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박정희의 날(2)
- 은수
- 2009
-
- 디스트릭트 9(2)
- 은수
- 2009
-
- 2009/10/23(4)
- 은수
- 2009
-
- 꾸물꾸물 말하고 싶을 때(4)
- 은수
- 2009
-
- 참, 닮은 꼴(6)
- 은수
- 2009
navi님의 [그렇고 그런 얘기] 에 관련된 글.
트랙팩님의 [나에게 (진보)블로그란 ?] 에 관련된 글.
실은 며칠전에 별 생각 없이 클릭, 클릭- 두번의 클릭을 통해 뜻하지 않게 아는 이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래, 역시 이 바닥(?)은 좁았어. 나는 그 사람과 같은 field에 있다는 그 자체도, 그리고 그렇다면 그 사람이 이미 내 블로그를 봤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지하게 싫었다. 네이버처럼 '서로 이웃' 제도라도 있어야 하는가, 아님 다시 미니홈피로 도망가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로.
나에게 블로그는 어떤 공간일까. 요사이 안만나던 사람들을 평소보다 자주 만나면서, 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했던건 내 운동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어쩌면 조직적으로 풀수 없는 넋두리들을 하려고 만든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용도로는 쓰지 않지만 그래도 누가(특히 나를 오프에서 아는 이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생각도 다양, 나이대도 다양, 성별도 다양한) 그 이들이 글을 쓰는 내내 유령처럼 내 모니터 옆에 앉아서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__- 그러면 navi님의 말처럼 자체검열을 시작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받아들일까 저렇게 받아들일까 막 고민하다보면 결국 글은 다 찢겨져서, 내 글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들은 과감히 접어두기로 했다. 다만 아는 이들은 '그냥' 보지 말고 덧글이라도 달아주던가 오프에서 만났을 때 생각이라도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같은 블로거들의 경우엔 대부분 내게 덧글을 달아준 이들의 블로그를 습관처럼 가보고 이름을 기억해두려 조금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해서 왕래가 잦아진 이들도 있다. 블로거들끼리 오프모임을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하지만, 또 한편 생각해보면 글은 글대로 읽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내가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는 아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거름장치들이 있어서, 그들이 특정 성별, 특정 조직, 특정 운동을 하는 사람 일수도 있다면 내가 그들의 글을 '순수하게' 읽을 수 없을까봐 겁도 난다. (소심한 나는 다른 이들의 거름장치가 두려워, 내 신상정보-이를테면 내 소속, '현재의' 성정체성 등등-가 드러나는 일들을 거의 쓰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글'과 실제 '캐릭터'가 매치가 안될까봐 겁도 난다. 확실히 온라인에서만 가질 수 있는 소통의 여유가 있다고나 할까. 암튼 얼마전에 어떤 블로거의 성별을 알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실은 내가 가정하고 있던 것과 달라서 상당히 놀랐다. 또 내 거름장치때문인건지 퍽퍽퍽 자학을 해보았지만, 그건 반대로 내가 글은 글로 받아들일 뿐 글쓰는 이들의 성별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일수도 있을거란 누군가의 말을 위안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글쓰기능력을 부러워하는 당고님의 블로그를 보다가 든 생각은 왜 연애이야기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하는 점인데. 만약 여기가 네이버를 비롯한 다른 블로그거나 미니홈피라면 안그랬을텐데, 여기가 '진보'넷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문제 아닌가? 당고님은 아니라고 했지만 "연애이야기는 '시시껄렁'하다-정치 혹은 진보와 무관하다- 그래서,여기 있는 사람들(?) 혹은 누군가 내글을 보고 있을 사람들은 이해못할꺼야" 라고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들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던건 아닐런지. 이건 잠깐 다른 얘기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항상 '조직적 소통'을 강조하지만, 그 '조직적'인 대상에는 항상 연애는 빠지는 것 같다. 실은 연애 얘기해서 좋을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연애기간에는 모든 일들을 두배로 완벽하게 해야만 할테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것도 연애때문' '저것도 연애때문'이라는 무수한 태클들이 날아올 껄. 암튼 굳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연애든 무엇이든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역들을 피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부분들을 그저 소소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 만약 연애가 사적인 문제일뿐이라면 블로그는 사적인 공간인가, 공적인 공간인가? 말도 안되는 질문일뿐이다.
