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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포럼 참가기 4 - 워크샵들(2)
반전 워크샵도 중요한 워크샵이었습니다.
2백만 행진을 조직했던 영국의 전쟁저지연합이 주최한 워크샵은 4~5백 명 정도가 참석해 비교적 큰 규모의 워크샵이었는데, 대중 시위의 효과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자율주의자들이 대중 시위가 전쟁을 막지 못했다며 이제는 대중 시위 조직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소수의 직접 행동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주최측과 연사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 2주년이 되는 3월 19일과 20일 국제적인 반전 대중 시위를 공동으로 조직하자고 호소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여겨집니다.
여러 연사들이 반박에 나섰지만, 육순이 넘은 크리스 하먼이 젊은이들 못지 않게 열정적인 반론을 편 것이 제게는 제일 호소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크리스 하먼은 스페인과 헝가리, 네덜란드 등에서 파병을 중단시키고 심지어 스페인에서는 전쟁 개시에 참여했던 우파 정부를 무너뜨린 이유가 대중적 반전 시위가 아니면 무엇이었냐고 반문하고 이라크 현지 저항과 나머지 국가들에서 벌이는 대중적인 반전운동이 전쟁 참여 정부들을 점차 위기로 빠져 들게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발표자들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결코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4년 전 대선보다도 부시에 대한 반대 여론은 더 증가했고 군사적 힘에 비해 경제적 힘은 갈수록 쇠약해 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제국의 위기가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며 제국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곳이 이라크이므로 이라크 점령 반대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 번도 거리에 나서 보지 않은 사람들이 반전운동을 통해 거리에 나서고 있는 점, 즉 세계적인 급진화가 현 시기에 반전운동을 통해 표현되는 점을 이해하고 이 운동을 강화하는 것, 이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과 만나게 하는 것이 급진 좌파의 임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ISO 활동가는 자유 발언에서 부시 취임식에 10만 명이 모여 사망자 상징하는 관을 들고 행진하는 등 창발적 시위를 벌였으며 320 시위를 미국의 수십 개 도시 반전 단체들이 결의하고 있다며 320 시위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수년 전 대중적 반자본주의 운동에 냉소적이었던 이 단체의 입장에 비춰보면 반가운 입장 변화였습니다.
정리 발표에서 전쟁저지연합 연사인 크리스 나인햄은 이라크 등에서 미국이 부딪힌 외부의 위기는 국내의 위기로 옮아갈 것이고 이것은 제국의 위기 - 즉, 군사적/경제적 세계화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약화되는 경제 패권을 군사 패권으로 버티고 있는 형국에서 이라크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배는 이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이라크 점령 반대 운동이 이라크 내부 저항과 서로 맞물려 가며 미국(제국)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했습니다.
미국 내부의 저항 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외부의 대중적 반전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이 가속화되면 이제 역으로 제국의 위기가 제국에 의존하는 다른 나라 지배계급들의 위기를 불러 오겠죠.
저는 제국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탁월한 분석과 전망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 지배계급의 미국 의존도를 살펴 보더라도 이라크 전쟁/점령/파병 문제는 미국과 한국 지배계급 모두에게 중요한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워크샵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유스캠프까지 행진을 벌였습니다. 영어 구호, 포어 구호, 서어 구호들이 난무하고 뒤섞이는 상황이었지만 참가자들 모두 신나게 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진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쟁 반대, 부시와 샤론은 암살자, 팔레스타인 해방, 부시는 테러리스트 등의 구호는 행진에 함께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따라하고 박수를 치고, 환호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는 행진로 옆에서 물(agua) 팔던 아저씨, 아줌마들까지 따라 했으니까요.
행진 도중에 팔레스타인 등 반제국주의 캠페인 활동가들이 즉석에서 참여해 연설과 구호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반전 워크샵은 통역이 안 돼 청중으로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남미 해방신학자들 주최의 워크샵이었습니다. 예정 시간보다 늦게 시작해 문화 공연만 보고 왔는데요, 행사장에서 좀 떨어진 시내 쪽의 성당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320 호소 리플릿과 스티커를 배부했습니다.
