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2015/02/22

봄이 오는 게 느껴진다.

한동안 사무실 구석에 쳐박아놓았던 자전거에 다시 눈길이 간다.

아마 4-5년 전에 나왔던 하이브리드 자전거인데,

그동안 미니벨로나 철티비만 타봤던 나에겐 여전히 낯설다.

(이 자전거를 탄지 2년이 넘었는데도...)

등과 허리를 앞으로 숙여야하고, 손목에 힘이 집중되는 게 불편하다.

브레이크도 영 제동력이 약하다.

바퀴도 얇으니, 뭔가 불안하고

 

다른 자전거를 사볼까 이리저리 뒤적이면서 알아보다 보니,

내가 샀던 자전거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다.

그리 좋은 자전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구석에 쳐박아 놓을 녀석은 아니다.

바퀴는 하이브리드 자전거의 원래 특성이라 그러고, 얇다고 해서 더 쉽게 펑크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한다.

브레이크는 캘리퍼 브레이크여서 그런 듯한데, 확인해봐서 너무 많이 닳았으면 교체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핸들바도 종류가 많은데, 지금 일자바에서 라이저바나 컨테스트바로 바꾸면 자세가 좀 더 편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손목에 무리가 갈수밖에 없다고도 한다.

 

자전거를 새로 사기보다는 이런저런 부품을 사서 좀 고쳐볼까 싶다.

2015/02/22 21:29 2015/02/22 21:29

지나간다2014/12/21

한수원 해킹 자료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얼마나 중요한 자료인지, 어떤 의미를 가진 자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료를 공개한 자들이 스스로를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이름붙이는 게 가관이다.

에너지정의행동까지 들먹이며 함께 하잔다.

 

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혹여 북과 연관이 있는 집단이라면,

남한의 사회운동을 엿먹이지 좀 마라.

 

이건 운동도 아니고 뭣도 아니여.

이 작자들은 왜 테러라는 방식을 지지해서는 안되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이제 탈핵, 탈원전도 자칫하면 종북으로 몰릴 태세니,

이거 청와대, 한수원의 음모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세상에 썅놈이 너무 많아, 어떤 개썅놈을 먼저 욕해야할지 아리송하다.

2014/12/21 17:11 2014/12/21 17:11

지나간다2014/08/17

전주공고 뒷편에 정체모를 건물이 하나 있었다.

주변을 산책하다 몇 달 전 발견했는데,

으리으리한 건물, 화려한 처마와 단청,

딱 봐도 뭔가 종교시설 같았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려니까, 그 날 무슨 행사 중이었는지

어떤 사람이 나와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멀리서 둘러보기만 했다.

 

오늘, 주변을 산책하다 그 근처를 다시 지나게 됐는데,

건물 주변을 서성거리니까 한 분이 나와서 안에를 둘러보겠느냐고 묻는다.

잡혀가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약간 겁이 났지만, 

호기심이 더 커서 둘러보겠다고 했다.

 

안에 미륵부처를 모셔놨다고 소개하면서,

다른 절들과 달리 천지신명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그랬다.

다른 절에는 천지신명이 없어서, 경박해졌다고.

요즘 종교는 복을 달라고 비는데, 그게 아니라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한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댓가가 필요하다,

공덕을 쌓는 데에는 물질적인 것 만이 아니라 노력으로도 가능하다,

조상에게 공덕을 쌓는다는 뜻으로 건물을 가꾸고, 음식도 준비하고 그런다,

등등의 이야기.

깊이 이야기 나눈 게 아니라, 단편적인 소개들이어서 이것만 가지고 뭐라 평가하긴 어려운데,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통용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자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이계(異界)의 존재를 계속 언급한다.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여기 오게 된 건 공덕을 많이 쌓아서이다,

쉽게 오기 어려운 곳이다,

천지신명이 계신 곳이기 때문에 마음이 혼탁하거나 신기가 있으면 안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등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차 한잔 마시고 갈거냐고 묻는데,

차까지 마시면 정말 빠져나가기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양했다. ㅋ

 

돌아와서 찾아보니, 대순진리회에서 갈라져나온 대진성주회 계열이다.

아주 한적하고 으슥한 곳에 건물이 으리으리하고, 조경도 반듯반듯한데,

간판도 하나 없고, 불특정다수와의 접촉을 그다지 반기지 않을 분위기.

천연색, 차안의 것이 아닌 색 - 느낌이 썩 좋지 않다. 뜬금없고, 섬찟하기도 하다.

큰 귀신과 무당이 사는 느낌이랄까.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는 무리라는 게 단번에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길거리에서 포교를 당한 게 아니라,

제 발로 본진을 찾아간 셈인데.....ㅋ

http://daejinsj.org/sogae.html?id=dojang2

 

덧,

어떤 대순진리회 사이트를 훑어보니,

이거 완전 식민지근대화론으로 도배되어 있다.

