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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착한 대화

몇 해 전에 어디선가 보고 퍼두었던 건데,

다시 읽어도 참 착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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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는 일곱살, 꼬마 아가씨입니다.
얼마전 이 꼬마와 손을 잡고 밤길을 걷고 있었어요.
(이 아이는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 1.

산하: 선생님, 저 동그란 달을 보름달이라고 하는 거 맞아요?

유라: 응. 보름달맞지.

산하: 보름달이 뜨는 이유는요, 소원을 빌었기 때문이래요.
그런데 이상한 건, 저는 소원을 안 빌었거든요?
....음...아마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소원을 빌었나봐요..

유라: 와.. 정말 그랬나보다.
산하는 놀라운 사실을 알고 있구나..뜨아..



# 2.

산하: 선생님, 제가 비밀하나 말해드릴까요?

유라: 산하야, 선생님한테 이야기하고 나면 더이상 비밀이 아닌데?
비밀은 혼자 가지고 있을때 비밀인데..

산하: 선생님한테만 알려드릴게요. 저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유라: 정말? 선생님이 아는 사람이니?

산하: 두명이에요. 한명은요....
우리 할머니예요. 전 할머니가 너무 좋아요.

유라: 어..그렇구나..산하는 할머니가 계셔서 좋겠네..
또 한명은 누구야?

산하: 정말 비밀인데요, 우리 엄마에요. 저는 엄마가 젤 좋아요.
근데 엄마한테 말하믄 안돼요.

유라: 산하는 좋겠다!! 결혼 하고 싶은 사람이 둘이나 되니..
선생님은 산하가 너무 부럽다..



할머니랑 엄마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 꼬마아가씨에게
결혼은 보통 여자와 남자가 하는 거라고는 말하기는 (정말) 싫었고,
(명랑한 버전으로도)할머니랑 엄마랑은 결혼하지 못하고,
아마 너의 생각도 바뀌게 될거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
그래서 엄마랑 할머니랑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
그저 예쁜 그 마음에 살짝 내 마음을 비춰보고 싶었습니다.

느낌을 주는 대화는 참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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