반응은 좋았지요. 서로 리플릿을 달라, 스티커 붙여 달라고 해서 즐겁지만 손은 매우 바뻤지요. 젊은 여성들은 왜 그렇게 저를 자꾸 붙잡는지... 모두 우리들에게 따봉, 비엔, 굿을 연발하더군요.
이 워크샵의 장소는 아래 사진입니다.
이외에도 아세의 워크샵과 남미 급진 좌파들이 모두 모인 워크샵 등이 국제적 시야와 정치적 안목을 넓혀 주는 워크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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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포럼 참가기 3 - 워크샵들(1)
제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의 투기자본감시센타가 주최한 워크샵은 애석하게도 국제 아딱 운동을 주도하는 주요 아딱들의 회합 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기대했던 다른 나라 참가자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영국 저항의 세계화(Globalize Resistance)가 주최한 존 홀러웨이(남미의 저명한 자율주의자)와 캘리니코스의 1대1 패널 워크샵 "권력을 잡지 않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를 포기하고 참석했던 워크샵이라 그 아쉬움은 배였습니다.
허영구 공동대표가 사회를 본 워크샵에서 일본 아딱 발제자는 연대사 수준의 발제를 한 뒤 같은 시간대 주요 아딱들의 회합에 가야 한다고 가버렸구요, 센터 사무국장 님 말로는 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더군요. 그래도, 이 워크샵에서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참석해서 의미있었습니다. 참석한 당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영광을 누렸다는 점도 매우 의미있었지요^^.
최초로 토빈세 법을 도입한 벨기에 아딱의 발표가 흥미로웠습니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대중운동 조직과 더불어 선전과 교육, 그리고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원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의원-지식인-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속적인 교육과 토론, 협의를 진행했다는군요. 이 상부 네트워크를 대중적인 기층 네트워크 건설에 다시 이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들이 교육과 선전, 대중 동원에 초점이 되는 방식이죠.
장화식 운영위원은 한국의 투기자본 실태와 반대 캠페인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했구요, 주로 론스타와 뉴브리지캐피탈 사례가 언급됐습니다. 99년 이후 한국의 외환 정책, 자본시장 대외 개방, 금융 구조조정 등이 결국 투기자본들에게 유리한 경제 환경을 조성했다며 정책과 경제 구조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김어진 운영위원은 국제적인 투기자본 반대 운동의 전략적인 측면에서 발제했습니다. 이라크에서 군사적 점령과 사유화, 다국적 기업의 진출이 동시에 벌어지거나 점령이 벽에 부딪히면서 WTO경제적 세계화라는 측면과 군사적 세계화가 결합돼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두 운동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초국적 금융자본들도 안정적인 이윤 확보를 위해서는 현지 정부와 관계가 매우 중요하므로 각 국의 운동의 개별 금융자본에 대한 감시와 견제 뿐 아니라 자국 정부를 압박하는 정치투쟁의 중요성(그렇게 하기 위해선 정치적 분석이 선행되야겠죠)이 워크샵 전체적으로 좀더 강조됐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김어진 동지를 제외하면 아무도 명확하게 지적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게 하루 반나절의 워크샵을 날리게 만든 것은 아딱이었습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회원들과 아딱 워크샵들을 주욱 듣기로 한 날(29일), 우연의 일치인지 아딱의 워크샵이 모두 예고도 공지도 없이 펑크난 것입니다. 아마, 아딱 총회가 이날 행사장 외부에서 있었기 때문에 취소한 듯 합니다. (이날은 한국이 주최하는 한일FTA 워크샵도 개최가 1시간 가량 지연되었으니 최악의 하루였습니다)
실망스러웠지만 아딱 프랑스 지역조직 활동가를 만나 즉석 요청으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국제 아딱 운동의 출발지인 아딱 프랑스는 규모가 파리에만 10개 지부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현재는 EU헌법 제정에 반대하는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 헌법은 WTO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강화해 공공성을 후퇴시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EU나 WTO가 소국들의 발언권을 보장하지 않는 문제는 결국 각국 민중들의 발언권이 봉쇄된 것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는 WB, IMF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토빈세 도입 외에도 그처럼 광범한 의제에 아딱이 개입하는지 이유를 물었더니 보건, 의료, 교육, 유전자조작식품 등은 모두 토빈세 도입 운동이 주목한 자본 중심의 체제와 연관된 문제로서 우리 삶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개입하려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운동의 결합은 세계사회포럼 덕분이라고 지적했구요, 프랑스에서는 전국적 규모의 시위에서 중앙과 지역위원회의 조율과 협조, 자체적인 지역 시위 건설 등이 동시에 이뤄지며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지역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한답니다.
