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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6

#7. 사막에 지는 태양.... 알랭 드 보통은, 워즈워드를 떠올리며 압도적인 자연이 주는 힘과 감동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사막이 주는 감동은, 바로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워즈워드의 감수성과 알랭의 글솜씨를 갖지 못한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무한의 공간이 가진 힘, 수만년 자연의 손길, 고독과 적막... 이라는 판에 박힌 몇몇 단어 쪼가리....


우리는 4륜구동 랜드로버로 사막을 가로질렀고, 모하메드는 푹푹 빠지는 모래밭을 능숙하게 헤쳐나갔다. 차 안에는, 우리의 사흘간 식량과 텐트, 각종 가재도구 들이 실려 있었다. 사막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시야 안에는, 끝없는 모래밭과 바위, 하늘, 그리고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고운 모래를 밟으며 광년이처럼 뛰어다녔다....ㅡ.ㅡ;; # 8. 춥고 배고픈 밤.... 지평선에 걸쳐 있던 오리온 자리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은하수의 별들이 쏟아져내릴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광도 역시 배고픔 앞에서는 한낱 물거품과 같은 것......... 모하메드와 오사마는 아까부터 꼼지락 거리면서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하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기별이 없다. 기껏 두 시간 지난 다음에 '이제 수프 좀 먹을래?" 하더니 그 때부터야 모닥불에 닭을 굽기 시작한다. ㅜ.ㅜ 저 닭은 언제 익혀서 먹냐고......... 우리 등가죽과 뱃가죽이 조우한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다. ㅜ.ㅜ 어쨌든, 오밤중이 되어서야 우리는 맛난 파스타와 빵, 구운 닭을 먹을 수 있었다. 시장이 반찬이기도 했지만, 모하메드의 요리솜씨는 장난은 아니었다. 우리 멋대로, 그의 죄를 사해주었다. ㅎㅎ 닭다리를 뜯으며, 맥주 안 챙겨 온 것을 몹시 후회했다. 사카라 골드 한 병만 있었으면..... 사막의 밤은 추웠다. ㅜ.ㅜ 일교차가 심해서 밤이면 제법 쌀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제법 쌀쌀한' 수준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추웠다. 우리는 가져온 옷들을 엄청나게 껴입고, 텐트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세수 따위는 우리에게 사치!!! # 9. 카메라와 휴대전화...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10년 묵은 디카와 작별을 고하고 나후의 자문을 얻어 finepix f100d 를 할부로 장만했더랬다. 지상 최고의 똑딱이라는..... 그 할부는 이번 달에 끝이 났다. 사실, 비행기 타러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디카 충전기를 챙기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가슴이 무너져내렸으나, 대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수소문하다 연정이한테 삼성 디카 충전기를 빌렸다. 보니까 크기와 규격이 똑같았다. 하지만, 사막으로 떠나기 전날 호텔에서 체크해본 결과..... 충전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어찌 버티겠거니 했는디.... 사막 첫날... 디카 전원이 사망해버렸다 ㅜ.ㅜ 정말 인생무상이라고...... 이 때부터 JK 에게 사진기 한번만 써보자는 나의 굽신거림이 시작되었다. 나중에 남들이 DSLR 들고 관광지에서 폼잡고 있을 때 나는 한국의 IT 기술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휴대폰을 들고 찰칵 찰칵.... ㅡ.ㅡ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은... 사막에서 휴대폰이 어찌나 잘 터지는지.... 해외출장 가도 절대 로밍같은 거 안해가는데, 현재 전화기에 '자동로밍'기능이 있어서 전원만 켜면 그냥 연결이 되는데다, 사막에 장애물이 없다보니 완전 사통팔달이다. 근데 이게 또 좀 웃긴게, 엄청난 가격의 옴니아 폰을 장만해서 들고온 JK의 경우, sk telecome의 현지 서비스네트워크가 좋지 않아 거의 터지질 않았다. 뭐든 맘먹고 준비해오면 안 된다는 엄청난 진실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예상치 않게 휴대폰이 잘 터지는 바람에, 무려 한 통화에 300원인 문자로 국내에 자랑질 문자를 엄청 날려댔다. 국내 지인들의 반응은 따가웠다. ㅡ.ㅡ 욕설 안 날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 야경 잘 찍어보려고 사진기 매뉴얼 정독에 무거운 삼각대까지 챙겨갔는데... 부질없는 짓이 되어버렸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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