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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변혁의 시대 후기 4 (마지막) - 21 일

 

원래는 늦어도 지난 일요일까지 '2005 전쟁과 변혁의 시대' 참가후기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놈의 타고난 천성인지 아니면 지병인지 모를 귀차니즘 덕분에 차일 피일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루면 영영 정리해두지 못할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해와서 끝장을 보려고 합니다. ^^;


토요일 토론회분도 그랬지만, 21 일 (일요일) 도 오전 첫 시간에 불참하고 말았습니다. 토요일은 피곤해서, 일요일은 전날 뒷풀이의 여파로 인한 숙취때문에 방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들 숫자만 멍하니 세고 있었습니다. (ㅡㅅㅡ;) 사실 술을 그렇게 많이 먹은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숙취는 핑계고 귀차니즘이 앞섰던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지요.


암튼 그리하야 두번째 토론 시간이 시작되기 직전쯤 해서 겨우 강의실에 들어갈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시간은 '다함께' 운영위원이며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 의 저자인 김하영씨가 발제를 맡은 '남북한의 민족주의' 토론회 였습니다. 제가 늦게 도착한것도 있고 해서 구석탱이에 혼자 쳐박혀 있었는데, 제 옆에 앉은 묘령의 처자 3 분은 발제내용에 반론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도 불구하고 발언은 안 하시더군요. 토론하라고 있는 시간인디... 많이 아쉬웠습니당. ^^;


발제문을 요약해보자면 우선 '한국은 미국의 신 식민지' 라는 다소 널리 퍼져있는 인식에대해서 오히려 이라크 등지에서 한국은 '외세' 가 되었으며 식민지론 보다는 아류제국주의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제했습니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지배했을때 다양한 저항운동이 있었지만, 그중에 (대표적으로) 물산장려운동 등을 주도한 일부 지식인의 경우 제국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조선이 힘이 없어서' 나라를 잃은 것이므로 힘을 길러서 세계질서에 편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중 일부는 나중에 강력한 일본 제국주의에 스스로 편입되어 태평양전쟁시에는 일본정부측에 막대한 기부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님 웨일즈의 아리랑' 으로 잘 알려진 김산 같은 독립운동가의 경우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처음에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려 했으나 3.1 운동과 같은 거대한 대중투쟁에 참여하면서 민중의 힘을 자각하고 민족이 아닌 다른 대안, 좌파적 관점을 가지고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한 사람이라고 할수 있겠죠. 그러면서 레닌이 주장한 민족자결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셨는데, 레닌의 민족자결권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일때만 그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따라서 팔레스타인의 유태인이나 코소보해방군 같은 미 제국주의의 부역자들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스탈린주의의 가장 큰 폐해중 하나는 민족주의를 사회주의로 포장하는 것이죠. 해방이후 한반도의 사회주의자들은 2 차 코민테른 대회 이후 한반도의 독립이 사회주의 혁명의 전 단계 라는 단계론을 폅니다. 한편 남한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등등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먼 자들이 집권하고는 북한을 가르켜 '소련의 괴뢰집단 이므로 민족적인 정통성은 남한 정권에 있' 다고 말하며 민중들에게 정통성을 강변합니다. 물론 이는 북한정권도 마찬가지 였죠.