예를 들어, 조세회피 지역과 그 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를 둔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중앙 차원에서 입수하면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활동가들이 이에 대한 항의를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건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지역 주도성을 전국 현안으로 전환하는 것은 네트워크의 역할인거죠.
꽤나 교훈적인 답변이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성장하기 시작한 초국적 금융자본 규제 운동의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딱 프랑스 내부에서도(유럽의 아딱들 전반에서도) 단일 쟁점(토빈세 도입) 집중이냐, 광범위한 쟁점 개입이냐의 논쟁이 있고, 후자 쪽이 좀더 급진적 경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쟁점과 쟁점들 사이를 연결해 광범한 반자본주의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아딱 같은 대규모 단체가 반전, WTO체제, EU헌법 등 더 포괄적인 쟁점들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다만, 우리와 대화를 나눴던 활동가도 총체적 전략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라크와 관련된 반전 쟁점(또는 군사적 세계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은 남습니다. 다음 워크샵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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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포럼 참가기 (팁) - P-SoL에 대해
우리말로 사회주의자유당 또는 사회주의해방당이라고도 옮길 수 있는 P-SoL은 지금 브라질에서 가장 주목받는 급진 좌파 정당입니다. 룰라의 신자유주의 개혁, 특히 연금법에 반발하다가 출당 당한 엘로이사 엘레나, 루치아노 젠로 의원을 비롯한 좌파 그룹들이 주동해 창설한 당이죠.
때문에 룰라 정부의 배신 또는 무기력에 실망한 젊은 세대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룰라 내각을 주도하는 PT주류들에게서나 아직 PT 내에 남아서 룰라를 비판하길 원하는 좌파들에게서 호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들은 이번 세계사회포럼 기간에 주목을 끌었으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창당을 했습니다. 이들은 개막 행진 때도 대거 참석, 열정적인 행진을 했고 창당대회에도 만여 명이 참석해 개최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당 대표로 선출한 엘로이사 엘레나가 발표하기로 돼 있던 워크샵이 무산돼서 주요 강령과 전략, 창당 경험을 핵심 지도자로부터 듣지는 못했습니다. 창당대회 후 엘레나 의원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더군요.
다만, 이 워크샵에 참석했던 급진좌파들 간의 대화 방식으로 전환된 이 워크샵에서 지도자 중 한 명인 뻬드로의 연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반대를 초점으로 사회주의자들과 반자본주의자들의 단결을 강조한 점, 민주적 운영과 서로 장점과 견해를 공유할 수 있는 조직 방식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워크샵에서 남미 급진좌파 연사들이 베네수엘라 상황의 중요성을 모두 강조한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룰라가 참석한 워크샵(기간띠노 스타디움이란 대형 체육관, 2년 전 아룬다띠 로이와 노암 촘스키가 세계사회포럼 폐막 연설을 했던 곳)에서 룰라에게 집단적 야유를 보냈던 P-SoL 당원들은 죄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였는데 제4인터내셔널 경향의 트로츠키주의 그룹과 마오주의 그룹들이었습니다.
P-SoL은 현재 4개 그룹이 주요 그룹이라고 하더군요. 엘레나 의원이 대표하는 사상적으로 좀더 느슨하고 대중적인 그룹과 자율주의 그룹, 트로츠키주의 그룹,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종파주의적인 듯한) 마오주의 그룹이었습니다. 마오주의 그룹은 자신들의 기관지에서 룰라 정부가 대자본가의 정부이고 세계사회포럼은 유럽 제국주의의 도구라고 주장하더군요.
흥미로운 것은 이 당의 명칭입니다. Partido de Socialista e Liberdade (사회주의와 자유(해방) 정당)이란 이름의 약칭이 통상의 예대로 PSL이 되지 않고 P-SoL이 된 이유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SOL은 포어에서 해, 태양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P-SoL이란 약칭은 굳이 우리말에 비유하자면 사회주의자유당의 약칭인 '사자당'(? ^^;)이 아니라 '태양당'이란 뜻이 됩니다.
