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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저수지

- prologue

제목을 무심코 '강동냉장'이라고 쓰려다가

수없이 댓글이 달렸던 지난 포스팅이 생각나 바로 바꿨다.

뭐하는 짓인지...

 

닭장차로 사방 바리케이트를 친 강동냉장 창고

 

 

1.

다시 지난 6월 30일 얘기다.

9시 30분 쯤 우리가 도착했을 땐

경찰 숫자는 말할 것도 없고, 취재진들 숫자도 우리보다 많은 것 같았다.

 

이래저래 회의를 거치고 하면서

오후 2시 조합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결론을 내리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2시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연행은 예상되었지만 마음은 한가로웠다.

 

난 몸 상태도 별로인지라 해바라기를 할 겸

좋아하는 산책을 할 겸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안 되는 우리 일행과 건너편 취재를 준비중인 많은 기자들이 대조적이다.

 

냉동창고 바로 옆에는 커다란 개울이 있었고

다리에서 내려다보니 커다란 부들이 꽃이 이제 막 진채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생각같아선 내려가보고도 싶었지만,

투쟁하러 와서 다들 보는 앞에서 뭐하는 짓인가 싶어 그만두었다.

 

다리를 천천히 건너며 느릿한 눈길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맑지 않은 물길이지만, 그 물을 먹고 자라는 풀들은

왜 그리도 싱그럽게 자라는지...

 

 

2.

문득 고개를 들어 반대편을 보니

조그만 동산 사이로 높다란 탑들이 보였다.

뭔가 하고 보니 그건 탑이 아니라 수문이었다.

 

오호라. 수문이라.

그럼 저 위는 뭐가 있을까?

저수지?

 

기흥저수지 오르는 길목의 비포장길

 

짬을 보아 수문 쪽으로 길을 잡았다.

입구는 전경들이 가득 있었는데,

굳이 가려면 갈 수 있었지만 부딪치는 것 자체가 싫어서

슬며시 돌아 올라갔다.

 

 

3.

조금 오르니 비포장길이 나왔다.

그래. 이 근처 길들이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모두 이런 모습이었겠지...

 

비포장길 옆 야산에는 외래종인 자리공 등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기도 하지만,

여러종류의 잔대들이 듬성듬성 길 바로 옆까지 자라고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간섭이 없나보다.

 

좀 더 오르니 커다란 집이 나오고,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은 끊겼다.

 

관리사무소 옆 샛길

 

커다란 집은 저수지 관리사무소였다.

사무소 간판 덕에 드디어 저수지 이름을 알아냈다.

'기흥저수지'

 

사무소 옆으로 작은 샛길이 하나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커다란 저수지가 나왔다.

자세히 보니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늘 보던 저수지였다.

고속도로에서 보는 모습하고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물은 언제 보아도 매혹적이다.

다만 가까이 하지 못함이 안따까울 뿐이다.

 

둑에서 바라본 기흥저수지/ 배를 띄워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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