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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이야기 1.

 

히말라야에 다녀 온 지도 벌써 3주가 다 되어 간다.

 

주변의 몇몇 분들은, 뭔가 엄청난 역경으로 점철된 대단한 모험이라도 하고 온 줄 생각하시지만 그건 사실 (엄청난) 오해다. 내가 한 것은 등반이 아니라 트레킹이었고, 신체적 부담의 정도를 따져본다면 지리산 종주보다는 오히려 훨씬 수월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둘레길 수준은 아님 ㅡ.ㅡ)

 

사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트레킹과 관련한 오만가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주변에 궁금해하는 분들이 적잖이 있어서 몇 가지 적어본다.

 

#1. 산에는 어떻게? 

 

내가 갔던 곳은 에베레스트 쪽... 

도로가 없어서 (ㅡ.ㅡ), 걸어가던가 (마을길 통해 가면 6일 걸린단다), 카트만두에서 출발하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Lukla 라는 마을로 직접 가는 방법이 있다 (한 30분 소요). 마치 노고단까지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등반을 할 것인가 선택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시간을 충분히 내기가 어려운 여행자의 사정 상, 비행기로 이동하여 Lukla 를 출발지로 삼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작은 비행기, 높은 고도, 혹은 롤러코스터에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약간(?) 후덜덜...

 

비행기 안은 이렇게 화목하고 친근하다... 운전하시는 기장님 얼굴을 면전에서 마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차의 네비게이션과 크기가 비슷한 비행기용 네비도 볼 수 있다.

물론 낙하산이나 구명조끼 따위는 없다... ㅡ.ㅡ

가이드 아자씨한테 '혹시' 구명조끼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거는 생각하지 말고 타란다 ㅎㅎㅎ

 

 

더욱 흥미로운 것은 Lukla  공항의 활주로...

약 2860미터 고도에 위치하다보니 충분히 길게 만들기가 어려운지라,

엄청나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활주로를 설계했다.

Wiki 에 검색해보면 약 500미터라고 나오는데, 그게 주차장에서 돌아나와 유턴 (ㅜ.ㅜ) 하는 거까지 다 합쳐서이고, 실제 이착륙하는 길이는 약 3백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듯....

활주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12% 경사로.... 그래서 착륙할 때는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이륙할 때는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며 날아오른다...

 

 

저 끝은 낭떠러지...................

2008년에 구름 때문에 시야가 가려, 착륙하려던 비행기가 절벽에 부딪혀서 많이들 돌아가셨다고... ㅡ.ㅡ

 

 

그래도 결국 이렇게 날아오른다...

시외버스 출발하듯, 뒤편에는 다음 비행기가 얼릉 이어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2. 먹고 자는 것은 어떻게?

 

물론,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으면서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가이드, 포터와 함께 움직였고, 숙식은 모두 산장에서 해결했다.

워낙 인기있는 코스라, 중간중간, 배가 고플 때 쯤 되면 어김없이 산장이나 티하우스들이 나타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야생의 세계가 아니고,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원래 살아가던 곳이기에 크고 작은 마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셰르파' 도 고산 지대에 많이 거주하는 소수민족들 중 하나)

 

식사와 숙박비는 내가 지불한 전체 비용에 다 포함되어 있고 음료수나 휴지, 샤워비 같은 것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산장에 난방은 되지 않는데, 뭐 당연한 거다. 그 산속에 난방을 하려면 나무를 떼던, 수력발전을 이용하던 어쨌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완전무장하고 (나같은 경우 내복, 양말, 방한복, 다운자켓, 마스크까지!) 오리털 침낭 속으로 들어가면 따뜻해서 잘 만하다. 추워서 잠이 깬 적은 없다!

물이 워낙 차기 때문에 씻는 것은 최소화하고 (자연보호 미명 하에 세수도 안 함... 근데 이건 한국에서 산행할 때도 마찬가지 ㅡ.ㅡ),  한 사흘 쯤 되는 시점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새삼 문명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서도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괴로운 적은 없었으나,

겨울철이다 보니 야채섭취가 부족하여 트레킹 막판에 변비로 고생을 좀 했다.

그러지 않아도 몸도 둔한데, 뱃 속에 응가까지 지고 가려니..... 몸도 무겁고 머리도 띵하고.... ㅜ.ㅜ

 

첫 번째 밤을 보냈던 게스트하우스 모습이다.

 

 

이렇게 생긴 주방에서, 맛난 요리를 준비해주신다.

달 밧, 티벳 빵, 볶음 국수, 그리고 따뜻한 밀크티..... 음.... 생각이 나는구나....

 

 

음식 말고, 다른 것들도 판다. 물론, 고도가 높아질수록 가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짐을 지고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당연한거다.

놀라운 거는... 웬 탄산음료를 그리도 많이 파는지.... ㅡ.ㅡ

현지 '에베레스트 맥주'도 눈에 띈다.

 

 

이렇게 물자를 운반한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것은 등유.... 대개는 조리에 사용되는 '곤로'의 연료.....

이런 길로, 여행객도 지나가고, 소와 말, 야크도 지나가고,

동네 아이들도 지나간다. 등성이 너머 학교까지 두 시간 걸려 걸어다닌다고... (합이 네 시간! ㅡ.ㅡ)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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