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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 14호 '공공성의 또다른 사례'

지난 주에 갑자기(!) 원고를 하나 부탁받았는데, 회의 직전이라 길게 통화를 못했다. 공공노조라 해서 나는 당연히 조합원 소식지인줄 알았다. 근데.. '꼼꼼'이 시민 대상 무가지 신문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발간 전날 밤 편집자의 원고수정 전화를 받고나서였다. 뒷부분이 다소 과격(?)하다며 순화시키겠노라는 전화.... 허거덕했다. 진작 알았으면 더 쉽게 착하게(?) 썼을텐데... 사실 조합원용 글이라고 해서 더 어렵게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선수들을 위한 글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좀 차이가 있지 않나... 어쨌든 충분하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무심함을 새삼 반성하게 되었다. 원고료까지 받아서 더욱 민망...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어이 보내셨네...ㅜ.ㅜ 근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소속을 진보신당과 노건연 둘 다 썼는데, 발행된 신문을 보니 진보신당은 빠지고 노건연만 나와있다. 이건 뭐지??? ------------------------------------------------- [브라질의 민중건강 평의회] 작용은 반작용을 낳는 법이다. 사유화, 영리화의 움직임이 거세질수록, 공공성을 지키자,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보건의료와 관련한 공공성 담론은 주로 소유주체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 자체로 공공성의 중요한 요소이자 또한 공공성 달성의 주요 수단인 사회민주적 통제에 대해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브라질 국립 보건 체계의 3대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사회적 통제 (social control)’이다. 브라질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군부 독재를 경험했으며, 1989년에야 민주정부가 수립되었다. 당시 새 민주헌법과 함께 SUS (Systema de Unico Saude) 라는 국립보건체계가 마련되었는데, 보편성, 형평성과 함께 ‘사회적 통제’가 3대 원칙에 포함되었고, 이는 구체적으로 ‘민중건강평의회’의 구성으로 나타났다. 이 평의회는 시민 50%, 전문가 25%, 정부와 보건의료 공급자 25%로 구성되며 지역, 주, 연방 단위에 조직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히 ‘권력의 감시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지역의 보건예산을 직접 심의, 승인하고 감사하는데, 만일 평의회가 승인하지 않는 경우 지역 정부는 연방 정부로부터 보건 예산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건강 문제와 관련한 주요 결정을 내리거나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는 것도 평의회의 주요 역할이다. 이를테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브라질의 AIDS 특허의약품 강제실시 조치도 이 평의회의 결의안으로부터 도출된 것이었다. 보건의료 시설을 국가나 비영리 주체가 소유하도록 하는 것, 재원을 공적으로 조달하는 것을 넘어서, 이것이 실현되도록 혹은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민중적/사회적 통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물론 직접 참여, 사회민주적 통제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브라질도 한국처럼 지역 토호들의 세력이 막강하고, 이러한 직접 참여 제도를 악용하여 이해집단이 주요한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특히나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일수록 그렇다니,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작동하게 하는 ‘정치’와 ‘운동’이다. 시민들의 끊임없는 조직화와 정보의 소통, 그리고 민주주의 훈련만이 이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줄기세포와 프리온을 너끈히 이해하는 한국의 시민들에게, 보건의료 예산 검토와 건강의제 토론쯤이야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어려운 과제는 여전히 조직화와 민주주의 훈련이다.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보건의료의 공공성에 관한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고, 시민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며 민주적으로 훈련해가는 그런 시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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