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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에서 외계인까지...

두꺼운 Sapolsky 책이랑 Sagan 할배 책 메모 정리하다가 나머지 한글 책들까지 밀려서 일단 중간 정산... 

 

# 삼체 1, 2부 (류츠신)

 

삼체
삼체
류츠신
단숨, 2013
삼체 : 2부 암흑의 숲
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단숨, 2016

 

오오오 훌륭하다. 과연 휴고상에 걸맞는구나...

주로 미국 SF 읽다가 한국작가도 아닌 중국작가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뭐랄까 도덕경 읽었을 때 딱 그 느낌... 서양철학사 읽을 때와는 달리 처음 읽는데도 너무 낯익고 다 이해되는 그 느낌이 들었음.
중국 근현대사 배경도 그렇고 사용된 한자어 단어들, 예컨대 지자, 면벽자, 파벽자 이런 거 너무 머리에 쏙쏙 들어옴


거짓말과 권모술수를 시연할 수 없는 삼체인들에게 던져진 문화적 과제가 삼국지연의라니 ㅋㅋ 뭔지 너무 알겠잖아 ㅋㅋㅋ

이렇게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해서 촘촘하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토리를 직조해내는 능력에 진짜 깜놀했네

의도적 오마주인건지, 거대한 전제라서 피해갈 수 없었던 소개인 건지,
우주사회학 개념은 아시모프 할배의 파운데이션에 등장한 셀던 박사의 심리역사학 개념.
우주 공리는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
나노물질을 이용한 우주 엘리베이터 논의는 아서클라크 할배의  fountain of paradise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구..

그리고 지구를 지킬 카미가제 공격대 찾아서 알카에다 방문한 자들이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이야기하는 거 정말 SF 팬들만 아는 이야기잖아... ㅋㅋㅋ 대개 소설 많이 읽은 사람들이 소설 창작도 하는 법이라지만 유독 SF 장르는 팬이 작가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거 볼 때마다 한식구같은 정겨움이 생김 ㅋㅋ

본 주제인 삼체 문제의 경우, 가위/바위/보 간단한 조합이지만 세 명이 경기를 할 때 예측할 수 없듯이 삼체의 랜덤니스가 정말 그리 예측불가능한 것인가??? 일단 이런 의문이 생기고 나니 소설 속 관계가 뭐든지 삼체로 보임 ㅋㅋㅋ
삼체행성을 추종하는 분파들이 셋으로 갈라지고 나서 서로를 견제하고 지배하려다 공멸하려는 것이나
삼체행성과 지구, 또 다른 지능형 행성의 관계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이나...
둘이 아니고 셋이 되었을 때 랜덤니스가 폭주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 산재함...
 

얼릉 3권이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구먼.. 이건 영어본이 아니라 반드시 한자어를 살린 번역본으로 읽어야 한다구 ㅋㅋㅋㅋ

 


#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아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민음사, 2017

 

K 편집자가 엄청 칭찬하면서 이런 컨셉의 책을 기획해보자고 해서, 도대체 어떤 책인가 하고 추석 연휴에 읽었음.  페미니즘을 '쉽게' 생활언어로 풀어쓴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함...  두께는 엄청 얇지만 내용은 묵직함...


그러나 한편 뭔가 찜찍한 기분이 사라지질 않았는데...
도대체 뭐가 싫을까 한참을  생각해보니 책의 화자가 나한테 반말해서 싫은 거였음 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나는 상점 입간판이나 미디어 광고에서 반말하는 것도 다 싫어함 ㅋㅋㅋ

독자의 반응을 체크하기 위해 조카 토끼한테 읽어보랬더니,
와 정말 유전자의 힘인가???

내용은 너무 좋은데 이렇게 이랬어 저랬어 대화투 말투 싫다고 해서 깜놀 ㅋㅋㅋㅋㅋㅋㅋ

너랑 나는 유전자의 1/4밖에 공유하지 않았는데 왜 이러는 거야..

 


# 인류의 기원 (이상희, 윤신영)

 

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이상희.윤신영
사이언스북스, 2015

 

 

인간 중심주의와 진보로서의 진화 개념, 혹은 사뢰구성주의에 사로잡힌 이들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함. 허나, 그런 자들이 책 한 권 읽는다고 생각을 바꿀거 같지는 않음 ㅋㅋ

근데 그러다보니 내 입장에서 그닥 흥미진진하지는 않았음 아마도 직전에 Sapolsky 책을 읽어서 그럴수도 있고, 이미 익숙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탓일까...

본문 중에 인간의 수다가 입으로 하는 (동물들의) 그루밍이라는 말 너무 기발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수다에도 권력이 있다는 점에서 딱히 적절한 메타포같지는 않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글항아리, 2018

 

번역이 후진 건지, 원저자의 개그코드가 괴랄한 건지,  뭔가 유머에 반어법이라고 썼는데 재치가 2프로 부족 ... 어리둥절하기만 함 ㅠㅠ  게다가 후기에서는 갑지기 진지한 모드로 농담을 수습해서 더더욱 어리둥절

막연히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북유럽 국가 ㅡ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스위덴 (엄밀히 말해 스칸디나비아는 노 덴 스만 포함) ㅡ 사람들 사이의 역사적 문화적 차이와 서로간의 인식, 관계에 대해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나 전반적으로 아쉬움 ㅠㅠ

다른 나라는 잘 몰라도 최소한 최근 아이슬란드에 다녀오고 현지 작가가 쓴 에세이를 읽어보면, 예컨대 그곳 사람들이 요정에,집착한다는 이야기나 발효 상어요리 이야기는 너무 관광객스러운 피상적 소개라 어리둥절.. 혹시 내가 가보지 못한 다른 나라 소개도 이런건 아닐까 의심이 ㅠㅠ

 

그래도 내용 측면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었는데,

이를테면 핀란드 사람은 해야할 일을 꼭 하기에 핀란드어에 미래시제가 없다는 말 인상적 ㅋ 근데 좀 무서움 ㅋㅋ

전반적으로 북유럽 사회가 고립되고 동질적 문화를 공유해온 고막락 사회라는 해석에 매우 동의하나 일본 같은 고맥락 사회와 어찌 다른지는 잘 모르겠음.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중요성이나 작동의 기제가 뭔가 다를거 같은데 말이지 ㅠㅠ

또한 이민문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할거리를 던져줌.  본국의 전통과 문화를 버리고 이주 국가의 소위 현대적 문화에 동화하라고 당연히 강제해서는 안되지만 젠더 불평등이나 종교 강요 같은 이슈들은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용인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말여....  노르웨이에서 추위와 어둠을 견딜 수 없다면 다른 나라로 가야 하는 것처럼 성평등을 견딜 수 없다면 함께 살기 어렵지 않겠냐는 노르웨이 사람의 말에 백퍼 공감함

스위덴의 극우 스웨덴민주당에 대해서 그리 낙관적으로 평하지 않으면서도 우려를 표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뙇 ㅠㅠ  스웨덴을 저비로운 전체주의로 평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할지 잘 모르겠음.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 자율성을 가져갔다지만 남은 자율성과 자유란 게 결국 부유해질 혹은 가난해질 자유라면???  특정 사회적 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국가와의 공적 관계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게 난 부럽기만 한데? 심지어 저자도 후기에서 이 자율성을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언급함 ㅋ 왜 오락가락인지 모르겠네

하여간, 가봐야겠음 ㅋㅋㅋㅋ 남의 말 못 믿겠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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