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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야구중계 유감

  • 등록일
    2008/10/31 18:31
  • 수정일
    2008/10/31 18:31

길고 길었던 메이저리그 2008년 시즌이 끝났다.

최종 승자는 MLB 최고인 '1만패' 기록을 가지고 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결정났다. 필라델피아는 임금노동자의 비율이 유난히 많은 지역이라고 하는데(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들이 필리스의 우승으로 경제위기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기를.

 

월드시리즈를 (당연히) TV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지난 몇주 유난히 야구중계를 많이 보게 됐다. 때로는 케이블방송국의 중계일정이 오락가락해서 한국 프로야구를 볼 기회도 많이 갖게 됐는데, 뭐 별 다른건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의 야구중계가 가지는 차이점을 발견하게 됐다.

 

 

위 그림이 한국의 프로야구 중계 화면이다. 이 화면은 KBS가 중계한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전을 네이버 화면을 통해 캡쳐한 것이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방송사에 상관없이 이런 각도의 화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사례로 삼았다.

카메라를 이런 각도에서 잡을 경우, 오른손 투수의 공은 실제보다 느려보이고 왼손투수의 공은 실제보다 빨라보인다(TV중계에서 보는 두산 이혜천 선수 직구의 경우, 눈으로 보는 속도와 스피드건에 찍힌 속도 사이에 지구와 안드로메다 간의 거리가 주는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또 공의 궤적이나 최종 포구지점 등도 홈플레이트와 비교해 살펴보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투수가 어떤 공을 던졌는지도 알기 어렵다. 직구-변화구 정도의 차이야 알 수 있지만, 그 변화구가 커브인지, 슬라이더인지, 싱커인지 등은 어쩌다 보여주는 느린화면에 나오는 투수의 그립에 의존해야 한다.

 

 

반면 위의 화면은 이번 월드시리즈를 중계한 FOX 방송사의 화면을 유럽지역 케이블방송사인 NASN(North American Sports Network)이 위성중계한 장면을 캡쳐한 것이다.

한국 방송사와 달리 FOX사는 투수와 홈플레이트, 포수를 일직선으로 잊는 지점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렇게 하면 오른손투수와 왼손투수 간의 볼스피드에 대한 시각적 왜곡을 없앨 수 있으며, 볼의 궤적과 속도, 포구지점 등을 쉽게 볼 수 있어 구질 등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모든 방송사가  FOX와 같은 카메라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방송사가 한국의 야구중계와 같은 각도의 화면을 제공한다. 이 차이가 방송사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구장의 중계조건 등에 따른 것인지는 알수 없으나, FOX와 같은 형태의 화면을 보여주는 중계를 볼 때에는 경기에 집중하기 보다 더 쉽다.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차이일 수 있으나, 한국의 방송사들도 이런 화면을 한번쯤 실험해보는 건 어떨까. 모 케이블방송에서는 선수 기록을 보여주는 자막에 OPS나 WHIP과 같은 일반인들이 보기엔 생소한 (그러나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기록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용기를 발휘하고 있는 판에, 그리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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