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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이야기 2.

hongsili님의 [깊은 산 이야기 1.] 에 관련된 글.

 

어제에 이어서....

 

#. 3. 여행 준비는 어떻게?

 

어디론가 멀리 떠날 때면, 항상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책을 장만하는 거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미친 듯이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거다... ㅡ.ㅡ

간혹, 꼭 가져왔어야 할 것들이나 유용한 팁들을 뒤늦게 깨닫지만, 뭐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을 주문할 시간과 여유마저 상실...

비행기를 갈아탄 싱가폴 공항에서야 겨우 론리 플래닛을 장만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은 도대체 여행서적을 안 판다.............화장품 매장만 넘쳐나는 신기한 공항....... ㅜ.ㅜ

 

내가 여행을 위해 준비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현지 여행사를 예약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겨울 산행과 관련한 옷가지를 몇 점 산 것이다.

그리고는 땡!

네팔이 어디 있는지, 트레킹할 지역이 어딘지,  산에서는 며칠이나 머무르게 되는지 이런 고급 (?) 정보는 개나 줘버려 하는 심정.... 은 아니었고, 마음은 있었으나 시간을 내기 어려워 미처 준비를 못했다.

 

현지 여행사는 Ace the Himalaya 라는 곳으로, 윤리적/생태적 여행을 표방하고 있다.

고용된 노동자들에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건강보험도 다 가입해준다고 하길래 선택했다.

대강 읽어본 여행자 당부 사항도 괜찮았다. 이를테면,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이나 사탕을 주는 것이 당장은 따뜻한 마음일지 모르지만 그들을 망치는 것이라며 정 도움을 주고 싶다면 지원하라고 지역자원단체를 소개해준다던지.... 

물론, 이것도 고도의 상술 아니냐고 의심한다면 한도 끝도 없겠으나

현지에서 만나본 가이드나 포터들의 대답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산악의 원주민 포터들의 경우, 월급이 아니라 산행 건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지만 대개는 오랜 동안 전속으로 계약을 맺고, 또 산행 이외 시기에 발생한 의료비에 대해서도 본인 부담을 상환해준다고 했다.

(나는 의심이 많아서 이런 거 꼭 확인해본다...  이런 거 물어보는 사람 첨봤다고 하더군.... ㅡ.ㅡ)

 

책을 읽어보면 양 극단의 황당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카트만두 시내에 가면 각종 등산용품 판매와 대여점이 즐비하고,또 즉석에서 현지 트레킹을 조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만나서 함께 간 산행 중에 포터가 짐을 몽땅 챙겨 도주해버렸다는 괴담이 있다. 이거 정말 재난 아닌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봄에 눈이 녹고 나면 얼어죽은 포터의 시체가 일 년에 몇 구씩 발견된다는 괴담도 있다.. 함께 가다가 포터가 다치거나 하면 여행객이 그냥 버리고 가버린다는 게다....  ㅡ.ㅡ

둘 다 극단적 사례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믿을만한 현지 에이전트와 함께 하는 것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강추할 만하다.

가이드와 함께 다니면, 그냥 설렁설렁 다닐 때보다 보고 듣게 되는 것도 훨씬 많아서 좋다.심지어 산장마다 어떤 음식이 괜찮은지, 어떤 메뉴는 피하는 것이 좋은지 깨알같이 소중한 정보들도 알려준다.

영어로 대화를 해야한다는 소소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고급 학술영어도 아니고, 대강 다 통한다.

우리 팀의 가이드 Kesh 는 20년 경력의 노련한 산 사나이... 어찌나 정도 많고, 침착하고 생각이 깊으신지...나중에 산에서 내려온 다음에도 (계약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시내에 기념품 사러 가는 길을 함께 해주고, 마지막 날 아침 호텔까지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한국 음식도 너무 좋아하심 ㅎㅎ

 

포터 Jivan 은 진짜 체력 짱.....

하루는 가파르게 800미터를 올라가는 날이 있었는데,

나는 숨이 묵구멍까지 차올라서 거의 토할 지경... 심막이 없었으면 심장도 터졌을 판... ㅜ.ㅜ

근데 이 냥반은 먼저 올라가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더라니....

나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유.... 오케이?"  (누가 누구한테 이따위 질문을... ㅡ.ㅡ)

그는 그저 씩 웃었을 뿐이다....

 

#4. 고산병 (High Altitude Sickness or Acute Mountain Sickness)

 

반지의 제왕에 보면 프로도가 반지를 목에 걸고 모르도르 화산 구덩이 근처를 힘겹게 한발한발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반지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고산병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 ㅎㅎㅎ

고산병에 대한 사람들의 민감도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일행 중에는 3천 미터를 넘어서자마자 심지어 산장 계단 올라가는 것 마저도 힘들어 하는 이가 있던 반면, 평지를 거닐 듯 아무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나는 머리가 약간 띵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때가 소화 잔해물이 대장을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시점이라 두통의 원인이 고산병 때문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듯....

고산병 증세 중에 괴이하고 (bizzare) 극성스러운 꿈도 있단다.

3천 미터를 넘어간 첫날 밤, 진보블로거 아즈라엘이 등장해서는 만두 공장에 테러를 가한다고 (도대체 왜 만두공장?) 까불다가 나까지 위험에 빠뜨려, 밤새도록 만두공장에서 도망다니는 아주 해괴한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주 삭신이 쑤셔 죽는 줄 알았다.....  국제전화요금만 안 비싸면 아즈라엘한테 항의전화할 뻔 했다.... ㅡ.ㅡ

 

#5. 풍경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깨알처럼 보이는 Namche Bazaar 마을의 집들....

 

 

한국 등산용품 브랜드인 블랙 야크 광고를 보면, 히말라야 눈보라 속에서 신비의 동물 블랙야크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마치 엄청난 기연인것처럼 표현....

그래서 블랙 야크가 엄청 신성하고 히귀한 동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노란 야크, 까만 야크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풀을 뜯어먹고 있더라니.....

마치 포르투갈 어 '따봉 Ta bon'이 '괜찮아' 혹은 '오케이' 정도의 평범한 찬사인 걸 알고 배신감 느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랄까.... ㅡ.ㅡ

 

 

청명 청명 청명..... 하늘 색깔이....

 

 

사실, 똑딱이 카메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그 깊이....

한국의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가서도 와~~~ 했었지만, 정말 '산이 깊다'는게 무슨 뜻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깊다는 표현 말고 달리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진기로는 이리저리 어떤 각도로 찍어도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다. 그냥 포기.... (실력 없는 목수의 전형적인 연장 탓!)

 

 

 

여기는 그 유명한 에베레스트 호텔... 해발 3800미터 지점에 위치한,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이다.

돈많은 관광객 중에는 카트만두 시내에서 헬기나 소형 비행기로 여기까지 날아와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바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단다. 이름이 Everest View Hotel 인만큼, 에베레스트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에베레스트, 그리고 그 바로 너머에 로체도 보인다....

 

 

따뜻한 볕 아래서 따뜻한 레몬 차......

 

 

 

만년설이 부쩍 사라진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바라보며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진심으로 우려했다.

그리고 눈이 어여 와야 할텐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간절한 기원을 했더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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