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모기

11월인데,

집에 모기가 들끓는다.

외려 여름보다 더 많다.

 

며칠전부터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밤새 앵앵 거리는 소리에 잠을 잘 못잔다.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도 10군데도 넘게 물리곤 한다.

 

오늘 새벽에 눈이 떠져선, 그대로 불을 켜고-

모기를 잡았다.

..

..

아침까지 잡은 모기가 11마리.

내 방 꽤 좁은데, 그 좁은 곳에 11마리.

한번 살신 들리니, 웅켜잡고 내리쳐잡고 튕겨잡고-

 

잡다보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살생을 저지른 걸 참회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는데-

한 5마리 쯤 잡았을 무렵인가-

모기 시체를 한데 모아놨는데,

보니 시체가 조각나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거다.

자세히 보니 작은 개미들이 시체를 분해해서 끌고 가고 있었다.

나의 살생이 저 개미들 배를 채워주는구나.

저 개미가 또 다른 이의 배를 채워줄지 모르고,

그렇게 돌고 돌아-

연緣이고 업業이다-

더 살신들려 열심히 잡았다.

 

근데, 대체 왜!

지금 모기가 이렇게 많은거지?

 

모기가 집 어디에 알을 놓아서, 애들이 이제 까고 나온건가?

아님, 내 피냄새에 뭔가가 있어 일대 모기가 모두 집 안으로 모여든건가?

아님, 알고보니 누가 내 유전자를 채취해가기 위한 모기 로봇을 투입한건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기를 분해해서 나르고 있는 개미들.. 그런데 개미들이 모기 날개는 안 먹나 보다;; 한참 뒤에 와서 보니 날개만 남아있다- 날개가 너무 가벼워서 실바람에 다 날아가버렸는데, 20짝 정도 남아있었다..

 

 

근데.. 윗 사진 위아래가 뒤집어졌다. 이상하네.. 컴퓨터에 있는 파일로 보면 잘 보이는데, 왜 업로드 하니까 뒤집어지지..?

2011/11/05 09:11 2011/11/05 09:11

지나간다FTA

 

여기저기 커뮤니티마다,
ISD다 뭐다 해서 FTA 관련 논쟁이 많은데..
 
난 FTA 하면, 김종훈 당시 수석대표가 
"한미FTA의 이익은 관세 감축보다 경쟁하면 이길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
이라고 말한 게 가장 강렬하게 떠오른다.
그때 범국본은 뭔 개소리냐고 그랬었다. 하지만 범국본은 순진했거나, 순진한 척 했던 것이었겠지.
 
누가 구체적인 이득을 얼마나 가져갈 지 계산기 두드리며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
김종훈 수석대표를 비롯한 똑똑한 정부 관료들(당시에는 노무현 각료)이
FTA가 가지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다는 게 소름끼쳤다.
 
이건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되는 노무현 정권의 특징일텐데, 장기적인 국면에 대한 전망.
어떤 정책으로 인한 단기적인 국면과 장기적인 국면 사이에 (방향은 같을지라도)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을텐데, 
대개 장기적인 국면은 그 원인-결과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깊이 고려되지 못한다.
단기적인 국면에서 효과가 눈에 뚜렷하게 보일 때는 더더욱.
이명박의 FTA가 노무현의 FTA와 같다 다르다 하는데, 다르다면 예상되는 단기적인 국면을 그다지 숨기지 않았고, 이것이 장기적인 국면과 별 차이가 없으리라는 신뢰를 4년내내 듬뿍주고 있다는 점이겠지-
 
한나라당은 자신이 의도하는 단기적인 국면과 장기적인 국면이 별 차이가 없는 거고,
노무현 세력은 단기적인 국면과 장기적인 국면이 같은지 다른지 드러나지 않게 잘 숨긴거고,
민노당을 비롯한 nl계 운동세력은, 잘 모르겠다- 알면서 속아주는 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쩃든 그래서 노무현 세력과 동맹을 맺고자 한다.
 
 
난 지금도 FTA의 가장 장기적인 효과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으려면 무한히 경쟁하고 밟고 올라서라. 도태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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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해서, 금융규제가 풀어지고 이런 것들이 덜 중요하다는 건 아니고..
맞물리는거지-
2011/11/04 09:56 2011/11/04 09:56

지나간다뒤지개

언젠가,

외할머니가,

기침하는 데 뒤지개(뒤지기?)가 좋다면서,

외할아버지에게 삶아드릴까 궁리하고 계셨다.

뒤지개란 건 처음 들어보는 거여서,

풀일까, 벌레일까, 뭘까 궁금해하면서 그런게 있는 갑다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땅 속에서 잡는 데다가, 쥐랑 비슷하게 생겼다니,

이거 두더쥐다.

 

음.. 얼마전에도 같이 희망버스 타고 갔던 한 분이,

어렸을 때 뒤지개 삶은 물을 먹었었다고 하셨다.

이번엔 제대로 알아들었다.

 

재밌는 사투리들이 많다.

갈수록 사투리가 억양으로만 남는 거 같은데..

이런 어휘도 사라지지 않고 많이 남으면 좋겠다.

근데 뒤지개 같은 말은 대상을 아예 볼수도 없어졌으니 자연히 사용 안하게 될터이다.

난 두더쥐를 맨땅에서 실물로 본적이 없다.

2011/11/03 16:08 2011/11/03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