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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책들 + 헤이 웨잇

읽고 아무렇게나 책상에 버려둔 책들 좀 치워볼 생각... #1.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함규진 옮김 [유동하는 공포] 웅진씽크빅 2009

전반적 인상은....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책이었음. 어찌나 "인용"이 많은지, 정작 바우만 본인이 한 말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 ㅜ.ㅜ 왜 이양반을 오늘날의 '현자'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음. 현자? 다른 책들을 더 읽어봐야 하나? 일단 박물학적 지식과 사례들을 쏟아놓는데 이것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책이 더 어렵게 느껴지고, 또 글쓰기 스타일이 나랑 잘 안 맞아 또 읽게 될 것 같지 않음... ㅡ.ㅡ 그래도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 '공포'란 '불확실성'이며 위협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이 진정한 공포. 그래서 압도되어 꼼짝 못하기 마련이라는 지적에 일단 동의. * 보편주의적 이성보다는, "근대적 이성은 독점을 형성하고 권리의 배타성을 확보하는 데 특히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유리한 특권이 있을 때 그 특권에 따라 움직이는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작용했다"고 비판한 부분에서 고개 한번 끄덕! * 그리고 악의 평범성과 진부함에 대한 지적은 이미 여러 군데서 논의된 바 있어서 특별히 새로울 것 없었고, '악이 도처에 숨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는 극적인 표현이 그저 눈에 띔. * "공포의 사회적 배분", 인재와 자연재해의 구분 어려움, 관리불가능한 리스크 등에 대한 개념은 이미 울리히 벡이 주구장창 떠들었던 이야기라 역시 새로울 것 없음. * "자연적인 원천에서 분리된 잉여 실존적 공포를 밀어내기 위한 대체목표를 찾는다. 그리고 세세한 예방책을 내세우며 임시 표적을 상대한다. 가령 간접흡연, 식품에 포함된 지방...." 결국 다룰 수 있는 위험에만 집중하게 되고 본원적 공포의 근원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회피하게 된다는 지적에는 물론 동의... * 가장 공감했던 문장이라면 폴라토인비의 글을 인용한 부분 "진실은 빈곤과 탐욕이 정치적 선택의 결과지 경제적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WHO CSDH 보고서에서도 분명히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 "지식인들은 말이 육신이 되도록 하는 자신들의 능력을 한번도 신뢰한 적이 없다. 그들은 다른 누군가를 부추겨 자신들의 구상을 실천에 옮기도록 했다. 행동할 수 있는 힘들 가진 누군가, 일단 시작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누군가를 대망했다." 요즘 한국사회를 보면 딱... * 또다른 공감의 문장은, 역시 바우만 본인이 아닌 아도르노와 부르디외 할배의 것! "고통, 공포, 억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사실은 실현할 수 없는 사상을 포기할 수 없게 한다." "사회적 세계를 연구하는데 인생을 바칠 기회를 얻은 사람은, 세계의 미래가 걸려 있는 투쟁 앞에서 무관심하거나 중립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 그래도, 이 유동하는 공포에 맞서기 위한 바우만의 의견... "다가오는 공포, 우리의 힘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공포에 대한 유일한 치료법, 그 시작은 그것을 바로 보는 것이다.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그 뿌리를 찾아 들어가 잘라버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책 읽는 내내, 다른 이의 연구를 곱씹어 자신의 것으로 충분히 체화시키기 때문에 굳이 참고문헌 인용을 길게 안 한다는 리영희 교수의 글을 떠올랐다. 이건 뭥미...


