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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연관된 책 두 편

최근 읽은 책 두 권...

 

요즘 정말 책 안 읽는다.. ㅡ.ㅡ

핑게를 대자면,

번역 작업을 하는게 있는데, 페이지가 뚫어져라 들여다보니라 다른 책이 넌덜머리가 난다는... ㅜ.ㅜ (백만가지 핑게...)

 

 



0. 최장집 지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 (후마니타스 2001)

 

 

지지부진 오래도 읽었다. ㅡ.ㅡ

 

이 분야에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이 책만큼 우리 사회에 직면한 문제, 말하자면 현재 우리사회의 고유한 의제에 대해 이만큼 일목요연하게 답을 하려고,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려고 노력한 저작은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소위 전문가의 이름으로 개인적 인상비평과 소회(?)를 정리한 책들이야 적지 않지만... 

현실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집요하게 추적하고 이론적으로 차근차근 정리해가려는 자세는 꼭 배워야 되는데... (근데, 나는 이게 잘 안 된다 ㅜ.ㅜ)

 

내용을 돌아보자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런저런 궁금증과 스스로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많이 가지런해진 느낌...

 

예전에 본 why we fight 라는 다큐에 보면, 찰머스 존스가 미국사회가 가진 위기의 본질은 시장에 의한 민주주의 지배라고 이야기하면서, 이것을 가능케 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선출되지 않은 (대표성 없는) 관료와 전문가 (다양한 싱크탱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의사결정들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선출된 정치인이라고 해도, 본질상 다름이 없는 양당체제의 주고받기 정권 장악.... 제국주의적 군사행동을 벌인 거는 민주/공화 집권 사이에 하나도 차이가 없었다.

이 책을 빌자면, 현재의 한국 상황도 (거칠지만) 대략 비슷하게 진단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잘못 끼워진 첫단추,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ㅡ.ㅡ

헐크처럼 우두둑 ~~~???

 

0. 더글라스 다우드 외 지음, 류동민 옮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이해: 카를 마르크스에서 아마르티아 센까지 (필맥 2007)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이 진짜 웃긴다. 제본이 잘못되서 겉표지가 본편보다 짧아...

나 원 이런 황당한.... ㅡ.ㅡ

 

이 책은 강유원 블로그에 누가 소개한 걸 보고 알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

 

* 이 책은 주류 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소위 이단적 비주류 경제학에 대해, 경제학자 혹은 학파를 중심으로 (내용보다는) 함의를 소개하고 있는데...

역자 후기에 보니까 놀랍게도, 마르크스나 그람시는 그렇다 치고, 심지어 제도주의나 포스트 케인지언, 아마티야 센의 후생경제학 등도 웬만한 대학 정규 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네??? 진짜??? 

 

 

* 책의 본 내용에 관해서라면, 전체 큰 지도를 보여주고 주소를 갈쳐줌으로써 맥락을 이해하도록 한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다른 책(이를테면 요즘 번역하는 책)에서 베블런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의 주요한 문제의식이 당시 어떤 의미를 가졌던 건지, 그리고, 도대체 진실이 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당과 관련한 그람시의 오락가락 견해 변천사.... 물론 이들의 저작을 연대기적으로 꼼꼼하게 읽는 사람이라면야 이게 뭐 장점인가 하겠지만 나같이 주워듣기만 하고 정작 내용을 잘 모르는 이들한테는 주소찾아주기가 어찌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기존 주류 학문에 대한 끈질기게(!) 비판적 태도, 지적 성실함, 그리고 이론적/담론 투쟁의 방식들...

 

 

* 여기 소개된 다양한 대가들의 견해를 몇 마디로 정리하는 게 어불성설이겠지만, 나름 요약하자면, 경제학에서 '역사성, 현실정합성의 복원',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체의 발견 혹은 인정'이 주제가 아닐까 싶다. (맞아???) 그리고, 이건 비단 경제학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나름 실천적 성격이 강하다는 보건학 분야 또한, 특히 연구방법론상의 정교함을 강조하는 역학 분야에서 이런 문제는 두드러진 경향이 있다.  

 

몇몇 구절들을 인용해보자... 

