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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_한줄로요약안됨

영화보고 다이어리에 끄적끄적..옮김.

 

 

누가 그랬다.

울고 나왔는데 묘하게 껄끄러운 감정이 든다고.

나 역시, 딱 그런 기분이다.

한줄평을 적으라는데 도저히 한줄로는 정리가 안된다.

보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평이 나올 수 있을 듯하여.

 

모든 껄끄러운 감정들이 논란이 될 수 있을테인데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할 때 깔린 전제-일종의 당연함이

무엇인가 질문하게 하게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라면은

괜찮은 영화였던 것 같다.

 

난 영화를 잘 모르지만

이 영화는 철저한 극영화이다.

(물론 이 영화가 다큐냐 아니냐 하는 논란 뒤에는

연출과 개입없는 '사실만을' 보여주는 다큐가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을테다.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그 순간, 촬영되는 그 순간 이미 사실,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그 점이다.

다큐와 사실이라는 관객의 기대를 철저하게 활용하면서

다른 것들을 보이지않게 만들면서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함정.

 

오로지 소를 중심으로 한 얘기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일상과 관계들-특히 할머니와의 관계들은  지나치게 삭제되거나 조절된다.

할아버지의 삶에는 99.9% 소만 들어차있는 것 같이 보이고

할아버지는 반려동물로 소를 대접하는 사람처럼 보여진다.

할아버지가 소를 아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오로지 소에 의한 소를 위한 사람처럼 보여질때

'농촌'이란 현실적인 공간은, 과도하게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농촌에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철저한 낭만화라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군데군데 의도삽입된 '자연'의 모습과 소리는

더욱 관객들에게 자연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그대로 '자연화'시킨다.

 

IMF시절 무너지는 아버지의 어깨를 보면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감독의 의도는

사실상 이 영화가 소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영화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근대화과정에서 이촌향도했던 사람들에게 농촌에 대한 원시적인 묘사와 고향 이야기를 통해

결국은 소로 동일시되는 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성공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시공간적인 차이는 있으되, IMF시절 유행했던 소설 아버지 류와 동일한 맥락에 있다고 본다.

소와 할아버지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시고

영화 내내 스토리텔러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신 할머니가 부차화될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이 영화의 의도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보통 성공한 '아들들'의 스토리 뒤에는 어머니의 희생이 부각되는데

요즘은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보니 오즈인가 모 대리운전 CF처럼 

'가장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또 그것이 공감을 사는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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