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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왜? WHY?
오후 3시. 휴일이면 내가 제일 나른한 시간. 이때 쯤 따분한 건 견딜 수 없다. Three in the afternoon. It's the time when I feel most weary on holidays. I cannot stand the dullness of it.
올해가 가기 전에 스멀스멀 또 수다 한 판을 벌리고 싶네? It's better to open up a place where people can meet and have a chat and do more and invite people!
다른 이들은 성탄절 오후에 무엇을 하고 싶을까? 또 무엇을 하기 싫을까? What do they want to do in the afternoon on a Christmas day? What do they hate to do?
경기도 어렵고, 움직이기 귀찮은 휴일이어도, 한 번 정도는 '안 열리는 듯, 열리는' 파티에 참석해도 좋겠다아~~. The holiday during the economic downturn, when I can get lazier to move out of the house/bed.. It may be better to be in a party once, just once!
무엇보다 사람이다. 그들이 세계를 만든다. 어쩌다보니 내가 구심점이 되어 이루어진 사람의 만남은 그 만남의 '시작, 열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Above all, it's people. They are making this world. I accidentally have put myself in the center of the human network. The meetings themselves have their meaning from the opening.
나는 빈 놀이터 제공자 역할을 하는 기쁨을 안다. 나는 그저 빈 놀이터이다. I am overjoyed to be in this position, providing an empty playground. I am merely the empty playground.
빈집에 여러분을 초대하는 이유이다. 빈집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This is why I invite you to the Empty House. I wish there would be more empty houses.
각자의 몫과 방식이 다르지만 분명히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신의 빈집을 만든다. Your share and methods vary, but clearly you are now also making your own empty house.
여하간 성탄절 3시부터 뭔가 같이 하고 싶은 이는 아낌없는 제안과 파아뤼 준비를 함께 해주길 바라요-
Anyway, those who want to do something together, please share your ideas and preps for the party at three pm on 25th!
생각나는 할 수 있는 일: 보드게임, 카드, 화투, 퍼즐, 스크래블, 타로카드, 늦게나마 크리스마스 엽서 돌리기, 새로운 친구 사귀기, 옛날 친구/선배/후배 만나기,
WHAT YOU/WE CAN DO: boardgame, card, korean card(?), puzzle, scrabble, writing christmas cards 'very late', making new friends, meeting old friends,
같이 요리하기, 내가 한 맛난 음식 자랑하기, 노래하기(노바디?), 춤추기, 뜨개질하기, 그냥 수다떨기, 욕하기, 먹기, 마시기,
cooking together, boasting my cuisine, singing, dancing(maybe 'NOBODY' again?), doing crochet, chatting, gossiping, eating, drinking,
빈집 탐색하기, N타워 감상하기, 산책하기, 냥이랑 멍이랑 놀기, 만화책 보기, 운동하기, 아무것도 안하고 사람 구경하기, 자기, 글쓰기, 등등등
exploring the Empty House, admiring N Tower, taking a walk, playing with the cats and the dog, reading comic books, exercising, doing nothing but watching people, sleeping, writing, etc.
미원의 상상력을 능가하는 여러분의 상상력으로 내 집에서 놀듯, 같이 놀아 봅시다~!
Anything to add outside the list above? You are allowed to prepare things as you would do at home!
준비물: 올 지, 못올 지 미원에게 메일/문자 한 통 (*매우 중요, 늦어도 12시간 전까지) Preperation: a message for telling Miwon if you are coming (*important, no later than 3 am, 25th)
가져와서 놀 것, 먹고 싶은 사람은 먹을 것(요리할 것), 또 가져오고 싶은 것 암거나, things to play with among what you have now, things to eat (or to cook), and what you want to bring
같이 올 친구 (있음 좋고, 없어도 좋고/ 이 공지를 돌려보세요) friends (if there is any / you can even pass this notice around)
1000원 +a (빈집에 머무르는 대가(?)) 1 thousand +a won (Contribution for the Empty House)
자기 자신, 그 안에 솜털처럼 가벼운 마음 yourself with a light heart
이 날 만큼은 잊을 것: 담배, TV, 핸드폰, 컴퓨터, 일회용품 WHAT YOU WOULD FORGET : cigarettes, TV, cellphone, computer, disposable packages
개장-폐장: 3시-9시 (더 놀고 싶음 알아서- 뒷정리만 잘 한다면야) OPEN-CLOSE : 3pm - 9pm (you may stay longer if you would like to clean up together afterwards)
장소: 빈집 1 (http://house.jinbo.net/index.php/%EB%8C%80%EB%AC%B8) VENUE : the Empty House 1 (refer to the website)
How to get there/
아래 글에 없는 내용 첨언: (걷는 이들을 위하여) 녹사평 2번 출구로 나와 왼쪽 옆에 쳐진 시멘트 벽돌담을 따라 쭈-욱 신호등까지 내려와서 왼쪽으로 난 구부러진 길로 꺾는다.