개막 행진 때 그 비밀을 알게 됐는데, 우연히, PT 깃발을 들고 가는 사람과 P-SoL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PT 깃발은 붉은 깃발 안에 노란 별이 있고 그 별 안에 PT가 새겨져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죠, PT의 상징이 별이기 때문에 PT에서 더 강력하고 좌파적인 대안을 찾아서 독립한 자신들을 별보다 강한 태양에 비유한 겁니다.
남미의 좌파 정치 문화에는 이처럼 단어에만 집착하지 않고 시각적인 상징까지 감안하는 감성적인 면도 있더라구요.
이상 보너스 참가기였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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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포럼 조직위원회는 개막 행진에 20만 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행진 대열이 지나가는 길목의 육교 위에 따로 있었기 때문에 행진 대열 전반을 거의 볼 수 있었습니다. 개막 행진은 많은 사람들, 다양한 요구들, 활력과 에너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 활력만큼 화려하고 천연색의 행진이었죠. 다양한 요구들은 다양한 언어와 격렬한 몸짓, 강렬한 천연색의 배너와 팻말, 옷차림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제가 서 있던 육교는 행진로가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곳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꽤 크고 높은 위치였는데, 그 위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행진 대열은 수천의 깃발을 새긴 거대한 용암이 세상의 모든 부정의와 악을 삼켜 버릴 듯한 기세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개막 행진은 포르투 알레그레 시청 광장에서 6시에 출발해 포럼 행사장으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3시부터 포럼 행사장에서 시청 광장으로 행진해 들어가는 대열들이 있었습니다.
각각의 행진 대열들은 전통 북, 악기 등 제대로 된 악기부터 플라스틱으로 된 드럼통(일명: 도라무통), 냄비 등 온갖 타악기 소재들을 가져와 말그대로 북치고 장구치며 행진을 하더군요. 특히, 브라질의 좌파 정당 젊은이들이 삼바 리듬을 연주하며 행진해 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행진 대열 주변의 풍경도 볼만 했습니다. 제가 서 있던 육교 옆 아파트에서는 행진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나와 신문지를 찢어 뿌리기도 했구요, 중년의 아저씨가 "Davos No Samba Yes"(No와 Yes는 포어로 적혔는데 포어의 no에 해당하는 단어 표기가 자판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어로 옮겼습니다)라는 팻말을 만들어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삼바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맞은 편 아파트에서는 건물 옥상과 창문마다 붉은 깃발들이 내걸렸는데, 육교 위에 함께 있던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에게 물어 보니, 빈 건물을 점거하는 무주택자들의 운동이 세계사회포럼을 축하하기 위해 행진 코스에 있는 빈 건물을 점거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들이 이 건물을 계속 점거해서 사용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정확히 알아 듣지 못했습니다.
한편,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 중 일부가 육교 바로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이 때문에 행진이 잠시 지체되기도 했는데요. 등산 로프를 양쪽 벽에 연결해 행진자들 머리 위 공중에서 행진을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벌인거죠. 많은 인기를 끌었던 퍼포먼스였습니다.
PT당원들은 당 차원의 대열을 짓지 않고 개별적으로 흩어져 참가했습니다. 개인들이 PT 깃발을 들고 참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DS그룹이 자체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행진한 것이 예외였죠. PT와 룰라 정부의 우경화에 반발하는 브라질 급진 좌파 정당들의 행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젊고 활력있는 이 대열은 크게는 P-SoL과 PSTU가 주도했습니다.
특히, P-SoL은 연금법 개악 반대로 PT에서 제명된 국회의원들이 주도해 새롭게 만든 정당으로 이번 세계사회포럼 기간에 다른 나라 급진 좌파들에게도 상당히 주목을 받았고 이런 관심과 지지를 이용해 포럼 기간에 창당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P-SoL은 "룰라와 IMF의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는 커다란 배너를 들고 나와 인기를 끌었지요.
저는 트로츠키주의정당이지만 종파주의로 악명 높은 PSTU보다는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세력들이 참여하고 있는 P-SoL에 더 많은 관심이 간 것이 사실입니다. 이 둘은 룰라가 참석한 집회장 앞에서 또다시 만나게 됩니다.