해방이후 남한의 자본주의가 빠른속도로 발전하고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배계급의 민중에 대한 억압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민족주의 좌파들은 남한이 미국의 신 식민지하에 있으며 여전히 독립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남한이 단순한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아류제국주의의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신민지 론으로 모든 문제를 설명하려고 하고 있으며, 제 3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서 민족주의의 한계들이 드러나 있는 상황이며, 무엇보다 계급이 아니라 민족에 방점을 찍고 전략적 대안으로 삼음으로서 지배세력 ( 김대중, 노무현 정권 ) 을 지지하거나 함께 통일운동을 진행하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아류제국주의 국가이지만 동시에 한국의 민중들은 일제시대를 비롯해서 제국주의에 억압당했던 기억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지없이 '민족주의' 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배태하는 태도를 보이는것은 운동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으로 발제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토론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있었지요. 밥 먹으러 학우식당 계단을 내려가려는 찰나, 민지네 ( http://www.minjine.net/ ) 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감자님 을 만나뵐수 있었습니다. 멀리 강원도에서 올라오신것으로 아는데 나흘동안 빠짐없이 참여하고 계셨다고 하더군요. 그 동안 노동운동 하시다가 수감생활, 집행유예, 벌금, 등등 겪으면서 몸고생, 마음고생 많으셨던 걸로 아는데 최근에 법원 판결이 나면서 발목 묶인게 풀어진 기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고서 가장 먼저 하신게 '전쟁과 변혁의 시대' 참여하신 셈이시네요. ^^ 감자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잠시 뒤에는 이글루스 블로그에서 종종 제 영화감상문에 멋진 트랙백을 걸어주시곤 하던 dakdoo ( http://dakdoo.egloos.com/ ) 님을 만나뵐수 있었습니다. dakdoo 님 이라고 부르기 뭐해서 ( 닭두...가 되기 때문에 -_- ) 닉네임의 뜻이 뭐냐고 여쭤봤더니 군대에서 맡았던 군견 이름이라고 ... ^^;
그 동안 글로만 봤었는데, 역시 영화쪽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계셔서 너무 좋았공, 짧은 시간이지만 많이 배운거 같습니당. 특히 소개해주신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영화들은 꼭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구하진 못했지만...;;

 

21세기 혁명
크리스 하먼(≪민중의 세계사≫(책갈피) 저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

 
이어진 시간에는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의 중앙위원인 크리스하먼이 발제한 '21세기 혁명' 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크리스하먼은 발제문에서 21 세기에도 혁명이 여전히 가능하다는것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들은 대부분 자발적인 봉기들이라고 먼저 지적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 혹은 생산현장이 갑작스레 늘어나거나 혹은 줄어드는 변화를 맞게 되며, 이는 생산관계에서의 급격한 변화를 동반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변화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다른 노동자들과의 경쟁을 강요하게되며, 그것은 자본주의의 불 안정성, 불 확실성의 표본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혁명 직전의 상황인것은 아닙니다. 혁명이 일어나려면 두가지 '객관적' 인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노동자 민중이 더 이상 현재의 상황을 견딜수 없다고 느껴야 하며 둘째로 지배계급 내부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분열할때, 즉 더이상 착취가 불가능 하다고 판단될때 가 그 조건이 됩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기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서 보이듯이 위기가 고조되다가 지배계급 일부가 다시 안정을 회복하고 지배력을 확립할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객관적인 조건만으로는 혁명이 성공할수 없습니다.


봉기가 봉기로 끝나지 않고 혁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조건, 즉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봉기에 나선 민중과 함께 전진할 조직화된 세력이 필요합니다. 이 조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첫째로 소비에트와 같은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조직이어야 합니다. 민주적인 조직이라는 말은 투표 만으로 끝나는 그러한 민주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 지면서 한편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통제력을 행사할수 있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조직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봉기 이후에 지배계급에게 다시 권력을 빼앗길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직은 봉기에 연속성을 부여합니다.


그러한 민주적, 대중적 조직이 성립되어 있을때는 지배권력과 민중권력이 양립하는 이중권력의 상태가 되며, 이는 잠재적 혁명에서 진정한 혁명으로 이행할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혁명이 완전히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지배계급과 비타협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물리력을 행사할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반드시 기존 권력의 유지를 가능하게 했던 구조를 접수하고 지배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즉 군대 등을 접수할수 있어야 하는데, 독일혁명, 칠레혁명의 패배는 이러한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진정한 혁명의 성공은 사회주의 노동자들이 각자가 조직자가 되어 여전히 망설이는 사람들과 논쟁하면서 동시에 행동하도록 설득하고 조직할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혁명의 강' 이 될것이며,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독일이나 칠레에서처럼 '의회를 믿으라' 라고 외치는 자들에게 다시 권력이 넘어갈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게 느껴지는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다른면에서 보면 최근 2~3 년간 볼리비아의 모습이 바로 이랬습니다. 다만 볼리비아의 사회주의자들은 대중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여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으며, 이러한 오류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크리스하먼은 마지막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혁명의 강' 을 조직할수 있는 조직은 봉기가 닥쳐왔을때 만들어 지는것이 아니라 그 이전 과정에서 노동계급의 일부로서 모든 억압이 있는곳에 일상적으로 함께 싸우면서 준비하는 조직이어야 한다는것, 이들은 모든 투쟁에서 승리할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의식이 최고조에 다다를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혁명적 조직이라고 말하면서 발제를 정리해 주었습니다.