 

17쪽-  "경제 이론은 이러한 속임수에 '다른 조건들이 일정하다면 (ceteris paribus) '라는 그럴듯한 말로 권위를 부여한다. 여기서 '다른 조건들'이라고 한 것은 아마도 필요하게 되면 그것들을 다시 불러들여 분석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 혹시 그 때가 실제로 온다 하더라도 그 때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아마도 '다른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모르거나 잊어버렸을 것이다"

 

33쪽 - "내가 너에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어떤 것을 네가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 간청이나 굴욕으로 생각된다면, '그래서 그것이 수치나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지금 살아나가는 이 사회는 무엇이란 말인가? 마르크스는 묻는다. 너의 필요가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활동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보다 '내게 권력의 원천이 되는 것'은 왜일까? '(너의 필요가) 나의 생산을 장악할 힘을 너에게 주는 수단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너를 장악할 힘을 내게 주는 수단이 된다'

 

81쪽 - "기존의 제도들은 '상식'과 '현상', 즉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이 받아들여지는가를 묘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베블런의 현상 분석은 양식(good sense)을 제시했지만, 그것에 관한 상식(common sense)과는 관계가 없다"


 

131쪽 - "물론 신고전파 경제학의 주된 매력은 높은 추상 수준에 있는데, 이것은 퍼즐 풀기를 즐기는 이들로 하여금 정교한, 또는 그리 정교하지도 않은 가설적 문제상황을 설정한 다음에 각 문제의 주어진 전제 하에서 필연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해준다. 특저한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에 비하면 이런 지적 추구는 상대적으로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절망적이리만치 비생산적이다. 학계 내에서 경력관리를 위해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학술논문을 발표한다는 의미 외에는 이러한 값비싼 연습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이가 거의 없다. 물론 언젠가 존 케네디 갈브레이스가 말했듯이 '경제학은 경제학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데는 지극히 유용하다'

 

* 한편, 제도주의나 포스트케인지언에 관한 부분은 본 내용 그 자체보다, 
연구자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훈련시키고 담론을 조직해나갔는지 보여준 부분이 훨씬 흥미진진했다. 제도주의 성향의 연구자들이) 자유방임 이론에 분개하여 1885년에 설립된 미국경제학회가 역설적이게도 가치중립성에 목숨 건 전문학회로 이어진 이야기나, 급진적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파란만장한 이력들... 포스트케인지언들이 12년에 걸쳐 매년 3회씩 세미나와 학술대회들 개최하고 10년간 컨퍼런스를 지속하면서 연구자 공동체를 성장시킨 사실 등은 그저 놀라움...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다. 지적 성실함, 집요함/끈기... 

 

* 공부하는 이들의 자세에 대해서 베블런과 그람시는 엄청 뽀대나는 말을 남겼다.

 

59쪽 - "'지적 평화를 교란시키는 자'라는 표현은 베블린이 칭찬의 의미로 자주 사용하던 것이다. 그는 '지적 평화를 교란시키는 것'이 지식인 본래의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88쪽 - "나의 모든 지적 형셩은 논쟁적 성격을 갖는 것이며, 따라서 내가 사심없이 생각하거나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람시)

.

* 아마티야 센에 관한 챕터는 무진장 관심을 갖고 시작했으나, 당최 뭔 소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ㅡ.ㅡ 

다만, 그의 이론적 작업이 마치 Foundation 에서 Harry Seldon 이 했던 psychohistory 처럼 보였다는 짧은 감상.... (수준 미달 독자 때문에 센이 고생한다 ㅡ.ㅡ) 하긴, 예전에 미국 있을 때, 친구 하나가 센의 경제학 개론 강의를 청강했는데 기대(?)와 달리 칠판 가득 수식만 잔뜩 써서 중도 포기한 일도 있었더랬다. ..

그나저나, 나는 센이 워낙 유명하고 심지어 노벨상까지 받았으니 완전 주류임에 의심치 않았으나,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다소 충격이었다.

 

254쪽- "센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음 날 로버트 폴락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 게재된 기명 칼럼을 통해 스웨덴 한림원이 '얼빠진 견해'를 가진 '기성 좌파'에게 명예를 부여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불평했다" (이랬던 것이다 ㅜ.ㅜ)


우쨌든, "'경제발전의 목표는 사람들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센의 주장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목표는 경제적 자유의 극대화'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말 만큼이나 모호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십분 동의하면서도, 또한 센에 의해 가져온 변화 (GDP 만으로 발전을 평가하지 않고 인간개발을 양적으로 측정하고자 한다거나, 젠더 이슈, 불평등의 문제를 부각시킨 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현재 건강 불평등과 관련한 주요한 이론적 배경은 롤즈의 정의론에 기반한 센의 '잠재력' 개념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이거 잡고 고생하기보다는 나중에 전공한 사람 찾아서 물어보는게 빠르겠다. (뭐든지 날로 먹으려는... )

 

 

* 참....그리고 또 놀라운 건, 여기 소개된 많은 저작들이 국내에 번역조차 있지 않다는 점. 뭐 강의 개설도 안 된다는데 어쩜 당연한거겠지. 하긴, 밀턴 프리드먼의 책도 최근에야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본다면 .....

좌나 우나 학문적으로 게으르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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