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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변혁의 시대 후기 3 - 20 일

2005 전쟁과 변혁의 시대 참가후기가 이제 절반을 지났습니다. ( 라고 말하니까 뭔가 거창하다는 -_- ) 오늘은 세번째로, 20 일 참여분에 대해서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 -,-;;


20 일 (토요일) 은 강연내용도 강연내용이지만, 무엇보담도 여기저기서 오신 분들과 함께 강연들을 들을수 있어서 더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해서 '무료 짐승새끼 관람' 이벤트가 효과가 있었던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아무리 통박을 굴려봐도 그렇다는 증거가 나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주말이니까 그렇겠지... 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주 5 일제 만세! --;


20일 오전, 전날 쬐금 움직였답시고 되게 꼼지락 거리게 되더군요. 눈은 떠지는데, 일어나서 씻고 나가기가 어마어마하게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 담배하나 입에물고 방바닥에 멍~ 하니 엎드려서 '나갈까 말까' 를 고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미디어몹의 crylow 님 ( http://www.mediamob.co.kr/crylow/ ) 이 시더군요. 사람 오라 그래놓고 어디 쳐박혀 있느냐고 야단을 치시길래 ( 물론 실제로 저러지는 않으셨슴다 ^^; ), 12시 까지 가겠노라고 싹싹빌고는 없는 기운을 짜내서 힘겹게... 다시 엎드렸습니다. ㅡㅅㅡ


우여곡절끝에 도착해보니 첫 강연이 막 끝난 시간이더군요. 2 층 도서판매대에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그리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 인사를 하시는 것이었슴다. 짐승 아이큐는 붕어빵( 금붕어 아닙니다 ) 아이큐랑 맞먹는지라 그전에도 종종 상대방은 절 알아보시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도 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누구시더라' 생각하면서 일단 인사는 드렸죠. 잠시뒤에 crylow 님을 드디어 만나서리, 둘이서 2 토론 시간에 뭘 들을까... 를 고민하는 도중 드디어 아까의 그분이 누구신지 기억이 나저군요. 지난 메이데이 전야제때 뵜던 역시 미디어몹의 박노인 님 ( http://www.mediamob.co.kr/vinsun/ ) 이셨던 것입니다. 흐미... 허겁지겁 박노인님 뒤를 따라서 강의실로 들어갔습니다만 사람이 넘 많아서 '아까의 그분' 을 찾는데는 실패했습니다. --;;

 

포스트모던 역사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
최갑수(서울대 서양사학 교수)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끝에 12 시 부터 진행되는 두번째 토론타임에서 '포스트모던 역사학에 대한 비판적성찰' 을 들을수 있었습니다.  연사는 서울대 서양사학 교수이신 최갑수씨가 수고해 주셨습니다.


최갑수 교수님은 발제문에서, 서구에서 이미 60 년대에 잠시 등장했었던 포스트 맑스주의, 포스트 구조주의 등의 '포스트 증후군' 이 우리나라에서는 90 년대 초중반에 들어서야 번성하게 되었는데 이는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조국근대화' 의 논리속에 이러한 담론들이 묻혀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시면서 본래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미국 학계만의 사조일뿐, 유럽 등지에서는 논의된바 없고 이는 세계 지식인 구도에서의 패권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고 하셨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근대에 나타난 합리주의, 정확하게 근대성에 포함된 자유주의,사회주의,전체주의 등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주장합니다. 이는 백인, 남성, 유산계급에 대한 비판이면서 또한 동시에 맑스주의에 대해서도 서구중심적, 남성중심적 이라며 비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낳기도 하죠.


고대 역사학의 역활이 지배계급에게 도덕률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면, 근대에 들어서는 역사학의 임무는 국민국가로서의 국민적 정체성의 형성을 위한것으로 변환 됩니다. 반면에 좌파 사학자들은 국가를 뛰어넘어 민중의 관점으로 역사를 해석하려고 해왔는데, 포스트모던 역사학은 국민국가적 관점도, 좌파적 관점 ( '계급'에 대한 반감때문에 ) 도 모두 거부합니다. 포스트모던 역사학은 사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근대의 실증주의 역사학에 반대하고 역사를 해석하는 주체의 가치관이나 관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역사학 자체의 가치를 폄하했으며, 때문에 심지어는 '역사소설' 과 '사료' 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국가, 민족, 세계사등의 거대담론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미시사,일상사,여성사 등의 미시담론을 주장하며 사료를 '역사대안소설' 로 대체하고자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료를 보완하는 역활밖에 수행하지 못했으며, 극단적 상대주의, 거대 담론에 대한 회의 및 거부는 인류진보의 역사, 단계까지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거대담론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서구중심의 역사학이 가지고 있는 오류에 대한 지적은 이론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 운동의 과정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말로 발제를 정리해 주셨습니다.