Additional explanation(for walkers): at Noksapyeong exit no. 2, you can see the wall along the sidewalk. walk down till the end of the wall and there is a small path on the left. Walk into the path.
걷다보면 장독을 쌓아놓은 가게도 보이고, 가게가 드문 드문 있는 거리로 들어선다. 그 길 따라 쭉 올라가면 그 끄트머리 정면에 종점약국이 보인다. (9분 쯤 걸린다)
You can see a store and a stall where the korean pots are arranged, there are stores once in a while. Walk up straight till the end of the road, and you will see a red sign which says '종점약국(you should try writing this korean down so that you can compare the sign and your memo)' (it takes about 9 minutes)
종점약국은 지도를 참조하고, 거기까지 와서 오른쪽으로 2,30미터 내려가면 보이는 지하 보도를 통과한다. 출구로 나와 육교 건너지 말고 직진, Refer to the 종점약국 on the map below, on the center, at the bottom. once you arrive there, turn right and walk down a bit. you will see the underground pass for passengers. pass through it, then walk straight (don't cross the overpass), till you can see the crosswalk.
빈집은 밑에서 보듯 삼각형 모냥 모서리에 있는 첫번째 집이다.
the Empty House is across from the street, the first light gray house on the delta area.
You can come:
1. 자전거를 타고 알아서 온다. by bicycle ; if you think you know the area well
by subway and bus;
2. 6호선 녹사평 역에서 내려서 걷거나 버스(143, 401, 406, 4012)를 타고 '3호터널입구'에서 내린다. Walk from Noksapyeong(line no.6) (as I explained above), or take a bus 143, 401, 406, 4012) and get off at '3 ho teo neol ip gu(3호터널입구)' It's in English, 'the third Namsan tunnel entrance'
3. 서울역에서 내려서 남산순환도로로 도는 버스(4012, 402, 0014)를 타고 '보성여고입구'에서 내린다. From Seoul Stn.(line no.1/4) take the bus (4012, 402, 0014) and get off at 'Boseong Girls' Highschool'
4. 숙대입구에서 내려서 '용산02'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약국'에서 내린다. From Sookmyung Univ.(line no.4) take the bus 용산(yongsan) 02 and get off at 'Jong jeom yak guk', jong jeom pharmacy
5. 자동차는... 타고 올 사람이 있을라나? ㅋ well, anyone will come by car? I hope the Navigator will tell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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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may send a message to all the people listed if it's necessary.
See you real soon!
Miwon Seo
--
Time is a succession of presents.
A conscious self remembers the pasts as if each past existed in the presents.
서미원 Miwon, Seo
미원씨가 보낸 초대 메일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보시다시피 국문/영문 메일입니다.
덕분에 숙원사업이었으나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었던
빈집 찾아 오는 길 설명의 영문판이 생겼네요. 우히히
에스페란토어로 옮겨주실분? ㅋㅋ
일어나 다른 언어도? ㅎㅎ
아무튼... 크리스마스 때 특별한 일정이 있을리 없는 사람들은 먹거리 마실거리 들고 오세요. ^^
고양이 세마리가 동시에 안겨 자는 보기드문 광경.
미모로 고양이, 개, 사람 가리지 않고 녹이면서 다니는 동글이의 클로즈업 사진.
동글이와 잠자는 아이들.
아크로바틱.
태극모양 고양이들
아크로바틱 2
턱괴고 자는 멍니.
이모가 사다준 새 옷 입은 복돌이.
복돌이, 멍니, 지각생
두 커플, 잠들다.
새끼 고양이 멍니와 동글이는 새 입양처를 찾고 있습니다.
둘다 너무너무 예쁘고 정들었지만...
빈집이 사람이며 동물이며 너무 포화상태라서...
다음에 들어올 집없는 동물들을 위해서라도 입양할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가능하면 둘 모두 함께 입양보냈으면 합니다.
