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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문화노동자 연영석이 사는 방식 <게으르게 살고 싶다> (135호)
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창작되고 발표된 노래들을 보면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임을 절감하게 된다. 최근 2-3년 사이에 발표된 노래만도 200곡 가까이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부를 노래가 없다고도 한다. 창작자들이 민중가요다운 민중가요를 만들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렇게 많은 노래가 만들어지고 솔로가수만도 꽃다지 출신의 류금신, 서기상, 윤미진, 노래마을 출신의 이지상, 손병휘, 윤정희, 노래모임 새벽출신의 정윤경, 조국과 청춘 출신의 곽주림, 천지인 출신의 손현숙등과 이전 노래단체의 맥을 잇고 있지는 않지만 바로 이곳에서 자신의 색깔로 대중들과 소통하길 원하는 박준, 박창근, 연영석, 박성환, 견명인 등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만큼 많은데, 왜 부를 노래가 없다고 하는걸까... 그 부를 만한 노래의 기준은 무엇일까?
요즘엔 대부분의 집회에 가보면 음반을 틀어놓는데 그 음반에 들어 있는 노래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단결투쟁가>, <철의 노동자>에서부터 <바위처럼>,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 흔히 우리가 대표적인 민중가요, 노동가요라고 손꼽는 노래들은 다 들을 수가 있다. 이른바 짜집기 테입이다. 노조 집행부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 보급한 음반인데,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이런 노래들을 도대체 누가 만들고 누가 불렀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노래는 누가 만들고 불렀던 상관없이 대중들에 의해 살아남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고, 그리보면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닐성싶다. 그러나 제도권의 상업적인 대중매체에서 소외되어 있는 민중가요는 주로 집회나 문화제라고 하는 시공간이 유일한 유통망이며 소통채널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몇 안된다. 집회 시간과 횟수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도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 잘 알고 있는 단체, 가수만을 선호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대중문화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할 때 그 욕구나 취향이 어디서 비롯되어 발현, 형성되었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을 정확하게 잘 표현한 "열개의 취향과 한 개의 해방정서"라는 모토를 달고 등장한 연영석은, 약간 특이한 경우이긴 하나 전형적인 저예산 독립음반인 1집, [돼지 다이어트]를 들고 97년 불쑥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음반을 내고 초기에는 잘 불려지진 않았지만 꾸준히 활동을 하며 이제는 어느덧 '문화노동자 연영석', '게으른 피 연영석'으로 통한다.
문화노동자 연영석의 2집 [공장]에 수록된 <간절히>, <게으르게 살고 싶다>, <노란 선 넘어 세상>, <밥> 등은 가장 구체적인 우리 삶의 모습이면서 또 우리가 타성에 젖어 접어놓고 가던 일상투쟁의 한 측면이다. 노동자라는 단어가 일상적인 언어가 되어 굳이 노동자라는 말을 쓰는 것이 어떤 것과의 변별점으로 느껴지지 않는 요즘, 누구는 세상은 달라졌다고 말하지만 변한 것은 하나 없이 오히려 점점 더 조여오는 우리들의 삶을 보면 일상의 모든 것과 맞서 싸울 때만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싸워가는 우리의 삶 역시 자본주의가 우리를 길들여온 사상과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혹시 아닐까. 전선은 하나다. 그러나 그 전선은 여러형태로 우리의 취향, 욕구, 자율성까지도 억압하면서 다가온다. 각각의 상황에서 좀 더 힘이 되는 노래들이 필요하다면 그들을 만나보자.
단체의 음악은 그 나름대로 색과 힘이 있고, 솔로의 음악은 또 그 나름대로의 맛과 질감이 있다. 거기에도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가치관과 전망이 있고 또 살아가면서 투쟁해야 하는 것, 간혹은 우리가 사소하다고 놓아버렸던 이야기들이 있으며, 우리가 보지 못했던 삶과 정서의 한측면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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