#2.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책세상 2005

하나의 완성된 책이라기보다, 주요 논문과 책의 챕터 모음. 역자의 소개에 의하면 방대한 폴라니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라고나 할까... 해미와 같이 읽고나서 했던 이야기는, '생각만큼 신선하지 않다' '사람들이 왜 폴라니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이 분, 이 얌전해보이는 외모에 평생 노동자 교육사업에 헌신하고 지지리 고생하며 캐나다에서 뉴욕으로 출퇴근하고... 정말 놀랍다'... 우선 생각만큼 신선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대에 그의 사상이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 시절 그토록 독창적이었던 그의 문제의식이 이제는 사회저변에 널리 확대되어 우리같은 무지랭이도 충분히 가질 법한 것이 되었기에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좋게 해석하자면 문제의식의 발전이고, 운동의 발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특히 '자기 이익과 지도력'이라는 문제의식과, 마르크스 자신이 '유럽인'으로서 범했던 오류들에 대한 지적... 하지만, '노동, 토지, 화폐'의 상품화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견해는, 여전히 신선했다. 경제라는 요소가 인간을 움직이는 모든 동기는 아니라는, "인간을 움직이는 어떠한 동기도 그 자체로 경제적인 것은 없다'는 지적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본주의를 창출하는 '근본적 토대'에 너무 집착하느라 노동도 하지만, 다른 한편 울고/웃고/즐기고/사랑하고/분노하고... 이런 복잡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놓쳐버렸던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경제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말이다... 기계적이고 환원론적인 '경제결정론'에 그동안 얼마나 경도되어 있었나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시장경제의 붕괴가 위태롭게 하는 두 가지의 자유.... "동료들을 착취할 자유, 공동체에 상응하는 봉사를 하지도 않은 채 턱없이 과다한 이익을 취할 자유, 기술 발명이 공공의 혜택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막을 자유,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은밀한 공작으로 공공에게 재난이 될 일을 일으키고 그 재난에서 이윤을 취할 자유는 자유시장과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들이 판을 칠 수 있었던 시장경제는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자유를 창출하기도 했다.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단결의 자유, 직업을 선택할 자유 - 우리가 그 자체로 소중이 여기는 이류한 자유의 대부분은, 사악한 자유들을 만들어낸 책임이 있는 그 시장경제의 부산물이기도 한 것이다." 시간 되면, 다시 꼼꼼하게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 그렇다고 그 두꺼운 [거대한 변형]을 읽을 것 같지는 않음 ㅡ.ㅡ #3.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직업으로서의 정치] 나남출판 2007

이 분... 역시 대가... 문장도 어찌 이리 감동적인감... 번역과 해설도 전작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처럼 매우매우 훌륭! 때가 때니만큼, 한국사회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없었음. 정치와 도덕 - "정치란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성직자와 달리 정치인들은 부패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하지만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 (폭력)'이라는 수단을 소유한 정치권력이 가져야 할 소명과 자질은 분명 성직자와는 달라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 (나는 이보다 '통찰력'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한 것 같은디!!!)을 갖춘 자만이 진정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일백퍼센트 공감.... 그리고 이는 비단, 현재 물리적 폭력을 담지한 '집권 정치인'뿐 아니라 '사회운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정치가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설파한 부분에서는 우리 엠비님을 떠올렸다. 본인의 신념윤리가 절대 옳은데, 그걸 따라주지 않는 이 사탄같은 국민들은 원망하며 날을 지새우는 그 분.... ㅜ.ㅜ 하지만 무릇 정치가라면, 인간이 어리석고 비열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의도와 신념이 얼마나 고결하고 올바른가가 아니라 '(예견 가능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은 월매나 적절한가! 물론, 이분은 신념윤리마저 아니올시다 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건 그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저항'으로서의 운동은 문제제기와 신념윤리에 투철한 반면, '책임윤리'에는 소흘했던 것이 사실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이 글이 그의 마지막 원고가 될지도 모르고 '존경하는 청중 여러분, 10년 후에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다시 한번 이야기합시다'라며 이어간 부분은 슬프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했다. 지금 이순간, 자신이 '신념정치가'라고 혁명에 도취된 사람들이 과연 그 때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 의구심을 표하는 부분이 그토록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입니다. 만약 지금까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명'은 비단,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도모하는 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 같다... #4. 제이슨 [헤이, 웨잇...] 새만화책 2002

우울하고 상처난 마음에, 굵은 소금을 화악~ 뿌리면서 오랫동안 후벼파는 만화... hey, wait! 그 후 변해버린 모든 것....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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