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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금지의 벽을 넘어 자유를 노래하라 - 후기 모음-

우연히 찾은 자료입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네요.
그 당시 저는 한없이 행복했고
다시 태어나도 노래운동을 할 거라고 생각했고
당시의 그 느낌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거리공연의 첫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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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의 벽을 넘어 자유를 노래하라 !

- 예술활동 탄압하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꽃다지 가수들의 거리공연 일기 중에서 -


※ 지난 2월 5일,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표현물 제작, 배포' 혐의로 구속된 도서출판 민맥사 대표 '원용호'씨와 노래패 꽃다지 대표 '이은진'씨의 조속한 석방촉구 및 예술활동 탄압중지,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무기한 거리공연이 매일 낮 12시 30분부터 종로 3가 탑골 공원 앞에서 노래패 '꽃다지'의 주도로 시민들의 열띤 호응 속에 열리고 있다. 
다음의 글은 꽃다지 가수들이 그날 그날의 거리공연 느낌을 자유스러운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거리공연일지 중에서 일부를 발췌하여 실은 것이다. 노래패 꽃다지는 3월 23일 현재, 44일째의 거리공연과 민예총 본부 사무실에서 47일째의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1996년 2월 9일 / 철야농성 5일째, 거리공연 2일째 / 출연 : 최도은, 그리고 꽃다지


어떤 사람이 발로 건드렸는지 공연 중간에 전원선이 뽑혀서 잠시 음향이 나갔다. 진행자가 생소리로 멘트를 하게 되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다행히 전원을 재빨리 다시 연결하여 공연을 잘 마칠 순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지……. 그래도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전원이 나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진행을 보던 민하형이 "왜 창작자인 나를 잡아가지 않고, 유통 보급을 한 애꿎은 사람들만 잡아가느냐?"라고 그 자리에 숨어든 형사들을 찾아내어 항의성 멘트를 하셨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듯 했다. 물론, 옳은 말씀이나 만약에 그렇게 사건이 커지고, 얽어매기 식으로 이 사람, 저 사람, 이 조직, 저 조직 마비시켜 놓았을 땐, 어찌 될꼬 싶어서…….   
오늘 함께 노래를 불러준 최도은 언니가 참 고맙게 느껴진다. 거리공연 관객들중 30대 이상의 분들에게 어필하는 몫을 분담해 준 듯 싶다. 자주 공연에 나와 주세용 -.
종로바닥을 지나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썩 바쁘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과 가난한 연인들이 거리의 이 무료 콘서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에 흐뭇한 마음 조차 든다. 아, 은진언니, 용호형 정말 고맙습니다(?)
시들어 가던 나의 열정이 되살아 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시련은 단련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이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신있다!

 

 

1996년 2월 11일 / 철야농성 7일째, 거리공연 4일째 / 출연 : 꽃다지


생각외로 조용한 노래들에 대한 호응이 좋았다. 오늘은 특히 느린 발라드가 많아서 걱정을 했는데……. 가수들이 돌아가면서 콘서트 때 처럼 자기 노래를 자기 멘트에 이어 부르니 그야말로 거리에서 콘서트를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보수적이라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할아버지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시며 음반도 사 가시고, 한 사람, 한 사람 우리들 모두를 격려도 해 주시는 모습이 의외이면서도 참 감사했다.
음향!
음향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비트있는 곡은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서 참 아슬아슬하다.  음향기기 자체의 문제인지, 전력의 문제인지…….
음반!
오늘은 다른 날과 거의 비슷한 정도로 홍보를 했는데도 유달리 음반 판매량이 많았다. 왜 일까?  아마도 노래를 잘 해서 이리라. 히히…….
합창!
우리의 신입회원 '용진'과 '정현'은 생각외로 적응을 잘 하는 듯 싶다. 물론, <통일 아리랑> 솔로 부분에서는 어쩔 줄 몰라하며 로봇트처럼 왔다 갔다 하거나, 가사를 쬐끔 까먹기도 했지만 말이다.
연일 벌어지는 이 거리공연이 결코 관성화 되어서는 안된다. 매일 같은 곡이 있을지라도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멘트준비에 신경을 더 써야 하겠고, 노래도 다양하게 준비해서 지켜보는 많은 분들에게 더욱 친숙하고 의미있는 거리공연이 되게끔 해야겠다.
그리고, '꽃다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가입 신청서를 함께 구비해 두면 어떨까? 아마도 호응이 꽤 괜찮을텐데…….

 

 

1996년 2월 12일 / 철야농성 8일째, 거리공연 5일째 / 출연 : 꽃다지


우리 '꽃다지'의 잠재된 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꽃다지는 민중가요, 노동가요를 부르는 노래패이기에 그 향유층도 특별한 사람들일거라는, 신입회원인 나의 선입견은 편견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의 거리공연을 통해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질서유지를 담당하던 경찰 두 명은 호기심 있게 구경하더니 멋쩍은 모습으로 음반을 사 갔고, 한 외국인도 공연 전체를 관람한 뒤, 음반을 사 갔다. 한국말을 모르기에 가사 내용을 알 순 없지만, 노래의 느낌이 무척 좋았다는 말을 남기면서. 물론, 영어로…….
민중가요는 음악성 보다는 가사 전달에 무게를 둔 노래인 줄 알았던 그동안의 잘못된 나의 생각을 고치는 계기가 되었다. 결코 안일한 자세로 임해서는 않되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하다.

