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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관련없는 책들 - 장 아메리, 조지 오웰, 희망제작소

출퇴근 시간이 길다보니 술렁술렁 책 진도가 자~알 나간다.

근데 정리할 시간이 왜 이리 없나 모르겠다.

 

대전 살 때는 저녁 모임 거의 제끼고 살았는데

서울에 오니까 저녁 시간에 웬 모임이 그리 빈번한지.... ㅡ.ㅡ 집이 아까워...

 

의보사 후배들 왔을 때는, 저녁 먹고 함께 집으로 걸어오다가 골목길에서 길을 잃을 뻔했다.

해지기 전에 돌아다녀본 적이 별로 없어서 길이 낯설게 느껴졌음 ㅋㅋ

 

하여간, 이러저러해서 책을 읽어도 조용히 숙고할 시간이 없다는 게 좀 문제...

 

#1.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자유죽음] 산책자 2010

 

 

자살의 다른 이름, 자유 죽음에 대한 이야기.

책의 성격은 저자의 머리글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은 심리학이나 사회학과는 거리가 멀다. '자살학'이라는 과학이 끝나는 곳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이 책의 많은 대목에서, 내가 자유죽음을 옹호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지도 모르겠다. 그 같은 오해는 단호히 말해두지만 삼가주기 바란다. 변론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은 다만 자유죽음을 좇는 사람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살'이라는 현상만을 추적하는 과학적 연구에 대한 반작용일 따름이다...."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구절들은 이것...

 

"희망이라는 원리를 놓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모순이지만 피할 길이 없는 허무라는 운칙도 함께 인정하는 게 우리의 새로운 휴머니즘이다"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 한편으로는 사회가 냉혹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발적으로 인생의 고리를 끊겠다고 할 때 필요 이상의 과열된 관심과 근심을 보이며 소동을 떠는 이중성으로는, 인간을 올바로 이해할 수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사회의 소유물인가?... 그래서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꼭 찾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에게 속하는 존재인가?"

"잘못이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어쩔 수없이 품어야 하는 헛된 희망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지나온 나날을 돌이켜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리라."

 

장 아메리는 열정적인 레지스탕스 활동과 그로 인한 투옥, 고문, 그리고 홀로코스트를 견뎌낸 생존자로서 스스로 자유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자살한 호텔방의 숙박료와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메모까지 남겨놓고...  엄청난 시련을 모두 통과한 이후, 노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행보는 프리모 레비의 죽음과 함께 자유의지로 살아간다는 것, 삶의 의미에 대해 엄청나게 부담스런 숙제를 던져준다.

 

어떠한 자살도 모두 부당하다거나, 혹은 꼭 막아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개인의 실존적 결단이 어떤 사회적 유형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사회의 불공정한 질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그건 충분한 개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자살에 다 사연이 있고 통계로 쉽게 간과해버릴 수 없는 삶의 진실이 숨어있겠지만,

모든 선택이 다 장 아메리나 프리모 레비와 같은 그야말로 '자유' 죽음이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에게 속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사회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운 존재도 아니지않은가...

 

어쨌든, 자살에 대해 공부를 하는 이들, 더구나 계량적이고 실증주의적 자료 분석에 집중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2. George Orwell [The Road to Wigan Pier] Harcourt  (1958 copyright)

 

 

내가 생각하는 오웰 식 글쓰기의 가장 큰 미덕은 객관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주어'를 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

Homage to Catalonia 에서도 그랬지만,  '세상에 노동자들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요' 이렇게 무조건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본인이 본 것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최대한 충분한 근거들을 확보하려는 노력, 그리고 본인만이 노동자의 편이라고 혹은 진짜 사회주의자라고 강조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회의와 의심, 현재 운동에서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점은 정말 매력....

 

달리 본다면, 리버럴하고 나이브한 사회주의자.....  주변 운동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ㅡ.ㅡ

이 책은 Left Book Club의 청탁을 받고 오웰이 북부 실업자들의 생활 모습을 직접 탐사하여 기록을 남긴 것인데, 창탁 의도와 달리 실업자들은 물론 취업 노동자들의 삶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제 2부는 통째로 현재 사회주의 운동이 왜 힘을 못 쓰고있나 개인의 생각을 담고 있다. 본인이 devil's advocate 라는 전제 하에, 아주 신랄한 어조로....  그래서 정착 원고를 맡긴 북클럽은 아주 난감해했다고.... 북클럽 대표가 쓴 서문에 이런 딜레마가 잘 드러나 있다.

어쨌든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노동자 북클럽에서 이런 르포를 스스로 기획하여 작가를 파견하고, 또 내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북클럽 이름으로 출간하고 그걸 서문에 담아냈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참신해보인다.

 

오웰은 정말 꼼꼼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노동자 가정의 주간 생활비, 방의 넓이, 식품의 목록 등등), 그러면서도 결코 노동자들을 대상화시키거나 혹은 신비화시키지 않고 삶의 본질적인 조건에 대해 아주 위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후반부의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비판은, 그것을 오늘 날 한국사회 진보운동에 대입한다고 해도 그리 틀릴 것 같지 않을만큼 생생하면서도 '상식적'이다.  그런 거 보면 과연 운동의 방식이라는 게 발전을 하기는 한건지 좀 의심이....... ㅡ.ㅡ

책에서 오웰은 임박한 파시즘에 대해 몇 번이나 경고를 했고, 아니나 다를까 원고를 넘기자마자 스페인 전선으로 달려간다. (그러니 자신의 책이 가져온 북클럽 내부의 대혼란도 본인은 몰랐을 것.... 북클럽 운영자들만 불쌍해 ㅜ.ㅜ) 

 

이래저래 할 만은 많지만, 어쨌든 이 책은 삶의 진정성으로 가득차 있고, 감동적이며,  성찰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무조건 강추!!! 심지어 영어로 된 원서도 도전해볼만함... 쓸데없는 기교와 복잡한 문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음. 간결하면서도 위트있는 문장들 작렬.....

 

 

#3. 최민섭 등. [우리시대의 희망찾기 - 주거 신분사회 ] 창비 2010

 

 

뭐 나쁜 책은 아닌 거 같은데, 손낙구 선생의 책이나 최근에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 내용들, 사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 정말 오랜만에 구입한 책이었는데 (그것도 새책!!!) 은근 돈이 아까워 ㅜ.ㅜ

좀 기다렸다가 대출해서 볼 걸....

(이걸 지금 독후감이라고.........)

 

앞으로는 빌려 읽는다, 헌책 산다 원칙을 꼭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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