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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바보원정대_대단원

hongsili님의 [아이슬란드 바보원정대_11] 에 관련된 글.

 

# 2018/06/17

 

일찌감치 짐 챙겨서 셔틀버스 타고 헬싱키 공항으로 이동.. 와 그 작은 공항에 사람 대박 많아서 진심 깜놀함.. 정말 아이슬란드가 핫플레이스이기는 하구나 실감.....
그리고 공항에서 엄청 기괴한 풍경 목격했는데, 대합실에서 수박 1/4분면을 먹고 있는 승객이 있더라구ㅋㅋㅋㅋ 내 눈을 의심. 아니 어떻게 시큐리티를 통과한 거지????  아직까지도 미슷헤리...

돌아오는 항공편에서 '월터 미티의 시크릿 라이프' 다시 보니까 기억이 새록새록.... 동반했던 책 나머지 부분을 읽으며 슬렁슬렁 까먹기 전에 여행 기록도 정리....

 

# 여행의 동반자

 

이번에 들고간 책은 아이슬란드 작가가 쓴 일종의 에세이인데, 생활, 안전과 관련한 유용한 팁 뿐 아니라 아이슬란드가 처한 현재의 사회경제적 상황, 갑자기 성장한 관광 산업이 아이슬란드에 가져다준 고민과 대응, 그리고 여행자들에게 부탁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왜 이렇게 관광지에 울타리 하나 없고 화장실이 부족한가, 숙박 요금은 어쩜 이렇게 비싼가 처음에 불만이 없지 않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음. 관광객들의 부주의한 행동이 아이슬란드 자연과 사람들에게 어떤 해악을 남기는지, 그래서 아이슬란드 사람이 관광업의 성장에 양가적 감정을 갖게 된 것도 충분히 알게 됨.... 예컨대 관광객이 조난 당해서 민간구조대가 한번 뜨면 2백만원 청구한다고 해서 황당하다고 욕했는데, 알고봤더니 이곳은 소방/구조대가 완전히 자원봉사 기반으로 운용되고 정부의 돈도 받지 않음... 그런데 관광객이 폭주하면서 도저히 이런 방식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민간 서비스 회사가 따로 만들어졌다 함...

2008/09년 경제위기 이후 아직 회복이 안 되었을 뿐 아니라, 당시에 문제의 핵심에 있었던 정치인, 자본가 누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속상한 사연도 알게 됨... 최초의 의회를 둔 민주주의 국가에, 여성인권 수준이 가장 높은 복지국가이지만 이들 또한 지구촌 여느 곳과 다름없는 문제점들에 직면하여 골머리를 썩고 있다구.. ㅡ.ㅡ


책에 소개된 관광객들의 어처구니 없는 질문 몇 개 옮겨봄 ㅋㅋ 이런 질문은 대개 세계의 중심국가에서 온 철모르는 관광객들이 던진 것으로 짐작 ㅋㅋ


• Which American state does Iceland belong to? (세상에 미국이 중심 ㅋㅋ)

• How many slaves died building this? (asked about the continental rift at Þingvellir) (여기가 미국인줄 아남?)

• Is Iceland a third-world country? (진짜 황당)

• Is there a hospital in Iceland? (진짜 황당2)

• What month is it now? (September.) Oh, you also have September? (이 정도면 미친 거 아님?)

• How long does it take you to drive to Europe? (오마이갓)

 

• What is the best time of year to see both the northern lights and the midnight sun? (제 정신이냐)

• What time do they turn the waterfall off in the evenings? (asked at Seljalandsfoss) (어이 상실1)

• Does the waterfall also run during the night? (asked at Gullfoss) (어이 상실2)

• Which came first, the moss or the lava? (어이 상실3)

• Are those horses warm-blooded? (asked about Icelandic horses that stay outdoors in the winter.) (나 이거 진짜 빵터짐 ㅋㅋㅋ)

 

이거 말고도 아이슬란드 바에 가면 엘프같은 백인금발 여성과 쉽게 사귈 수 있을 거라는 헛소문도 있다는데, 작가는 실로 어이없어 함 ㅋㅋㅋㅋ 여성인권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 와서 뭔 개소리들을 하는 거야....   관광객 진상 짓도 상상 초월 ㅋㅋ 아 진짜 나 같아도 관광객이 싫어질 듯...  뭔가 작가의 나즈막한 한숨이 느껴지는 듯.....

그동안 여행에서 주로 러프가이드나 론리플래닛 같은 가이드북만 봤는데 이렇게 현지 생활인이자 작가가 쓴 에세이 겸 안내 책자도 참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너무 구경꾼으로 왔다가지 않도록 여행자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건네는데, 세계 시민으로서 거창한 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의바른 방문객의 모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며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줌...

 

# 물가, 물가...


그나마 경제위기 전에는 노르웨이, 스위스가 물가 1등이었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아이슬란드가 1등...

기념품 샵에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음. 냉장고 마그네틱은 한 개에 7-8천 원, 주먹만한 조약돌 장식 하나에 4만원, 양털 품질이 좋다고 스웨터 사면 좋다 해서 보니까 좌판에 늘어놓고 세일하는게 25만원.... 와 제정신이냐구..  양말은 혹시 좀 싼가 하고 봤더니 또 4만원이야. 내 운동화가 3만원인데 이게 무슨 일이야 ㅋㅋㅋ

그 와중에 회박사는 무엇에 홀린 듯 돌을 4만원 주고 샀음... 돌 4만 원 ㅋㅋㅋ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거야...
하지만 내가 총무를 맡으면서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서, 오히려 걷은 돈이 남는 믿지 못할 일이 현실에서 벌어짐 ㅋ 다들 그렇게 먹을 거 안 사준다고 욕하더니만 돈 남았다고 또 쾌재를 부르네 ㅋㅋ
 

 

# 후회

 

후회스러운 것은, 사진 좀 잘 찍어보려고 힘들게 캐논 오두막 빌려왔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오호 통재라...
선글라스 끼고 쬐그만 뷰파인더 보며 찍었더니만 심도와 밝기가 엉망진창 ㅜ.ㅜ 심지어 초점도 안 맞아... 아니 초점 안 맞는 사진 진짜 오랜만에 찍어봄..  선글라스 도수도 안 맞아가지고.. 어흑....

역시 아이폰 카메라만한 게 없는 건가.. ㅜ.ㅜ  다음 여행에서는 이제 DSLR 의 로망 완전히 버리고 아이폰으로 귀의해야겠다고 결심함....  아이폰 렌즈셋트나 장만해야겠음...

 

# 이제 끝

 

여행 다녀온지 어언 두 달이나 지나서야 겨우 한숨 돌리고 기록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사실 여행 마치고 바로 2주 후 토론토 출장 가서, 해외 출장 첨이라는 우리 노조 조직국장 데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나들이함... 나는야 6월 한 달 전 세계에서 폭포 제일 많이 본 여자 ㅋㅋㅋㅋ 이게 무슨 일이냐구....


그리고 바로 지난 주에 그토록 여행 내내 나를 괴롭게 했던 원고는 책이 되어 나오고..  여행기록 블로그 정리보다 책이 먼저 나오다니 뭔가 충격임 ㅋㅋㅋ

사실 지난 1월에 일본 견학(?) 갔다 온 기록, 봄에 월출산 다녀온 것도 아직 에버노트에만 있다고... 하 ~

어쨌든 바보원정대 회원 여러분.. 모두 무탈하게 다녀와서 다행이고, 댁들 덕분에 즐거웠소이다 ㅋㅋㅋㅋ

앞으로 농번기 휴가는 사절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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