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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4, 내소사

내소사(來蘇寺)는 참 예쁜 절이다.

높지는 않지만 기암괴석의 올망졸망한 산들이 3면을 감싸고 있고, 단청이 모두 벗겨져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오히려 고색미가 돋보이는 법당과 조선 중기(인조 때)에 지어진 절집들, 그리고 기와를 수평으로 줄지어 넣고, 황토흙으로 쌓아올려 차분한 느낌을 주는 긴 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소사 법당

 

내소사를 품고 있는 산을 능가산이라고 하는데, 부처님이 능엄경을 설법하셨던 곳 이름이 능가산이라고 하니 아마 거기서 따온 이름일 것이다. "거듭 떨쳐버리고 곧바로 보이심"을 설법하셨다는데, 나는 뭔 말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떨쳐버려야 할 것들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번민하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는 사실만은...

 

내소사로 들어가는 전나무길/ 이곳만 들어서도 단번에 문밖의 번잡한 시장거리와 단절되는 느낌이다.

 

능가산은 해발 400m 대로 높지는 않지만, 연봉으로 이어진 봉우리들이 한결같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날씨가 맑은 날이면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포근히 감싼 자리에 자리잡은 내소사는 그야말로 '그림'이다.

그러나 워낙 진하게 내린 황사 탓에 산봉우리들은 희미한 윤곽만 보이니, 아쉬을 따름이다.

 

내소사 부도밭

 

내소사로 들어가는 긴 길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솟아있는 사이로 난 흙길이다. 이곳만 들어서도 절 앞의 법잡한 시장분위기를 일거에 쓸어버리고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

 

전나무길이 끝나는 지점 왼편 언덕 위엔 부도밭이 있다. 선운사의 부도밭이 산만하다면, 이곳 부도밭은 참으로 단정하다.

 

천왕문/ 양옆 흙담이 가까이서 보면 참 예쁘다.

 

조금 지나면 절의 대문격인 천왕문이 나타나는데, 천왕문 양 옆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황토담이 양쪽으로 길게 드리워져 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천년을 살고 있다는 느티나무가 나온다.

 

이곳에서 천년을 살고 있다는 느티나무

 

이곳부터 법당 사이에 있는 오른쪽 건물들은 예전에 유홍준이 온갖 구라로 설명해놓아 유명해진 건물들이다. 가보면 유홍준의 구라가 아니라도 한번 기웃거리고,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오래되어 보이고, 다정해 보이지만, 갈길이 바쁜 난 가벼운 눈길로만 스치며 지나쳤다.

 

법당 꽃창살(부분)

 

내소사를 찾는 사람들은 아마 대개 법당의 창살무늬를 보러 갈 것이다. 꽃무늬, 과일무늬, 기하학적무늬 등 단청을 잃고 맨살을 드러낸 창살은 유홍준이 근찬을 하여 유명해진것이기도 하다.

 

법당에서 바라본 스님들이 거쳐하는 요사채/ 복숭아꽃은 만발이고, 고목이 된 벗꽃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한다.

 

어째됐든 내소사 법당은 단청이 벗겨져 내겟 더욱 정감 있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좋고, 시간이 있다면 천천히,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절이다. 좀 더 시간이 허락되면 뒷산 능가산을 넘어 직소폭포로 해서 긴 산길을 천천히 걷고 싶기도 하다.

 

<다음은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새만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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