어디 댓글이건 간에 제 뜻을 글로 실어 펴는 그 자체에 대해선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 세종대왕이 그거 하라고 한글 만든 거니까. 그러나, 난데없이 뜬금없이 나타나 군자연 하는 거 이건 좀 아니다. 자식을 군에 보낸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보라고 하시기 전에 그 귀중한 자식들을 어처구니 없는 현장으로 보내고 있는 윤광웅과 노무현 부터 '비폭력 평화적'으로 좀 끌어내와 주시고, 이회창찍으면 전쟁난다던 분들, 대가리 박고 반성하는 자세부터 좀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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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8 15:28 2006/05/08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