보시다시피 너무 사이가 좋아서요...
빈집에 애들 보러 놀러오세요. ^^
심봤다.
빈집 마루에서... ㅋㅋ
에스페란토 합숙에 참가했던 일본 사람들 중 하나가 샀다가 깜빡하고 놓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어쩌면 산삼일 수도 있다. ㅋㅋ
아무튼, 경동시장을 정기적으로 가면서 매번 인삼에 눈독을 들이던 지음은...
결국 숙원사업을 감행하고 만다.
말랴가 얻어온 한살림 요구르트병 등을 이용한 인삼주.
술을 싫어라하는 사람들의 저항으로 나머지 세뿌리는 절편 꿀절임(왼쪽)으로,
남은 가는뿌리들은 다져서 역시 꿀에 절임(오른쪽).
1개월 후 출시 예정.
팔게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
이에 앞서... 유자차 한 병을 순식간에 동내버린 빈집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서...
지각생에게 후원받은 유자로 아규, 송락, 지음이 만든 유자차...
왼쪽은 유자 껍질만으로 담은 것,
가운데는 유자 알맹이로 담은 것.
오른쪽은 유자씨를 소주에 담은 것.
스킨으로 쓰면 좋다는 정보가 있으나...
마찬가지로 피부에 양보할 게 남아 있을 것인지는 모른다. ㅋㅋㅋ
허브에 이어 이번에도 고양이들의 협조를 받아봤다.
빈집 인삼 고양이, 멍니.
빈집 유자 고양이, 동글이.
어제 오늘 빈집에서 에스페란토 대회에 참여했던 느티나무예요. 지각생 맞은 편에서 함께 게임을 했지요. 게임 이름이 뭐더라~ 그래, 할리갈리였지...
살다보면... 목적했던 것이 아닌 것에서 더욱 큰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아요. 에스페란토 대회는 사실 처음 참가해 보는 것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감동은 없었어요. 자주 접하는 익숙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더욱 감동을 주었던 것은 빈집 식구들이었어요. 에스페란토 대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두 산책하러 나갔다가, 캄포와 나는 산책을 포기하고 빈집에 들어섰는데, 모여서 아침을 먹고 있던 빈집 식구들을 보게 되었지요.
단지 아침을 먹으며 앉아있었을 뿐이었지만, 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물론 할리갈리 게임은 압권이었지요. ^-^
그렇게 재미있게 살고 있는 빈집 식구들을 보니 참 기분이 좋아지네요.
이 글을 쓰는 까닭은 빈집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그리고 특별히 지각생에게 꼭 에스페란토 배워보라고 말하고 싶어서랍니다.
쓰던 화장품까지 선물을 받았는데, 후원금을 꺼내서 주머니에 넣었다가 깜박잊고 그냥 왔어요. 다음에 다시 갈 일이 있겠지요.
그럼, 모두들 안녕~ 그리고 개와 고양이들도 안녕~ ^-^ / amike, Zelkovo
윗집 집들이를 하던 날이다.
바닥에 비누를 풀어 싹싹 닦았다.
아규는 발바닥에서 피가 났다.
배가 고팠다.
밥을 시켰다.
한 시간을 기다렸다.
차가운 방바닥에 앉아 이런 걸 했다.
밥을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천 피스 퍼즐을 펼쳤다.
펼치는데
밥이 왔다.
먹었다.
그리고 나는 훌쩍 왔다.
잘들 있는가?
바닥에 쏟아진 천개의 퍼즐조각들은...
나 참으로 천개의 조각중 하나가 되고 싶구나.
다시 만날 때까지
잘들 지내게나.
방이 언넝 빠지길 기도해줘.
그리고
그날 나눠 먹은 도시락 밥,
참 고마웠어.
![]() |
에콜로지카 Ecologica - ![]()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정혜용 옮김/생각의나무 |
왜 이 책이 왔을까?
빈집 위키 홈페이지에 있는 '앙드레 고르 콜렉션' 때문일까?
아니면 '도린과 고르의 생활' 때문일까?
아무튼.
좋아하는 저자의 책이 번역된 것도 기쁘고, 그 책을 소문도 듣기 전에 받아볼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
벌써 반쯤은 훑어봤는데, 한 동안 들고 볼 책이다.
같이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겠다.
