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근황

내방은 정리를 해도, 해도, 해도, 왜 이리 엉망일까? 대체 뭐가 문제일까?? 사방이 짐이다. 매일매일 서랍에 쑤셔넣는데도, 방바닥에 널어져 있는 게 줄지 않는다. 집어넣는 만큼, 어디선가 뭔갈 주어오는 것 같다. 짐을 줄여야하는데..

내 방에 최대한 짐을 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무리해도 음향기기는 욕심이 났다.

결국 조그만 스피커를 들였다.근 15년은 됐을, 낡은 스피커다. 그래도 소리는 좋다.(그러고보니 Britz 스피커 참 좋던데.. 문득 또 갖고 싶네..)

어딘가 떠날 때, 무언가 챙긴다면 책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엇이지 않을까.

책과 음악이 있는 곳이면 그 사람 목소리가 닿는 것이니 떠나는 것이 아닐지도 몰라.

짐들을 계속 줄이고 줄이고 줄이고... 그래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도 하다.

물론 평균미달이다.

핑계를 대자면 집을 청소하고 싶어도, 청소할 시간이 없다. 매일 밤 12시가 다되야 들어오고 아침 7시면 나설준비를 해야는데..  물론 이건 핑계다. 시간이 있다 해서 청소할 인간이 아니다. 애초에.

 

하지만

졸려!

졸려!

졸려!

 

잠이 부족해...

 

 

/

나에겐 타협할 길이 너무 많이 열려있다. 그만큼, 더 많이 경계해야 한다. 언제나 미안하고, 부끄럽다. 지금 와서는 놓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아니, 지금 놓을 수 있다면, 진작에 놓을 수 있었겠지. 당장 올 1년의 역할은 찾았다 하더라도, 그 후 5년, 10년은 어찌할 것인지? 나를 특별한 존재로 오만하게 생각하는 것과, 내가 감수해야 할 것들을 두려워 피하는 것 사이에서 언제나 흔들린다.

 

/

참 간사하다.

지하철에서 천원이 아까워 내어줄수가 없었는데,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쉽게 꺼내진다. 나는 동정과 시혜를 베푸는 것일 뿐. 무엇이든 진심이기는 참 어렵다. 그 안에서 또 쪼개고 쪼개고, 이리저리 계산하는 나를 보면서 한심하기도 하고, 이런 계산도 없다면 그거야 말로 구체적 인간에게 잔혹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앞뒤 맥락 하나도 없는 글이니,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은 따로 얘기해 봅시다.)

 

/

노트북 액정이 몇달 전부터 말썽이다. 며칠전에 고치러 맡기니 20만원 가까운 돈이 든대서 고치는 걸 포기했다.

 

 

/

누군가에게서, 내가 동경받는 사람이었고 가까워지고 싶은(그러나 가까워질 수 없던)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즘과 비추어본다. 많이 시니컬해지고 까칠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그무렵 사람들을 혹하게 했던 건, 본능이라 할만한 나의 무한한 낙천 때문이었을텐데, 그 낙천이 많이 줄긴 했다. ㅋ 낙천이 준건 아닌데, 지금은 그런 낙천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위치가 된 것일까.(이 낙천은, 다른 말로 대책없음이다.) 아무튼, 요즘은 낙천을 제대로 쓸수가 없어, 나도 좀 답답하다. -그래도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은 되지 않았을까? 그 땐 가까워지면 피곤했을걸.

 

/

의욕넘치는 사람들과, 그러니까 쉽게 지르고, 쉽게 지른만큼 자신의 모든걸 걸고 책임지는 사람들과 미친듯이 하고 싶다. 한 번쯤은, 마음껏 불태워보고 싶다. 그럴 기회가 오겠지. 그거이 해탈일것인데. 이건 그냥 내 욕망이다. 이거이 타당하다거나 옳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mode.

 

/

정리되지 않은 기억들이 많은데.... 정리할 시간을 스스로 안 만드는 건가...

2010/03/10 01:27 2010/03/10 01:27

지나간다타로

예전엔 사주는 꽤나 신봉해도 타로에는 시큰둥했었다.

생의 전반을(더 나가 인류 전반을) 꿰뚫는 어떤 원리가 있을 거라는 믿음때문이었다.

그러다 목적과 기원에 대한 탐구를 경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서, 타로도 꽤나 신봉하게 되었다.

 

타로가 미래를 예측해 주는 도구는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보여준달까. 나는 내 마음이 어떤지를 잘 모르는, 좀 덜떨어진 인간이다. 그래서 누군가 넌 지금 어떤 상태라고 얘기해주면 감동받곤 한다. 이런 나에게 타로 같은 도구는 큰 도움을 준다.

 

오늘도 한 친구랑 타로를 보러갔다. 불안하고, 도망가고 싶지만 발목이 잡혀있다는 내용의 카드들이 나왔다. 어쩜!! 엊그제 적어놓은 말들이 그대로!!(http://blog.jinbo.net/imaginer/?pid=85 ) 그래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니 성과가 있을거라 했다. 아마 이건 내 바람일 게다.

 

타로를 보면 사람마다 자주 나오는 카드들이 있는 것 같다. 난 매달려있는 사람이 빠짐없이 나온다. 발목잡혀서 어지간히 애쓰는 게 내 내 기질인가 보다. 색동옷 입은 아이를 놓고 가지 못하는(http://blog.jinbo.net/imaginer/?pid=18) - 뭐 그런거. 어쩌면 그 카드는 내 삶을 가로지르는 상징인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낯익은 카드들이 많았다. 좌판을 늘어놓은 카드, 긴 머리 여성이 있는 카드 등등. 이거 참 재밌단 말야.

 

아무튼, 바람이나 이루어지면 좋겠다.......

2010/03/05 21:08 2010/03/05 21:08

지나간다전망, 믿음, 버티기

후원을 요청하려고 기억에 있는 몇몇 선배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띠동갑은 되는 사람들이었다.

몇년만의 연락에 너무 반가워 하면서, 버텨달라고 얘기한다.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곳의 노력이 결실을 얻기 위해선 이곳에서 버텨야 한다.

누구는 이곳에서 아직 버티고 있다는 얘기에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한다.

힘이 된다.

 

되려, 근래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비아냥 거리거나 빨리 정리하라는 말을 던지곤 한다.

그들에겐 이 활동이 한 순간 유희거리였을 뿐.

그 때도 그게 싫었고, 지금은 상종하고 싶지 않다.

그 인간들이 말아먹는데 일조했다.

그들은 나를 무서워했다. 그들에게는 더 날을 세웠어야 했다.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 나는 선뜻 만나기 어려웠다.

옆에 있던 사람들에 비추어, 내 삶을 맡길 만큼 믿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 불신이 이어져 지금은 우리의 전망을 이해받지 못할까봐, 치기로 치부당할까봐 두려워서 연락하기가 주저스러웠다.

어쩌면 서로 진심이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망설임 없이, 버티라고 얘기하는 게 좋았다.

그런 사람이 참 고프다.

내가 그렇게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버티라고 얘기할 수 있을만큼, 내가 버텨내기를.

 

하지만, 이게 전망을 잃은 채 맹목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일이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 나는 버틸 수 없었다. 나에겐 옳지 않았다. 다른 전망을 찾아내야 했다.

지금은 희미하게나마 길을 보고 있다.

하지만 다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내 삶을 맡길 수 있을 누군가를 든든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내가 해내야할 과제다. 그런 누군가를 만들기 어렵다면, 나를 벼르고 또 벼르고, 벼르든가.

2010/03/04 01:55 2010/03/04 0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