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간직

뭐든 버리질 못하고 잔뜩 쌓아두려고 한다.

버리고 나면, 후회하고, 아쉬워 하고.

간직한다 해서, 다시 꺼내보는 것도 아닌데.

그걸 버리고 나면, 희미한 끈마저 끊어지리라 생각하는걸까?

2010/05/23 16:45 2010/05/23 16:45

지나간다20100522

해야할 일 목록은 잔뜩 만들어놓고,

느적느적.

아, 결국 내일 오전에 할 세미나 발제만 마쳤다.

저녁 건 대충 때워야지. -_-

학교에 붙일 홍보물을 잔뜩 만들어야 하는데.....

이휴. 이휴.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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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북과 관련됐다는 얘기는 하나도 안 믿을거야.

푸, 도저히 믿을만한 얘기들을 해야 말이지.

그런데, 북풍에 대응하는 논리도 똑같이 무개념이다.

안보에 구멍이 뚫렸으니,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들.

같은 동전 반대면일 뿐이다.

거기다, 토론회에서, 자신의 군필 경력을 언급하며 이전 정부 시절에는 오히려 군사력이 더 강했다는 논리를 편 유시민씨. 최악이다.

천안함 사건을 이용해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키는 세력과 군대는 원래 강해야한다는 얘길하는 세력은 대체 뭐가 다른거지? 군필 아니면 얘기도 꺼내지 말라는, 그래서 장애인을 여성을 - 나도 - 시민의 조건에서 배제시켜 버리는, 그 폭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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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산처럼 무거우나,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고 - 한 영화에 나오던 말인데. 이미 존재가 사라지는 죽음에 경중이 있을까마는, 산 사람의 짐을 덜기 위해 죽음에도 무게를 싣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여러 죽음들이 떠오른다. 참, 머나먼 일들같이 생경하다. 죽음에 경중이 없다는 되뇌임 또한,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일지도.

 

한편, 전성태 작가는 90년대를 상주노릇 하며 보냈다고 표현한다. 상주노릇. 나도 상주노릇 하는 건 아닐까. 아니지, 상주는 무슨.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죽지 않았을 사람들이라고, 소설속 누구는 말한다. 우리가 죽인거야.

2010/05/22 21:00 2010/05/22 21:00

보는거베를린 천사의 시

뭔가, 잔뜩 담긴 영화. 몇 번은 다시 봐야할 것 같은 여운이 남는다. 하지만, 보통 난 한 번 영화를 다시 보질 않으니..;

 

천사의 세상에는 색이 없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色이라는 건, 단지 color가 아니라 감각과 오욕칠정과 업을 의미한다. 色에 대한 인식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공유되는 게 신기했다. 우리는 色의 세계에 살고 있고, 그래서 많은 것을 욕망하고 소유하고 끄달리며 살아간다. 그 色이 기억을 만들고 삶을 구성한다.

 

인간이 된 천사는 맨처음 色을 묻고, 배운다. 감각의 세상은 천사 세계의 숭고함은 없을지 몰라도, 시원한 걸 만질 수 있고, 담배와 커피를 함께 할 수 있고 굵은 선과 가는 선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손을 비비면 따뜻해지는 좋은 일들이 가득 찬 곳이다. 色의 세계에 있지 않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천사는 누구도 위로할 수 없고, 죽어가는 누군가를 도울수도, 누군가의 죽음을 말릴 수도 없다.

 

닭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공중에 매달려 있는 그녀는 언제나 혼자라고 느낀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그는 타인일 뿐. 특히나 베를린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더더욱. 사랑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 앞에서 천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날개를 버리고 인간이 된 천사는 커피를 맛보고, 담배를 태우고, 음악을 들으며 느끼고, 그 한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만난다. 숭고함은 더이상 천상의 세계에 있지 않다.  서로가 완전히 합일되는 순간, 그들은 더이상 타인이 아니게 된다. 새로운 조상이 되어, 그곳으로부터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된다. 애초에 타인인 존재인 우리가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건 가슴벅찬 일이다. 사랑은 그런 기적같은 일이다. 그 둘의 결단은 둘 사이를 초월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사건이다. 우주가 새로 만들어지는. 너를 만나기 위해 만년을 기다렸다는, 엘하자드의 대사처럼.

 

'전후' 독일이 배경이다. 독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영화를 봤더니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포츠담 광장에 대한 장면이랄지, 곳곳에 무너진 건물이라든지, 등등. 그리고 영화를 지루하게 느낀 건 나만이 아닌 듯 하다. 영화를 돌려가며 다시 보니 처음 볼 때 이해되지 않았던 장면들이 이해되기도 한다. 다른 걸 떠나서 色이란 건 이 영화의 중요한 주제어인 것 같다. 이 영화 후속작품(in weiter ferne, so nah)이 있다는데, 한글 자막이 있으려나?

또 떠오르는 건, 그래도 삶은 구질구질하다는 거 -_-;

2010/05/22 14:08 2010/05/22 1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