다음은 <세계적 위기, 탈성장, 그리고 자본주의의 퇴조>라는 장의 마지막 부분.
"
공동협력 자율생산이라는 유토피아가 대규모로 즉각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구상의 어느 지점에선가부터 실천되는 즉시, 사회적 실험의 본보기로서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한 유토피아는 언제라도 실현할 수 있는 한심스런 미봉책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상의 가능성으로부터 출발하면서 우리에게 목표를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을 현실적으로 원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 있다. 이러한 유토피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존재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시선 변화에 일조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한편으로는 각자 무슨 대가를 치르든지 노동을 얻어내기 위해서 만인을 상대로 싸우기를 요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노동'을 대거 몰아내고 있는데, 이렇듯 모두의 의식, 생각, 그리고 상상 속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노동은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가게 되면 그 중심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 유토피아는 우리가 그 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한 우리가 노동을 '하지' 누군가 우리에게 노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또한 노동의 재점유 수단이기도 한 그 수단들을 이제는 우리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
자. 이정도면 책값은 다 한 것 같고......
그 다음 얘기는 우선 책부터 다 읽고 다른 포스트에 쓰기로 하자.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게 익숙해지고 난 후로 나에게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주고 사 먹는 음식을 어떻게 믿고 먹는 것일까? 요새 어지간한 집에서는 MSG를 포함한 조미료를 쓰지 않고 요리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다. 그게 몸에 좋은 것은 물론이고 맛도 깔끔하다고 다들 얘기하지 않나? 그런데 어느 식당이 조미료없이 장사하는 집이 있기나 한가? 또 집에서는 웰빙이다 뭐다 해서 값비싼 유기농 음식들을 사다먹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식당에서도 같은 재료를 쓴다고 기대하는 걸까? 중국산 재료라면 치를 떠는 그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는 식당에서 중국산 재료를 빼고 먹을 게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이들에게만큼은 좋은 걸 먹이려고 무진 애를 쓰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식당에서 재료를 꼼꼼히 따져서 아이에게 사 먹이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멜라닌인지 멜라민인지 하는 물질이 몸에 나쁘다고 난리법석이었지만, 그것보다 안 좋은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가공식품들이 넘쳐난다는 것은 상식이지 않는가 말이다. 광우병 쇠고기도 대통령부터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집에서야 어떻게 안 먹는다고 쳐도, 수많은 식당들에서 먹는 밥에 들어있는 쇠고기를 어떻게 다 검사한단 말인가? 집에서는 상추를 한 잎 한 잎 꼼꼼히 씻고, 그릇도 하나하나 세제가 남을까 세균이 있을까 꼼꼼히 씻어 먹는 사람들도 하루에 수천 장의 상추와 수천 개의 그릇을 씻어야 하는 식당 사람들에게 그렇게 할 것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 숯불구이를 하고난 불판을 한번이라도 씻어본 사람이라면, 하루에 수백 장의 불판을 씻어야 되는 고기집 사람들이 편하게 독한 세제를 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식당 사람들이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보자.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이 푼돈 달랑 주고 밥을 달라고 한다. 이 사람들은 또 올 수도 있지만 안 올 수도 있다. 괜히 특별한 맛을 냈다가 맘에 안 들면 다시는 안 온다. 어떤 사람도 한 끼 밥을 먹고 여기에 무엇이 들었는지, 어떤 좋은 재료와 어떤 나쁜 재료가 쓰였는지 중국산이 쓰였는지 국산이 쓰였는지 유기농이 쓰였는지 유전자조작식품이 쓰였는지 알 수는 없다. 또 애써 준비한 음식을 고맙게 먹기는커녕 반 이상 남겨서 버리기 일쑤다. 좋은 재료 쓴 것이 아깝고, 애써 만든 품이 아깝다. 그저 남들 다 하는 것처럼 평범하고 무난하게, 조미료 맛이면 충분하다. 다들 입맛 자체가 값싼 재료와 조미료에 길들여진 저질 입맛이라서 오히려 더 좋아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어떤 메뉴를 시켜도 5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난리를 친다. 물 한 컵 지 손으로 떠 먹기를 하나 수저를 놓기를 하나, 지 먹은 그릇을 정리라도 해 놓는 사람이 있기를 하나, 양반에 상전이 따로 없다. 심지어 전화로 배달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회용기와 석유를 처먹고 시끄럽기나 한 오토바이도 쓰지 않을 수 없다. 