 

 

1996년 2월 14일 / 철야농성 10일째, 거리공연 7일째 / 출연 : 꽃다지


아침 10시.
서초동 서울 형사지법에서 열린 은진언니와 용호형님의 구속적부심 공판을 몇 몇 가수들과 함께 보고나서, 비록 대화는 못나누었지만, 10일만에 두 사람을 만난 반가움과 검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판사님(?)의 어처구니 없는 말씀(?)으로 인한 찝찝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전철을 타고 거리공연장인 탑골공원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법조계는 아직도 멀었구나....' 
거리공연장에 도착해서 밝은 웃음으로 맞이하는 동료가수들과 시민들을 보니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금지의 벽을 넘어 자유를 노래하라!'
오늘의 거리공연에 출연하지 않은 나는, 공연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부르며 다시금 이 말을 되뇌이면서 준비된 유인물을 모인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거리공연 7일째인 오늘은 여기저기에 낯익은 얼굴들도 보였다. 
7일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농성장을 지켰던 민하형은 간만에 옷 갈아 입으러 집에 들어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다른 동료가수들이 약간은 지쳐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노래 속에도 피곤함이 스며있는 듯 했지만, 우리가 이렇게 거리공연을 하게 된 이유와 농성 10일째, 그리고 거리공연 7일째라는 사실을 아시고는 시민들이 더욱 안타까와 했다. 
이제는 거리공연이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는 것 같다.
주의!  이럴 때, 멈칫거리거나 생각을 정지시키지 말고, 생기 발랄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더욱 다양한 거리공연과 농성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시간 시간을 채워 나갑시다!"
요즈음처럼 주위 사람들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던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리고, 주위의 노조 분들과 여러 단체 분들, 그리고 '꽃다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든 분들이 지원해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순간 가슴이 뜨거워진다.
"꽃다지 여러분, 그리고 꽃다지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1996년 2월 15일 / 철야농성 11일째, 거리공연 8일째
                             / 출연 : 서울대 중앙노래패 '메아리', 그리고 꽃다지


아! 슬프다, 반주CD 여!
어떤 도적놈이 우리 반주CD와 CD Player가 든 가방을 훔쳐 갔을까?
제발 안면몰수하고, 훔쳐갈 때처럼 몰래 도로 가져다 놓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리는 없겠지?
급한 것부터 다시 녹음해 놓고, 없는 돈에 CD Player 하나 사고 해서 저녁 때, 유구영 동지 후원의 밤 공연 부터는 당장 쓸 수 있었지만, 왜 이런 비상사태가 벌어졌는지, 도적 맞던 그 짧은 순간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내가 반주CD 관리담당이었기 때문에 없어진 뒤, 이리뛰고 저리뛰며 몹시 흥분된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짜증도 내고 그랬다. 
허나, 사라진 뒤에 탓하면 무엇하고, 후회하면 또 무엇하랴. 급할 땐 기타가 최고다, 최고!
평소부터 우리도 기타로 할 수 있는 가벼운 포크음악들을 좀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가수들도 자기 기타 들고 나와서 여럿이서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공연하는 것이 좋을 듯…….
내가 잠시 짜증을 내서 마음이 상하게 됐을 우리 동지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나는 오늘 많은 것을 느끼게 된 데 대해 감사하고픈 마음이다. 메아리 친구들도 고맙고, 그 순간 옆에서 반주를 준비해 준 우리 꽃다지의 기타리스트 성우와 필우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구요, 고생하셨어요.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합시다!!

 

 

1996년 2월 16일 / 철야농성 12일째, 거리공연 9일째

/ 출연 : 노찾사, 조국과 청춘, 박준, 그리고 꽃다지


거리공연이란 걸 하길 정말 잘했다.
늘상 얘기하던 '열려진 공간'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노조 임투전진대회, 대의원 대회,  대학 대동제 등등 초청된 공연공간이나 우리를 잘 아는 대중들 앞에서가 아니라, 음악소리에 걸음을 멈춘 연인들, 학생들, 아저씨 아줌마, 회사원, 탑골공원을 안방삼아 생활하는 할아버님들.
그 모든 분들을 새롭게 우리의 벗들로 가슴 속에 꼭꼭 새긴다.
유인물 하나도 소중히 받아가고, 서명은 꼬박꼬박, 음반도 관심있게 구경하고, 돈 있으면 사고…….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가!
이런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주는 노래 동지들, 오늘 출연한 '노찾사'와 늘 활기차게 젊은 청춘을 노래하는 '조국과 청춘', 그리고 지금까지 출연해 준 '노래극단 희망새', '노래마을', '류금신', '김영남', '현성이형', '메아리', '애영누나', '작은 하늘', '최도은언니', '노동자문예교육협회', '풍물굿패 살판', '민족연희굿패 맘판', '많은 시민여러분들',  그리고 비록 아직 출연은 안했지만, 거리공연을 보며 함께 박수쳐 주신 '정태춘 선배님', '치환이형' 모두모두 고맙고, 특히 거리의 악사 '박 준' 선배님의 공연은 너무 멋졌다.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가 아닌 '두환이, 노태우, 영삼이 떡 들고'란 부분은 정말 너무도 멋진 풍자였다.
공연이 오래 지속될수록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출연진들이 좀 더 섬세하게 준비를 해서 공연장 앞을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의 시선과 귀를 확 끌어당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1996년 2월 17일 / 철야농성 13일째, 거리공연 10일째 / 출연 : 꽃다지