댓글 목록
토닥토닥
관리 메뉴
본문
맞어요... 공감동감 적극동의부가 정보
당신의 고양이
관리 메뉴
본문
저도 글로 대면했던 사람을 실제로 보는 걸 왕부담스러워하면서 오프 모임을 아직까진 적극적으로 나가지 않지만 언젠가 블로그를 통해 온/오프에서 모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찾을 수 있다면 가장 큰 기쁨일 듯.그건 그렇고 전 현재 회사뿐만 아니라 예전 회사사람들까지 블로그에 들어와보는 터라 어떨 땐 진짜 숨고 싶다는 ㅋㅋㅋ
부가 정보
세르주
관리 메뉴
본문
전 이거 시작한지 얼마안되는데도 위에서 던진 질문과 유사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온와 오프의 차이때문에 발생할 이러저러한 문제들...글구 여기는 연애얘기 하면 안되나보죠? 전 작년 12월에 시작한지라 여기 분위기가 완전히 파악안되서...전 연애문제는 절대(!)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함. 오히려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외로 중요한 게 있는 법. 글구 인간은 또한 감정의 동물이기도 하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도 그런 종류의 글들을 슬슬 써보려 했는데 여기 분위기는 그런 것에 대해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있는가보네요. 왜일까?--;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토닥토닥// ^^당고// 헉..그렇군요. 진짜 숨고 싶겠어요. ^^;
세르주// 여기는 연애얘기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한적은 없어요;; 여기 분위기(가 뭔진 모르겠지만???)가 소소한 얘기들을 모두 터부시하는 것도 아니고요. 당고님 글 밑에 달린 답글들을 보셔요-^^
다만 당고님 글을 읽으면서 저를 포함한 블로거들이 연애에 대해서 또 그것을 블로그 공개해서 쓰는것에 대한 반응 혹은 생각은 어떤걸까, 한번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던거에요. ^^; 오해는 마시길-
부가 정보
리우스
관리 메뉴
본문
요론 글이 필요할 때 디게 많어요... 토닥토닥 글이나 말이나 어떤 행동이나 말이에요~~부가 정보
joplin
관리 메뉴
본문
그냥 가지 말래서 남겨요..^^ 네이버와 이곳이 출발이나 목적이나 본질에서부터 참 다른 것 같아서,, 제 경험과 맞아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결국 신뢰나 연대 문제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전 까놓고 말해서 신경쓰이는 사람이 한명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허튼소리를 하거나, 무지를 들키거나, 그들과 다른 생각을 표현하거나, 혹은 (당자에게) 노골적이고 비판적일 수 있는 글을 써도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작용하거든요. 심지어 제가 진짜로 뭘 말하고 있는지 잘 파악해줄 것 같고요. ㅋㅋ근데 그 사람에게는 그게 잘 안되데요.. 제가 그 사람의 포용력을 신뢰하지 않는건가봐요. ㅋㅋㅋㅋ이곳 사람들은 그래도 어떤 소통이든지간에 소통하자고 모인 것 같은데....
믿어보세요..^^ 그게 연대아니겠어요? ^^
(이글을 쓰는 동안에도 저는 믿고 있답니다. '샘은 내가 바보같은 소리해도 포용해 줄거야..'ㅎㅎㅎㅎ)
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리우스// ^^ 조금이라도 토닥토닥이 된다면 기쁜 일이죠joplin// '그 사람의 포용력'이라..그것에 대한 믿음이 참 중요한 거 같네요. 샘한테 제가 그 중의 한명이라면 감사하고요 ^^ 근데, 사람마다 유독 신경쓰이는 이들은 꼭 한명씩은 있나봐요 ㅋㅋ
부가 정보
navi
관리 메뉴
본문
가끔은 글을 써놓고 계속 고민하다가 다시 지우기도 한다는거-_-;아무튼, 진보블로그에 뭔가 "시시껄렁한걸" 쓰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는 있었어요 뭐 그런거 별로 신경안쓰기 했지만..-ㅅ-
시시껄렁한거, 저열한거 너무 좋아요 >_<
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navi// 맞아요, 저도...특히 밤에 쓴 글은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너무나 감정적(!)이라 부끄러워서 몰래 지우거나 나만 보도록 하곤 하죠 ㅋ...진보 블로그에 '시시껄렁한' 걸 쓰기 어려운 분위기는 이해할 것 같아요- 물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긴 하지만. ^^부가 정보
Strange Kumquat
관리 메뉴
본문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은수님의 글 늘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배운것도 많고요.
어떤것도 '시시껄렁하다'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는데요. 은수님 말씀대로 정말 개인적인일들이 정치적이라는거 공감하고 있습니다.
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안녕하세요^^ 누구실까? 헤헤~부족하고 자질구레한 끄적임들이지만, 여러가지 코멘트 해주시면, 서로 소통하고 좋을 것 같아요~~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