( http://www.dsjr.org/kor/dskys/dskys07-02.php )

상제의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

근대화가 필요했고, 그래서 일본이 들어와야 했고,

그래서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게 했고,

국내에서는 진보회를 탄압해 일진회로 흡수시켰고, 일진회가 일본을 끌어들였고, 등등.

민중 봉기가 무산되도록 상제가 악천후를 만들었대나......

참... 지랄도 쌍쌍이다.

 

대순진리회가 증산교(강증산) 계열에서 갈라진걸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증산교 계열은 다 이런 식의 역사인식인가?

민족종교라고들 해서 반대일 줄 알았더니.. 음..

 

덧2,

지금은 기억에서 거의 희미해졌는데,

몇 해전, 갑오농민전쟁 당시 동학조직이 그리 단일하지 않았고,

갑오농민전쟁의 패배 이후 지속적으로 활동한 동학 조직들이 여럿 있었다는 글을 읽었다.

제주 이재수의 난에도 그 조직들의 영향이 있었다고 그랬는데, 조직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찾아보니, 영학당, 남학. 영학당은 1888년, 1889년에도 봉기를 일으키려다 실패.)

남학이 제주까지 세력이 있었고 이재수의 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고증이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창조가 있는 게 아니라,

맥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 탄식했더랬다.

2014/08/17 15:03 2014/08/17 15:03

지나간다2014.4.20

세월호 사고 직후 음모론이 성행하는 것을 보며 끄적였던 글.

여전히 너무 많은 의혹이 있고, 드러난 증거들이 '음모'를 연상시키지만

그래도 우리는 명철한 지성을 믿어야 한다.

음모는, 오히려 권력자들이 더 좋아하는 방식이다.

진실이 희미한 가운데 덩달아 다른 많은 것들을 가릴 수 있으니까.

유병언 사체 관련해서, 난 그게 유병언 사체가 맞든 아니든,

그런 괴상한 방식으로 사건을 공개되면서,

누군가는 이를 둘러싼 답없는 논쟁을 기대했을 거라고 본다.

 


음모론으로 권력을 무너뜨리면, 남는 건 불신으로 가득찬 사회, 누구도 믿지 못하니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 그러니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야만의 세상입니다.

이 나라에 이토록 매뉴얼 하나 갖춰지지 않았었다는 데 너무 놀라며 분노하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가설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가설들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논의가 불가능한 종교적 영역으로 쉽게 넘어가버립니다. 세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약자에게 투사하는 마녀사냥의 배경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어디로 튈 것인지는 통제 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오늘은 박근혜지만, 내일은?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중들의 공포가 야만으로 치달았던 사례를 역사에서 숱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국면에서,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수습불능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체계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저들은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 서곡을 보는 것 같아서 공포감이 듭니다.

좌파의 정체성은 좌파의 대안으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데 있지, 세상을 붕괴시키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쏟아지는 어떤 가설들을 지지하고 확산시키기보다는 점검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면 좋겠습니다.

배의 구조변경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
화물 적재에 어떠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는지,
승무원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있었는지,
비정규직 노동자로 배를 운행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
조난이 발생했을 때 지원체계는 갖춰져 있었는지, 등

시스템의 문제를 점검하는 데 방점을 찍는 게 우리의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위정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눈에 보이는 표적을 비난하면 되니 쉽게 동참할 수 있고 성과도 쉽게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는 당장 손에 잡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실마리를 풀 수 있습니다.

2014/08/16 19:01 2014/08/16 19:01

지나간다2014.3.24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구호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끄적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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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과일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만, 땅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많은 문제의 근저에 소유관계가 자리잡고 있음을 고려하면 '누구의 것도 아님'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이 지구를 현세를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소유로 둘것인지, 과거를 살아온 인류와 앞으로를 살아갈 인류 모두의 소유로 둘것인지(그래서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되는) - 이것은 큰 차이다.

사적소유와 집단적소유가 아닌 '보편적 소유'.

대상화, 비주체화 등등 다 일정한 맥락에서는 의미있는 지적이지만, 권리는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타인의 권리를 대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주체가 주장하는 권리만 성립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권리는 교육받은 사람, 능동적인 사람, 정치적 주권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 인권의 최고봉을 참정권(내가 내 의사를 표방할 권리)으로 상정하는 서구 자유주의로의 도돌이표다.

우리의 운동은 지금이곳에 있는 나 혹은 우리에 국한되지 않는 권리를 지향해야 한다. 여기에서 미래세대를 빠트릴 수 없다. 미래세대를 고민하는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님'을 상기하려는 노력이다. '아이들에게'라는 문구에 대한 문제제기는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누구의 것도 아님'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종종 보여서 끄적.

2014/08/16 18:55 2014/08/16 18:55

지나간다2014/08/12

아침 저녁 찬바람이 인다.

공기 속에 섞여 있는 가을바람이 구분되어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어느새 또 1년이 지나가는 건가.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을 후회없이 보내고 싶다는 욕심과

그래봐야, 티끌의 티끌 같은 존재라는 허망함이

항상 교차한다.