또 어찌나 먹지도 않을 반찬 가짓수는 늘이라 하고 그릇은 자꾸 달라고 하고 불판은 또 그렇게 자주 갈아달라고 하는지 한 테이블 당 설거지 할 그릇만 수십 개다. 일은 어렵고 고되지만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돈이라도 많이 벌리지 않으면 이 짓을 왜 하겠는가? 티나지 않게 싸구려 재료를 쓰고 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방법의 유혹은 이미 넘쳐난다. 손님에 대한 애정? 음식에 대한 자부심? 일에 대한 보람? 그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식당에서 돈을 주고 음식을 사고 파는 행위, 그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미스테리다. 돈 받고 음식을 파는 사람이나 돈 주고 음식을 사먹는 사람이나 결코 서로 믿을 수 있다거나 함께 행복하다거나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이 상황을 다들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간단히 도시락을 싼다. 나 때문에 수고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일을 떠넘겨야 할 필요 도 없다. 있는 반찬을 그냥 담기만 하면 된다. 점심시간 마다 그저 그런 식당들 중 어느 식당을 가야할지,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만들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나도 음식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 점점 늘게 되고, 그것이 또한 즐거움이 된다. 집에서는 여성의 일로 강제되고, 식당에서는 지겹고 고된 노동일뿐이지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원래 즐거운 일이다. 또 자기가 한 음식은 다 맛있다. 꺼림직한 조미료나 가공식품은 안 쓰면 그만이다. 믿을 수 있는 생협 등을 통해서 고이 키운 유기농 재료도 기꺼이 쓸 수 있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유기농 재료로 써도 식당에서 정체불명의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 또 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채식을 하는데, 비싼 채식 식당을 가거나 주문할 때마다 뭐가 들었냐고 묻고 또 일일이 빼달라고 실랑이 할 필요도 없다. 도시락을 같이 먹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더 좋다.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 볼 수 있다. 또 서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얘기도 하고, 칭찬도 하다보면 다들 점점 더 맛있는 도시락을 싸게 된다. 식당 찾는 시간, 음식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 없다 보니 점심시간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주변에 공원이라도 있으면 도시락만 들고 가면 바로 소풍 분위기로 전환된다. 음식을 남겨서 버리는 일도 없어져서 귀한 음식이 음식 ‘쓰레기’가 되는 비극도 끝난다. 또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하게 되니까 집에서 식구들과 같이 식사를 할 기회도 늘어나서 좋다.
우리는 밥을 짓지만, 밥은 우리를 만든다. 김치를 먹는 사람에게는 김치향이 나고, 카레를 먹는 사람에게는 카레향이, 버터를 먹는 사람에게는 버터향이 나기 마련이다. 가부장적인 밥, 자본주의적인 밥, 육식위주의 밥, 생명파괴적인 밥을 먹는 사람에게는 어떤 냄새가 날까? 여성의 눈물과 노동자의 땀, 동물의 피와 생명의 한이 뒤섞인 복잡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본래 자신의 냄새는 스스로 잘 맡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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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고민한데 비해서, 짧은 시간에 쓰는 바람에 제목과 내용, 각 단락들의 내용, 문체가 다 안 어울리지만...
일단 여기까지... 나머지는 여러사람 손을 거쳐서 어딘가에 기고될 듯.
아래는 쓰던 중에 생각난 건데 어딘가 다른데 써먹을 데가 있을까봐.... 그냥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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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유물론
어머니가 차린 밥을 먹는 사람은 아이다.
아내가 차린 밥을 먹는 사람은 마초다.
주인이 내린 밥을 먹는 사람은 노예다.
노예가 차린 밥을 먹는 사람은 주인이다.
가족이 차린 밥을 먹는 사람은 가부장적인 인간이다.
밥을 구매해서 먹는 사람은 자본주의적 인간이다.
대규모 공장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산업주의적 인간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생산한 밥을 먹는 사람은 세계화된 인간이다.
다른 동물의 살로 만든 밥을 먹는 사람은 인간중심주의 인간이다.
자기 혼자 밥해서 혼자 밥먹는 사람은 개인주의적 인간이다.
먹던 밥을 남겨서 버리는 사람은 소비주의적인 인간이다.
농약과 비료로 키워진 밥을 먹는 사람은 반생태적인 인간이다.
오토바이나 자동차로 배달되는 밥을 먹는 사람은 석유중심적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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