오늘도 변함없이 많은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어 주었고, 변함없이 푸근한 만남이 있었다.
첫날부터 매일 오시던 분은 꽃다지 합법음반을 사 가셨고, 또 어떤 아저씨는 꽃바구니와 빵 한 아름을 안겨주시고는 부끄러운 듯 말 붙일 시간도 주지 않고 멀리로 도망 가셨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어제 최병수형님이 가져오신 소형 장산곶매 걸개그림을 걸고 공연을 했더니 무대가 더욱 훌륭해 보였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니, 힘이 절로 난다.  너무나 행복하다.  은진언니, 용호형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1996년 2월 20일 / 철야농성 16일째, 거리공연 13일째
                      / 출연 : 풍물굿패 살판, 노동자문예교육협회, 그리고 꽃다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모여든 사람들.
영하의 기온을 오르내리는 황소바람도 아랑곳 않고, 오늘은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묶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꽃다지 가수와 연주자였던 상희, 명숙언니, 세라언니가 미리 스치로폴 방석으로 좌석을 만들어주어 시민들이 편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 주었고, 극단 현장 언니와 형들이 많이 오셔서 흐드러지는 대동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은진언니 낭군 정혁이 형과 시어머님, 그리고 세쩨 형님 가족분들이 모두 오셔서 서로 힘을 다지고 가셨다. 
엊그제 가졌던 민속놀이(1)이 함께 하는 시민들에게 왜 하는지, 무슨 의미로 하는지 자세한 설명없이 진행되었다면, 이번 민속놀이(2)는 노동자문예교육협회의 부대표 장기호 형님의 적절한 설명과 진행이 곁들여져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 되었다. 교육협회 여러분! 수고 많으셨어요!
음반 판매대와 서명대에도 시민들이 북적북적. 마치 공짜로 투호를 했거나, 제기차기, 줄넘기, 널뛰기, 윷놀이를 한데 대한 미안감이기라도 하듯, 다투어 음반을 사가지고들 가셨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아직 우리 민족성은 사라지지 않은 듯 하다. 단심줄 엮기를 할 때, 서투른 가운데서도 호기심과 감동이 뒤섞인 오묘한 감정으로 시민들과 함께 서로를 가깝게 느끼며, 비단 거리공연 측면에서의 기쁨만이 아닌 좀더 깊은 시민들과 하나됨의 마음이 울려나옴을 느꼈다.
오늘의 성과를 끌어안고, 작고 큰 것에 상관하지 아니하고, 참으로 열심히 투쟁에 임해야겠다.  어제 구정날에 이어 오늘도 은진언니 시댁과 친정을 방문하고 어른들께 세배를 올렸다. 어려움이 많으시겠지만, 잘 이겨내고 계신 듯 하다.
아무튼 내일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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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제목 : 여러분도 기쁘시죠? 와우!!
올린이 : kesiok  (김은영  )    96/03/24 05:07    읽음 :  18  관련자료 없음


와, 우선 박수부터 치구...(짝짜짜짜작짝!!!)
석방소식 듣고, 카수 여러분들 피곤하시다면서도 신나하시는  모삭
그리고 희정이 빙긋 웃는 모습도 너무나 오랫만이었구요.
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정에도, 비정상적이었을 힘든 하루하루를
묵묵히 버틴 여러분 모두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진짜 꽃다지집(홍대사무실)에 놀러가야지...꽃 한다발 사들고
가겠습니다.
물론, 안에서 고생한 원용호, 이은진님께서도
곁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과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신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두들 애태운 마음이며,
또 그때문에 속상했을 마음이며 다 털고, 여전히 씩씩하신 모습
뵙게되길 바랍니다. 추운 겨울 지나 정말 봄이 오는군요....
다시한번 꿋꿋하게 싸워온
여러분,"축.하.합.니.다"
금/지/의/벽/을/넘/어/자/유/를/노/래/하/라!!!

 

 

[442] 제목 : 축하!축하!
올린이 : 푸른한강(노지원  )    96/03/24 13:19    읽음 :  12  관련자료 없음


에고,에고,
이제야 경우 봤네요,이은진씨,원용호씨 석방소식을...
마음이 떨려서 축하만 해야겠네요
마음 좀 가라 앉으면 또다시 축하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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