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너부리님의 [한심한 악법권력의 엉뚱한 화풀이: 사법권력을 꼭 조져놓자] 에 관련된 글.

포스팅 하기가 낯설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그동안 블로깅을 접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블로깅을 하게 되다뉘... 성질은 솟구치는데 화풀이할 곳이 없어서이다. 에라... 이 더러운 세상...

 

대법원이 원심 그대로 조승수의원에게 150만원의 벌금을 선고함으로써 최초의 진보정당 지역구 의원 하나가 날아갔다. 민주노동당에게는 상당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10석의 의석에서 1석 빠지는 것이 단순히 숫자 -1의 의미만으로 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노동당 단독으로는 법안발의를 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열우당이 제정신을 못차리고 한나라당이 깽판을 놓는다고 해도 그나마 민중의 목소리가 담긴 법안을 국회 안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겨우 겨우 법안발의 최소인원인 10명의 의원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앞으로 어렵게 되었다. 결국 보수정당들이 꺼려하는 법안의 경우는 앞으로 원내 상정하기가 곤란하게 되고, 법안 상정이 목표로 설정된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보수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김새는 일이다.

 

대법원 결정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1심과 2심에서 조승수 의원에게 사전선거운동의 죄목을 씌우는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선전물의 배포가 그것인데, 사실 조승수 의원측은 선전물을 직접 제작하여 배포한 사실이 없었다. 단지 문서로 된 확약이 필요하다는 지역주민들의 말에 주민의사가 배제된 혐오시설 유치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글을 써 준 것인데, 이를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아파트 등에 복사하여 게재하는 등의 행위를 했던 것이다. 이게 1심과 2심에서는 마치 의원측에서 고의적으로 선전물제작과 배포를 한 것처럼 판단되었다. 대법원 변론을 담당했던 변호인단은 바로 이 부분에서 원심의 위법한 판단을 확인했고 이 부분을 변론과정에서 대법원에 분명히 알렸다고 한다. 대법원의 정치거간꾼 노릇을 모르는 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사실때문에 그나마의 희망을 걸어왔던 것이었다.

 

어차피 돌고 도는 정치판인지라 의원 한 명의 자리가 날아가는 것쯤이야 예삿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판결 과정에서 조승수 의원에게 '면직처분'을 내린 대법원의 자세를 보면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 대한민국 대법원의 구태의연한 정치종속적 모습, 신임대법원장의 과거사청산의지와는 별도로 전혀 과거의 작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법원의 태도, 이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도대체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 법원과 판사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법관들을 믿고 이 땅의 인민들이 얼마나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하고 기업의 자금을 횡령하며 공적자금을 제 주머니 푼돈쓰듯이 마구 퍼다버린 자본가들에 대해 우리 법원은 그동안 어떻게 처신하여왔나?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 있고 어쩌구 하면서 피고의 그동안 공적을 참작하고, 고령인데다가 지병이 있어 저쩌구 하면서 봐줄 거 다 봐주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아예 면죄부를 주어왔던 대한민국의 법원. 이렇게 관대하고 자상하고 부드러운 법원이 어째 서러운 민중들에게는 그토록 가혹한지.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한 법원이 허위기재한 경력으로 유권자를 현혹해 표를 얻은 유시민은 무죄로 만들어주고 정작 자신이 배포하지도 않은 문건때문에 곤욕을 치룬 조승수는 아예 자리에서 끌어내리는지...

 

산하에 사법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고 사법제도를 민주적으로 바꿔보겠다고 온갖 생쑈를 하던 대법원. 사법제도개혁이 결국 이런 거였나? 대한민국 법관 임용과정부터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른다면 최소한 법조문의 틀은 벗어나지 않아야 법원으로서의 권위와 체통이 서지 않겠나?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법조문이야 그걸로 메주를 쑤던 떡을 찌던 관계없이, 그저 집권자의 눈치나 보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는데만 급급한 대법원이여... 과거사 청산하겠다는 야무진 소리 하지 말고 스스로의 자질이나 키울 일이다. 인민들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기 시작하는 곳에서 체제에 대한 변혁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새기기 바란다. 왜냐구? 어차피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 이걸 절실하게 깨달은 민중이 판사님 앞에 엎드려 현명한 판단을 간구하겠는가 아니면 판사라는 족속들을 눈에 보이는대로 주어 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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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9 18:00 2005/09/29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