식사뒤에 박노인님은 영화를 보러 가시고, 저와  crylow 님은 영국 반전정당 '리스펙트' 의 활동가인 존 몰리뉴가 발제를 맡은 법학관 5 층의 '트로츠키 사상의 현재적 의의' 를 듣기위해 움직였습니다.


존 몰리뉴는 먼저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면 세상이 보다 잘 보인다' 는 말을 인용하면서 트로츠키는 중단없는 혁명가 이면서 동시에 영구혁명론, 러시아 혁명사에 대한 기록, 파시즘에 대한 분석 및 스탈린주의의 반 혁명성에 맞서 싸운것 등 이론적인 면에서도 후세에 많은 기여를 한 '거인' 이라고 말하면서, 다만 현재의 상태에 그의 이론들을 단어 그대로 적용하면 많은 오류와 혼란이 있을수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영구혁명론은 당시 러시아의 좌파들에게 널리 퍼져있던, 러시아는 자본주의 발전의 극단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킬수 없다는 단계론을 비판하고 자본주의는 불균등하게 발전하는 것이며, 급속한 자본주의의 발전은 동시에 노동자계급의 급속한 형성과 발전을 가능하게 하며 이 동력을 바탕으로 혁명이 단지 부르조아 민주주의 혁명뿐 아니라 사회주의 혁명으로 진행될수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는 후에 러시아혁명 에서 입증되었고, 불균등 발전이론 역시 제3세계 여러나라에서 증명 되었지만 민주주의와 민족자결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혁명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한 부분은 그렇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중국과 쿠바의 혁명과정에도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없었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트로츠키는 스탈린주의의에 맞서고 소비에트 자체가 사회주의는 아니라는 주장은 당시에는 공격 받았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입증되고 있는데, 특히 일국사회주의 하에서의 코민테른이 소비에트 관료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민족주의적, 개량주의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고 역설했던 부분은 중국혁명 등의 과정에서 입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만으로 소련이나 중국을 '타락한 노동자국가' 로 정의한 부분은 옳지않으며, 이러한 관점은 현대에 중국 노동자들의 자기해방을 위한 투쟁에 대해서  반대할수 밖에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트로츠키 교조론에 입각하지 말고 소련이나 중국 같은 경우 국가자본주의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러시아 혁명이 있었던 시기 독일의 혁명이 실패한 주된 이유는 공동전선 구성에 실패하고 운동이 분열되었기 때문이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독일의 집권 우파인 사민당과 공산당이 공동전선으로 뭉쳐질 필요는 전혀 없으며, 국제적 노동계급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국제적 사회주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플로어토론에서는 중국이 국가자본주의 구조라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분출하고 있다면, 러시아의 경우에는 왜 그런것이 없었느냐는 질문, 조지부시는 파시스트인지에 대한 질문, 트로츠키 역시 마크노 운동을 탄압하지 않았느냐는 주장 등이 있었고 여기에대해 러시아 혁명이 스탈린에 의해 국가자본주의적 성격을 띈 것으로 변질되었을때 있었던 저항에 대한 답변, 파시스트는 부르조아 민주주의를 공격해서 파괴시키고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는데 조지부시는 그렇지는 않다는 것, 트로츠키가 마크노 운동을 직접 탄압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당시 그 운동의 주축이었던 농민과 아나키스트는 노동자 국가에 적대적이었으며 반 혁명적 성향이 강했었다는 점 등을 설명하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의 중앙위원인 크리스하먼이 발제한 '새로운 제국주의' 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크리스하먼은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시장을 통해서 전쟁은 없어질것이라고 주장했지만 ( 대표적으로 마가렛 대처는 '맥도널드가 있는 곳에는 전쟁이 없을것이다' 고 하죠 ^^ ) 지난 전쟁들을 통해서 드러났듯이 이는 현실과 맞지 않았음을 지적했습니다.


