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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야 들리는 것

작년 봄이었나,

어느 워크샵에서 모둠 프로그램을 하면서

질문 중의 하나가 있었다.

 

"지구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듣고 말해보세요"

 

다른 많은 질문들에는 답을 했지만

이 마지막 질문에 나는

"평소에 지구와 자연에 대해 잘 몰라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아요."

라고 성의없게 답해버렸다.

 

그래, 생각해보니 "잘 모른다"는 말은 종종  "관심 없다"는 말을 면피하기 위해 쓰인다.

예를 들면, "난 여성문제를 잘 몰라" 뒤에 숨겨진 말,

(하지만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중요하다 생각하지도 않아. 그건 내 문제가 아니거든.)

 

....

 

지난 토요일에, 충남 보령에 있는 작은 섬 녹도에 다녀왔다.

 

한명의 자원봉사자가 되기까지, 많은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오고 간 것 같다.

어떤 힘이 나를 움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두 분이 목숨을 잃고 또 한분이 중태에 빠졌다는 뉴스 때문인지

그저 실제로 어떠한가 보려는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바닷가에서 자라 바다가 좋아서 그랬는지 알수 없지만.

 

한 군데에 앉아 돌을 닦는데, 친구와 나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돌은 무생물이라지만, 검은 기름 속에...돌들은 숨을 쉴수가 없었고 죽어있었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이렇게 마음을 다해 내가 대신 사과할테니, 돌들이 내 마음을 들어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앉았던 그 한 곳조차 제대로 닦지 못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또 올께..."

 

 

주저했던 이유.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사실들을, 나만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참 오만한 일인 것 같다.

사고를 낸 당사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

그저 국민들에게 호소해서 해결하려는 정부와 기업에 분노하는 것,

새벽에 대천항을 출발하는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그 사실을 몰라서, 혹은 덮어주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그렇게도 아파하는 바다 앞에서 나의 오만함이 얼마나 부끄러운가...

 

 



아름다운 섬, 녹도.

방제작업이 계속 있었던 덕분에 겉보기에는 그래도 깨끗한..

 

 

하지만, 가까이에 가보면...정말로 끔찍하다.. 

내가 있었던 곳...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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