이어진 시간에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정종권 씨와 서울시당 중구위원회 부위원장이며 동시에 '다함께' 운영위원인 김인식 씨가 연사로 수고해주신 '주류정치의 위기와 민주노동당' 을 주제로 한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김인식씨는 발제문에서 노동자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증가 추세에 있음을 먼저 전제하면서, 열린우리당은 남북문제, 경제문제만 잘 해결하면 성공할수 있다고 말하지만 역으로 그 두가지 문제를 해결할수 없기 때문에 지지율 하락으로 표현되고 있는 위기는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좌, 우 양 방향에서 압력을 받아 노동계급과 자본가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기 때문에 노무현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화되고 그 지지층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위기는 근본적인 것이고 또한 빠져나올 방법이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간계급을 노동계급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위기에 빠져있는 노무현 정권, 열린우리당과의 연정은 적극 거부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연정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높은 반면 독자적으로 그러한 과제를 해낼수 있다는 자신감은 떨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연정에 참여하는것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책임이 민주노동당에게 집중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종권씨 또한 발제를 통해 노무현 정권과의 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지하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민주노동당이 진보 좌파 정당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연정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과 민주노동당의 지지율 하락은 완전히 일치 하지는 않더라도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의 총선이후 꾸준한 지지율 하락은 민주노동당만의 독자적 길이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며 다만 국회의원단에 대한 인식만이 좋은 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만의 독자적인 모습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모습은 직장분회 강화 등의 방법과 함께 노동자, 농민 운동 내부의 우경화 경향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나타날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짧아서 다소 아쉬운 토론회가 되어 버렸는데, 아무튼 이 토론회가 끝나고 마지막 순서인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의 미래와 전쟁과 변혁의 시대 갈무리' 에 참여하는 것으로 저의 '2005 전쟁과 변혁의 시대' 참여도 드디어 끝나게 되었습니다. ^^;;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의 미래와 “전쟁과 변혁의 시대” 갈무리
나흘 동안 1500여 명이 등록했다.
갈무리가 끝나고 인터내셔날가를 부르는 모습

4 일간 약 50 여개의 주제를 가지고 포럼이 진행되었는데 같은 시간대에 배치되어 선택하는 방식이 많았기 때문에 10 여개 정도의 토론회에 참가할수 있었습니다. ( 진행팀 하면서 들은것을 포함하면 14 개 정도 ^^; ) 예년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많은 공부가 되었고, 별로 볼거 없는 짐승 연락처를 기꺼이 눌러서 찾아주신 분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뵜으면 좋겠네용


전반적으로 이번 전.변 은 작년보다 더 다양한 분들의 참여와 적극적인 발언들이 소중한 역활을 하셨던거 같습니다. 특히 플로어토론이 굉장히 활발하게 일어나서 시간 문제로 사회를 맡으신 분들이 고민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던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기 위에도 있지만, 크리스하먼은 혁명을 완성시킬수 있는 조직은 봉기가 닥쳐왔을때가 아니라 일상에서 노동계급의 일부로서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면서 준비하는 조직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다함께가 바로 그러한 역활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길에 다함께에 가입하셔서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특히 지방이나 서울 외곽에서 참여하신 분들은 고생이 많으셨습니당. ^^;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걸 보니 이제 드디어 지긋지긋한 더위가 가고 가을이 오는것 같습니다. 계절 바뀌는데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들 하세요.


그럼 짐승은 이만 물러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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