반면에 자율주의 와 같은 좌파진영에서는 자본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민족국가의 역활이 줄어들고 있으며 네그리는 자본가들이 평화상태에서 더 많은 이익을 누리기 때문에 전쟁을 지지하지 않을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렇지 않다는것이 입증 되었으며 이러한 주장은 미국이 전세계에 가하고 있는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자본가는 '서로 싸우는 형제들' 이며, 국제간의 문제에서는 이러한 싸움은 국민국가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한편, 네그리와 하트 등 자율주의 이론가들은 자본주의 국가간의 투쟁의 시기는 끝났다고 역설하는데, 그것은 미국의 독주와 기업의 세계화에 따라 전쟁도발이 보다 더 조심스러워 지게 된 상황의 변화에 따른것이지만 냉전이후 구 자유진영 내에서 미국에 대한 갈등이 늘어나고 있는 점, 전 세계의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고 WTO 등 국가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자본의 필요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충돌의 가능성은 더 높아졌으며 실제로 신경전과 다툼이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최강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차순위에 속합니다. 따라서 다른 국가들이 필요로하는 원자재를 장악, 통제함으로서 군사력을 경제력으로 환원시키려고 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중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이라크 침략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한편 다른 나라들역시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두고, 세계화시대 에도 여전히 군비를 증강시키고 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향후 제국들 간에도 서열을 정하기 위한 다툼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플로어토론 에서는 한국의 위치와 역활에 대한 질문, 그리고 금융세계화 론으로 제국주의에 대한 설명을 대체할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크리스하먼은 한국 역시 아류 제국주의 국가로 제 역활을 다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와의 충돌을 피하지 말것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금융세계화론은 국가와 자본간의 관계에서 금융자본의 독립권이 강화되었다고 주장하는것에 기인하지만 그것은 자본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까지 국가와 유착관계를 유지하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이주노동자가 전쟁과 변혁의 시대에
"우리 승리하리라"라는 연대메시지를 직접 써주고 있다.


 

토론이 끝나고 작은영화제에 가셨던 박노인님과 그전부터 쭉 참여해 오시던 이홍 님과 합류한 저희는 마지막 시간으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대행이신 ( 위원장인 안와르 동지는 표적수사로 납치되다시피 연행되어 있습니다 ) 샤켈 아흐메드 샤킬씨, 교육담당인 마숨씨, 그리고 다함께 이주노동자 운동의 활동가인 이정원씨가 공동 발제를 맡은 '인종 차별과 이주노동자'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발제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문화적 차이, 언어소통, 사회적 편견의 문제 및 일상생활의 문제 등으로 겪는 어려움과 교육문제 및 특히 성폭행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6 개 나라 출신 이주노동자들만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올수 있고 나머지 나라의 이주노동자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것, 개악된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미등록 외국인들에 대한 ‘신체적 유형력’ 행사와 ‘경찰봉·가스분사용총·전자충격기’, ‘수갑·포승·안면보호구’ 등의 비 인권적. 폭력적 방식이 '강제력 행사' 라는 조항을 통해서 정식으로 보장받을수 있다는것 등이 폭로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정부와 자본이 원하는것은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서로 차별하면서 단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 따라서 서로 '내가 좀 더 훌륭한 노동자' 라고 생각하면 단결할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출신국가와 성분에 따라 외국자본은 허용하되 이주노동자는 제한하는 방식으로 차별하고 있으며, 이번 11 월 의 APEC 회의를 앞두고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여 탄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실제로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며, 우리의 동지들입니다. 언론들은 이주노동자가 실업의 원인처럼 묘사하고 있으나, 스페인처럼 이주노동자가 거의 없는 국가에서 실업률이 더 높다는 통계를 봐도 그것이 얼마나 허구와 악의에 가득찬 선전인지 알수 있습니다. 실업문제는 이주노동자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이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내버려 둔다면 내국인들의 인권도 심각하게 침해받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플로어토론 에서는 이날 첫시간에 '한국은 투기자본의 천국인가' 라는 주제로 연사를 맡아주신 허영구씨가 민주노총 과 한국 노동자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결합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셨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가판

 

이것으로 토요일의 토론일정도 무사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끝나고 이홍 님과 crylow 님과 함께 간단(?) 하게 뒷풀이도 가졌는데, 토론 내용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수 있어서 멋진 마무리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토론에 참석하시고 늦은시간까지 뒷풀이에도 참여해주신 두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비록 뵙지는 못했지만 토론에 오신 다른 분들에게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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