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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야구 소사(小史) : 8월21일

  • 등록일
    2009/08/21 14:27
  • 수정일
    2009/08/21 14:27

= 황당한 부상

 

- 1993년 8월2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투수 테리 머홀랜드(Terry Mulholland)는 상대편인 휴스턴 아스트로스에게 역전 홈런을 허용한 뒤 홧김에 덕아웃의 냉수기를 주먹으로 가격해 오른손이 부러졌다. 좌완투수인 머홀랜드는 인터뷰에서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었어요. 하지만 만일 제가 냉수기를 왼손으로 쳤다면, 그건 더 멍청한 짓이었겠죠”라고 답했다.

 

[사진] ‘분노의 주먹’으로 팀 관계자들의 분노를 산 테리 머홀랜드. 인터뷰를 보니, 아직도 자기가 잘못한 게 뭔지 잘 모르는 게 확실하다.

 

- 사실 이런 부상은 많은 다혈질 선수로부터 찾아볼 수 있어서 ‘황당 부상’ 축에 끼지도 못할 지경이다. 살펴보면 허탈한 웃음을 자아내는 부상도 많이 발생했는데, 예컨대 이런 식이다. 새미 소사는 2004년 클럽하우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 도중 거센 재채기 때문에 허리 부상을 입고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반면 개리 매튜스 주니어는 재채기를 억지로 참다가 부상을 당한 적도 있다.

 

- 기쁨이 슬픔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제이크 피비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경기에서 기쁜 마음에 동료들과 얼싸안다가 늑골 골절을 입었으며, 태그 보지드는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뒤 홈플레이트에서 힘차게 뛰어올라 착지하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고 한다.

 

[사진] 기쁨을 슬픔으로 승화시킨 제이크 피비. 포스트 모더니즘적 부상으로 화제에는 올랐으나, 정작 필요할 때 마운드에는 오르지 못했다는... 딱하다 딱해.

 

- 객기와 부주의는 만병의 근원이다. 스티브 스팍스는 동료들의 투쟁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으로 전화번호부 찢기 시범을 보이다가 어깨가 탈골됐으며, 존 스몰츠는 옷을 입은채로 다림질을 하다 화상을 입었다. 반면 리키 핸더슨은 얼음 찜질을 하다가 동상을 입었다. 헌터 팬스는 유리문이 열린 줄 알고 돌진하다가 유리문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고, 클린트 바메스는 동료가 선물한 사슴고기를 옮기다가 부상을 당한 경우다.

 

[사진] 졸지에 ‘전화번호부 홍보대사’가 돼버린 스티브 스팍스. 이 부상을 시작으로 그는 선수생활 내내 총 6번의 어깨탈골 부상을 입었다.

 

- 물론 예상치 못한 경우도 있다. 리치 하든은 스프링 캠프에서 아침에 알람시계를 끄려고 팔을 뻗었다가 어깨를 다쳤으며, 강속구 투수 조엘 주마야는 기타 모양의 게임기 ‘기타 히어로’를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부상을 입었다. 오츠카 아키노리는 팬이 사인을 요청하며 던진 배트에 얼굴을 맞아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제이 기븐스의 아내는 남편의 파울공에 맞아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사진] 조엘 주마야가 게임의 일종인 ‘기타 히어로’ 때문에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이를 풍자한 합성사진. 나도 어린 시절 슈퍼맨 따라하며 서랍장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다.

 

 

= 벌금으로 이어진 성질머리

 

- 1936년 8월21일, 보스톤의 투수 웨스 페렐(Wes Ferrell)은 양키스와의 경기 도중 타선의 침묵에 화가 난 나머지 독단으로 마운드를 내려와 버렸다. 워싱톤과의 경기에서 같은 이유로 마운드를 내려온 뒤 벌써 두 번째 일이었다. 보다 못한 보스톤의 조 크로닌 감독은 그에게 1천달러 벌금형을 내렸으나, 페렐은 “출장정지나 트레이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벌금은 낼 수 없다”고 버텼다. 보스톤은 그를 나흘 동안 출장정지 한 뒤, 시즌이 끝나는 대로 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고작 두 경기에서 득점지원을 못받았다고 마운드를 내려온다면, 이 선수는 마운드 옆에 땅굴을 팠어야 마땅하다.

 

 

= 안타 없이 승리한 역사상 첫 경기

 

- 1952년 8월21일, 포니 리그(Pony League)의 브래드포드 필리스(Bradford Phillies)와 바타비아 클리퍼스(Batavia Clippers)의 경기에서 미 프로야구 사상 첫 진기록이 나왔다. 경기 내내 두 팀 모두가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한 것. 이 경기는 클리퍼스의 승리로 끝났는데, 볼넷(0아웃 1루)-희생번트(1아웃 2루)-폭투(1아웃 3루)-희생플라이(2아웃 1득점)로 난 점수였다.

 

 

= 아동보호

 

- 2005년 8월21일, 플로리다 말린스는 11살 먹은 배트보이에게 ‘6일간 출장 금지’ 징계를 내렸다. 이유는 이 소년이 상대편 투수인 브래드 페니와 한 내기 때문이었다. 페니는 초등학교 6학년인 이 소년에게 ‘1갤런의 우유를 한 시간 안에 토하지 않고 다 마실 수 있으면 50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고, 이 소년은 제한시간 내에 우유를 다 마시긴 했지만 그만 토해버리고 말았다고.

 

- 이 소식을 들은 미국 유가공업체 교육홍보위원회(Milk Processor Education Program)는 소년에게 “매일 하루에 우유를 세잔씩 마시겠다는 약속을 하면, 출장정기 기간 동안의 임금을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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