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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하려면 몸이 불편해야...

정기적으로 서울 나가는 날...

안산에서 종로 5가까지,

전철...

 

보통은 4호선으로 서울역까지

그리고 다시 1호선으로 종로 5가 까지 가는데

왠지 오늘은 고민이 생긴다.

사실 시간이 조금 모자란듯 해서...

 

금정역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1호선과 4호선.

역 수도 그렇고, 아마 시간도 1호선이 빠를 것 같다.

그러나 알면서도 항상 서울역에나 가서 갈아타는 이유는

내가 앉아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날은 별 고민없이 앉아 가는 것을 택하는데,

오늘은 시간 때문에 고민이 된다.

금정역.

사람들이 내리고 건너편에 미리 와서 서있는 1호선이 보인다.

일어서지 못한채 잠시 또 고민...

 

'에이, 몇분 차이 나지 않을텐데, 뭐...'

 

앉아갈 것을 결정한다.

그러면서도 건너편 1호선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바라보고 있는 출입문으로 할아버지가 들어오신다.

곧장 내게로 걸어오신다.

 

눈이 마주친 이상 별 수 없다.

벌떡 일어났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

 

'어차피 서서 갈꺼면 1호선으로 갈아타자!'

 

그러나 출입문 스르르...

 

 

때늦은 후회를 하며 장시간 서서 갈 채비.

 

오늘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가 유난히 많다.

내가 서있는 바로 옆에 칠순은 훨씬 넘겼을 할아버지가 서신다.

 

뭐 항상 나도 그랬듯,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고개를 내려뜨리고 있거나 내려뜨린다.

 

모처럼 자리를 양보한 거만함으로 그들을 본다.

고단한 얼굴의 할아버지도 함께.....

 

참 재미있는 모습니다.

내가 서있는 앞자리의 잘생긴 청년은

금방도 눈을 말똥말똥 거리고 있더니

어느새 고개가 심하게 꺽여있다.

 

저 마음, 나도 안다.

잠이라도 빨리 들었으면 하는 바로 그 마음.

보아하니 마음도 여리게 생겨서

잠 들기도 힘들 것 같다.

그 마음.... 지옥이리라.

뒤늦게 일어나고 싶기도 하지만

그게 또 더 민망할 것 같아

감은 눈을 한 번 더 질끈 감으리라.

 

이야기 해주고 싶다.

 

"어이, 학생, 지금이라도 일어나면 마음은 천국이 될꺼야!"

 

 

그 옆에 아저씨... 그 옆에 아줌마....

어쩌다 눈을 살짝 떠도

여전히 서계신 할아버지를 손등 주름으로만 확인하고 얼른 눈을 감는다.

 

별 수 없어 양보해 놓고

내 마음은 콧노래를 부른다.

 

'몸이 좀 힘들면, 마음이 편한 법이야!'

 

눈만 감고 있든,

그러다가 진짜 잠이 들었든,

어쨌든 고개 숙인 사람들 마음은

과거와 미래의 공범으로서 남몰래 웃어줄 수 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 바로 앞에 앉아있던 그 아가씨,

눈 감는 척 한 번 없이 깔깔대며 수다떨다가

서울역에서 나와 함께 내린 그 아가씨.........

 

정말 무슨 마음이었을까?

 

금정에서 서울역까지....

만만치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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