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3주 전에 수술했습니다..

최근에 태양님의 상태가 여러모로 안좋아져서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의논한 결과

'수술하라' 가 대세였습니다..

망설이는 저 대신에 노래하는 민주 공주는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믿을만하고 저렴한 병원까지 소개해주었습니다..

며칠 진료까지 받는걸 감안해서 다니던 동네병원으로 결정했습니다..

 

 

한치 앞의 운명도 모르는 태양군.. 어김없이 목표물 정조준 오줌 싸기 신공을 발휘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싸자마자 시치미  뚝 떼고 줄행랑을 칩니다만.. 흔적은 적나라하게 남았습니다..

'노상방뇨죄'로 태양이를 고발합니돠~~~~

 

 

20여분만에 수술을 마치고 나온 태양이.. 마취에서 어렴풋이 깨어날 때까지 죽도록 후회했습니다..

멀쩡한 애 하나 죽이는 거 아닌가 싶고..;; 계속 태양아~ 태양아~ 를 불렀더니 깨어났습니다...

깨어나자마자 제 얼굴 물끄러미 한 번 보더니

혀가 삐죽 나와서 머리도 못가누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더군요..

그 모습에 꾹 참았던 눈물이 주룩주룩 나더군요..

 

 

 

태양이를 들쳐 안고서 언덕길을 올라오며 계속해서 말을 시켰는데 대꾸 한마디 없었습니다..;;

평소에 어찌나 동네 일에 참견하면서 짖어대시던지 동네 원성이 자자한 수다쟁이 태양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쟤가 저랑 있으면서 저렇게 누워 있다는 건 거의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죠..

 

 

 

걱정이 돼서 함 크게 불러 보았습니다.. "태양아~~~~~~~~맛있는 거 먹자~~"

고개만 살짝 돌리더니.. 아래 사진처럼 다시 홱 돌아서서 꿈쩍도 안합니다..

마치 저를 무진장 원망하는 것 같은 눈빛에.. 안절부절..

 

 

획 돌아서서 다시 쳐다 보지도 않는 매정한 태양 님..

 

 

 

저 처량한 눈빛..

"나 마이 아파.. 마이 아파..." 너무 많이 아파서 세상 다 등진 모습입니다..

저 상태로 세 시간 그대로 있더니 세 시간만에 비틀비틀 소주 두어병은 마신 걸음걸이로 기어나오더군요

 

일주일 후에 실밥 뽑을 때까지 노심초사했습니다..

태양이가 주무시는 저 핑크빛 침대는 수술을 앞두고 무려 거금 12,000원이나 주고 사드린 거랍니다..

제가 파란 색과 분홍 색 종이를 들고 선택하라고 했더니 분홍색을 선택했다지요..음트트..

그래 성고정관념을 버려야쥐.. 짜슥.. 누나의 교육을 잘 받아서리..

 

이제 몸꽝이라고 놀리지 않으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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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8 22:58 2007/11/0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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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고양이 2007/11/12 10:08 URL EDIT REPLY
태양군, 어서 완쾌하세요!
핑크빛 침대는 너무 이뽀>_<
☆디첼라 2007/11/12 23:21 URL EDIT REPLY
oklcxcsjkn <-- 요것은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태양이가 당고 님께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뭔 말인지 해독불가;;
버얼써 완쾌하셔서 밥도 어찌나 잘 먹는지 살도 많이 쪘어요.. 저 이쁜 핑크 침대는 너덜너덜 걸레처럼 되버렸답니다..
raha 2007/11/13 19:41 URL EDIT REPLY
어이쿠.. 태양이 아팠겠네... 침대도 이쁘고 여전히 태양이랑 언니랑 알콩달콩 우당퉁탕 행복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나도 개 키우고 싶다.......................... ㅜㅜ
☆디첼라 2007/11/13 21:59 URL EDIT REPLY
어 마이 힘들어하더라.. 그 와중에 꼬리는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더욱 애처러웠어.. 개 키우고 싶다고라.. 태양이 델꼬 가..ㅎㅎ
나안 2007/11/22 13:59 URL EDIT REPLY
아, 많이 아픈갑다. 태양쓰~
☆디첼라 2007/11/24 20:07 URL EDIT REPLY
환자모드는 딱 세시간이었고.. 잽싸게 완쾌하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