한국의 아래로부터세계화 참가단도 급진 좌파들의 대열과 함께 행진해 왔습니다. 활력 면에서는 한국의 활동가들도 남미의 정열적인 젊은이들 못지 않았습니다.
한국 참가단이 브라질 급진 좌파 대열과 함께 행진 말미를 차지하게 된 사연이 매우 정치적입니다.
PT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사회포럼 브라질 조직위가 룰라와 PT에 비판적인 급진좌파 대열을 배제하기 위해 애초 출발 장소보다 앞선 곳에서 NGO 단체와 기타 참가자들을 출발시켰기 때문입니다. 세계사회포럼 운동의 탄생에 기여했던 PT로서는 세계사회포럼에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긴 했나 봅니다.
조직위원회의 이런 행동은 제가 목격한 것과 일치하는데, 별도 통보를 받지 못한 대열이 출발 장소로 공지된 시청 광장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제가 서 있던 육교 바로 앞에는 행진 시작 시간(오후6시) 2시간 전부터 여러 단체들과 참가자들이 행진 출발 장소인 시청 광장으로 가지 않고 행진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예정 시간보다 2~30분 가량 먼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이곳 행진의 흥겨운 분위기는 남미 정치문화의 반영이기도 하겠지만 세계사회포럼이라는 일종의 축제 성격이 반영된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가자가 수십만에 달한다는 점도 일조했겠지요.
하지만, 참가자들의 분위기 뿐 아니라 시위자들이 인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거나 행진 참여를 즉석에서 조직하는 등 서로 호응하려고 노력하는 점들은 한국의 시위 문화에도 반영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구호나 노래들도 훨씬 쉽고 재밌고 대중적이어야겠죠.
남미의 시위 구호들은 하나같이 랩처럼 빠르면서도 리드미컬한 것이 흥겨우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도 몇 가지 배워서 써먹긴 했는데, 그들이 할 때처럼 리듬을 타는 느낌을 주진 못하더라구요.^^;
개막 행진 대열은 각국의 문화 운동가들이 준비한 개막 행사장으로 들어갔지만 행진 대열이 행사장으로 다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다양한 음악들이 연주되고 있었는데, 행진 대열 후미에 있었던 관계로 무대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여튼, 이날의 개막 행진은 작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의 폐막 행진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충격이 왜소하게 느껴지고 조금은 정치문화적으로 단조로운 느낌으로 기억되게 만들 만큼 올해 개막 행진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십 개의 나라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수십만 명이 다양한 언어와 목소리, 몸짓과 요구들을 하나의 대열로 아울러서 하나의 운동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그 어느 운동의 목소리보다 위대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진정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전쟁과 빈곤, 환경 파괴,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리의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모인 말끔하게 차려 입은 권력자들과 백만장자들이 아니라 이 행진에 참가한 수십만 명이야말로 진정으로 이 세계와 60억 민중을 대표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대표하는 이 지구적 운동이야말로 이 세계를 저들이 만들어 낸 위기로부터 구원해 낼 수 있습니다.
개막 행진은 전 세계의 양심있는 민중이 외치는 목소리였고 분노였으며, 지구적 정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활력과 에너지를 세상에 얼핏 선보인 날이었습니다. 이 활력과 에너지와 낙관적 급진주의는 우리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허용하지 않을 듯한 인상을 제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진이 보여준 힘만큼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지는 우리 자신이 참여하고 개입하면서 계속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 점에서 주요 워크샵들과 집회들에 평가도 중요할 겁니다. 다음에는 워크샵들, 그리고 룰라 집회와 차베스 집회에 대한 비교 등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개막 행진 사진을 함께 올리면 극적일텐데요, 아쉽게도 카메라를 가져 가지 않았답니다. 개막 행진은 사진을 입수하는대로 포토로그에 올려 놓도록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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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5차 세계사회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이러한 점은 룰라가 참석한 집회와 차베스가 참석한 집회의 차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두 집회 모두 2만여 명인나 운집한 가운데 행사장 근처 체육관에서 열렸는데, 두 집회 모두 열정적인 지지자들로 채워졌으나 참가자들의 연령대, 지지 정도에서 차베스 집회가 훨씬 더 열광적이고 확신에 찬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다행히 두 집회 모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집회를 비교하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입니다.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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