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또 하는 잔소리

현실적인 도움을 청하는 후배들에게

또 꿈 같은 잔소리만 실컷 해주고 왔다.

 

한 단체의 사무국에서 일하는 후배들이

자기들 사업의 진행과정에 자문도 하고, 참여도 해달란다.

 

사업을 책임지고 담당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우선 물었다.

 



사업결정은 중앙위원회에서 하고,

기획, 집행은 사무국에서 한단다.

 

또 그렇게 사업을 하냐고 나무랐다.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사무국이 나서서 사업을 하냐고....

 

물론 이렇게 원칙으로만 이야기 하는 것이 무리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후배들도 할 말은 있다.

 

나 같은 꼴통(?)들의 끊이지 않는 잔소리 때문에

작년 한 해 모든 사업을 회원의 참여와 책임을 바탕으로 했는데,

결국 1년 동안 되어진 일이 하나도 없단다.

 

그래도 또 똑같은 말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왜?

 

모든 조직의 존재 이유가 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가장 소중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은 회원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집행한다.

사무국은 이런 회원들의 사업을 기술적, 행정적, 사무적으로 지원한다.

 

규약으로 정했든, 그렇지 않든

이게 그 원칙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여 조직을 세우면 그게 어떤 조직일지라도

이게 그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거기서 만들어 낸 성과는

그저 사무국 직원들의 성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그 조직의 회원은,

더는 회원이 아니라 후원자거나 자원봉사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저 이런저런 시민단체라면, 관변단체라면, 봉사단체라면...

그렇다면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대충 자기를 지켜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변혁을 위해 일하는 운동단체라면 그것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다.

 

 

그래도 그게 쉽지 않은 걸 어쩌겠는가?

거기다, 일년 동안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애써본 후 낭패감만 안고 있는 이 후배들에게

더 가혹하게 이야기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양보를 해서 이야기했다.

 

현실적으로 사무국에서 일을 하는 방법 밖에 없더라도

사업을 결정한 중앙위원 가운데 한 명,

그리고 사업에 관심이 있을만한 회원 한 명...

그렇게 두 명만이라도 꼭 참여 시키라고....

 

쌩뚱맞지 않은가?

이미 아무런 조직적 관련도 없는 나에게는

경험, 전문성 등을 이유로 참여를 요청하면서

정작 책임을 져야할 회원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간다니....

 

그런데 사실,

대략 모든 단체가 이렇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렇게 일하는 단체를 두루 다니면서 그렇게 일했고....

그러니 더 조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또 그래서다.

그래서, 난 똑 같은 잔소리를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