 

정작 그 허망함 속에서도

호르몬의 노예를 벗어나지는 못하니

이 얼마나 이율배반인가.

 

올해 에어컨을 구매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구매하지 않고 한 해를 넘기게 됐다.

기특. 기특.

 

세월호 관련 싸움의 초점이 새민련에 맞춰지는 거,

별로 유효하지도 않고, 오히려 새민련에 빠져나갈 구멍을 안겨주는 것 같다.

새누리당을 놓아두고 새민련을 점거농성하는 건,

새민련이 '유가족 편' 혹은 '유가족에 가까운 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치 전반에 대한 압박이 되어야하는데,

지금 싸움 방식은 새민련에게 유가족을 '대리'하라고 압박하는 꼴이다.

주타켓이 현정권-새누리당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새민련이 타겟이 되면서

정작 정권-새누리당은 부담 가질 게 없어졌고

새민련은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격려', '비판적 지지'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농성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위 사회주의자들의 입장은

그야말로 희극이다.

동시다발적으로 김무성, 이완구 사무실을 비롯해

여야할 것 없이 야합 대상자들을 모두 압박하는 방식이었어야 하는데

드러난 현실은, 새민련 압박 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지리멸렬이다.

이것도 현재 운동역량의 주소일터이다. 여기에서 출발하는 수밖에.

2014/08/12 10:22 2014/08/12 10:22

지나간다오늘날의 저항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 같은 장면들을 종종 목격한다.

'키보드로 혁명을 외치다' 같은 거?

이런 것들도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광범위한 믿음과

낡은 운동에 대한 조롱.

이렇게 말하지만 불과 몇 년 전 나도 저 부류에 가깝지 않았던가.

조금은 달랐다고 변명하지만, ...'변명'이지.

 

아무튼 갑갑하다.

2014/08/04 14:40 2014/08/04 14:40

지나간다2014/03/31

주말 섬진강에 다녀왔다.
임실 강진면 부근에서 순창쪽으로, 섬진강 길 자전거 타고 달렸다.
불과 몇 년전에 왔을 때만해도 비포장도로였는데,
지금은 다니기 편하게 정리해놓았다.
나에겐, 주말 걷거나 자전거 타며 바람쐬고 싶은 사람들에겐 좋은 일이나
강변 마을 사람들과 강에게는 좋은 일일지 잘 모르겠다.
 

오늘은 완연한 봄이다.

햇살이 너무 따사해, 바깥에 잠시 누으니 마음이 포근하다.

 

어디로 넘어간다는 게, 그리 멀어보이던 게,

바로 코 앞이라는 걸 매일매일 확인하고 있다.

요즘 부쩍들어 이런 글도 자주 남기고, 그만큼 생각도 자주하고 있다.

내 믿음은 얼마나 갸냘프고 가벼운 것이었나.

왠지 이번엔 정말 그렇게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게 희망사항인건지, 그저 가정해보는 건지 이미 모호하다.)

그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마다할 것 같지 않다.

나에게 그런 선택지가 주어질 일은 그닥 없겠으나,

아무튼 이런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스친다.

 

내가 하고 싶은 건, 혹은 원하는 무엇일까?

다른 이들에게 인정 받는 것?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누군가 나를 믿는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 굴레인지 요즘에야 실감한다.

동시에 내가 겪은 세상이 티끌만한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한편 신경이 예민해져 있어, 평소라면 그냥 넘길일도 넘기지 못한 채,

꼬박꼬박 마음의 소리를 내뱉곤 했다.

 

정신을 남긴다는 것, 그 무거운 이야기를 나는 얼마나 가볍게 던졌나.

놓을 수 있는 것과 놓지 못하는 것을 잘 추려야겠다.

2014/03/31 23:34 2014/03/31 23:34

지나간다2014/02/26

뭔가 하는 게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게 지론이지만

지금 하는 건 정말 나은 건지 확신이 안든다

2014/02/26 01:55 2014/02/26 01:55

지나간다2014/01/17

요즘 별다른 이유 없이,
자꾸 늦게 잔다.
그러니 피로가 풀릴리 만무.
 
멘탈에 크게 문제가 있진 않으나,
미묘한 어긋남, 균열.
 
지금도 일은 많은데,
대개 영양가 없는 일들이고,
자꾸 팽개치고 싶다.
혹은 팽개치고 싶어서 영양가 없다.
일의 성패에 크게 매달리지 않으니
마음이 후달리지는 않는다.
요즘은 고립되는 게 그다지 두렵지 않은데,
이 또한 일의 결과에 달관해서이다.
이거 매너리즘 맞지? 아마?
 
 
그리고 나를 고립시킬 필요가 있는 듯.
난 기댈 곳 없는 혼자임을 확인할 때 에너지를 채우는 인간이니.
2014/01/17 02:01 2014/01/17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