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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꽃진 거리를 가다.

꽃진 거리에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텅빈 보도 가로수는 그저 가로수일 뿐이다.



불과 2-3일 전만 해도 꿈처럼 빛났을 벗꽃은

마침 불어온 비바람과 함께 모두 날아가 버렸다.

 



사무실 내 자리에서 고개를 내밀면 여의도 윤중로가 보인다.

벗꽃이 피고 지고, 사람들이 몰려오고, 몰려가고

 

자리에 앉아서, 때로 창가에 서서 봄이 익어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이따금 여의도를 가로질러 온 사람들 말이

여의도는 인산인해, 사람과 차들로 가득찼다고 전한다.

 


 

화려함이란 대가가 있는 법. 붐비는 사람들과 넘치는 상인들. 그곳에 있는 나.

그러나 나는 자신이 없다. 분비는 사람들 속에 섞이고 싶지도 않고...

 

나는 이렇게 꽃이 지고, 텅빈 거리를 거니는 것을 만족하고,

고개 들어 이미 져버린 가지마다 흰 벗꽃이 가득한 꽃천지를 상상한다.

 

이 거리를 거닐었던 많은 청춘들은 또 그 꽃들만큼 황홀하게 빛났을리라.

 

 

물론 아직도 띄엄띄엄 꽃잎을 온전히 달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 막 피어난다고 계절을 돌릴 수는 없다.

혹시나 하고 왔다가 돌아가는 청춘남녀들의 실망처럼 말이다.

 

국회의사당 뒤로 해 여의도를 반바퀴 돌아 약속장소로 가겠다던 계획을 수정했다.

어느덧 촉박해진 약속시간 탓이겠지만,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휘돌아 가고싶던 갈구가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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