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박정희의 날(2)
- 은수
- 2009
-
- 디스트릭트 9(2)
- 은수
- 2009
-
- 2009/10/23(4)
- 은수
- 2009
-
- 꾸물꾸물 말하고 싶을 때(4)
- 은수
- 2009
-
- 참, 닮은 꼴(6)
- 은수
- 2009
慢愚님의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에 관련된 글.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메인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던중,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어디서 많이 본 논리들이 등장하기 시작, 대충 감을 잡았다. 계속해서 댓글을 보다보니 좌파와 페미니스트에 관련된 이야기도 나온다. 상호 소통 불가능성에 대한-.
갑자기 글을 끄적대고 싶어졌다. 어찌 보면 현재의 내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좌파와 페미니스트란 '양극단'의 어떤 것이라는 분열적 상황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렇다. 김규항, 손석춘의 글로 일어난 이른바 '중산층 페미니즘' '부르주아 여성운동' 논란, 그리고 참세상 조주은의 ING 칼럼에서 "나는 좌파 페미니스트이다"라고 했을 때 달렸던 폭력적인 댓글들-(페미니스트가 언제 좌파였냐?)
아주 단순한 논리다.
페미니스트=부르주아, 중산층, 자유주의/급진주의 페미니즘, 좌파와 관계없음, 오히려 적대적
좌파=운동권, 마초 남성들, 맑스주의, 혁명되면 다 된다-일상적 실천을 아주 깔봄. 페미니스트와 관계없음, 오히려 적대적
나는 영원히 적대적일 것만 같은 이 두 정체성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마치 내 신체가 절반으로 갈라져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종종 받는다. 절반은 좌파? 절반은 페미니스트? 물론 나는 이 두가지 정체성이 겹칠 수 없다거나-이미 진보넷 블로그에서만 봐도 수많은 정체성이 겹쳐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좌파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보이는 '현상'에 대한 내 '감상'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더욱이 나는 '운동권'과 '페미니스트' 진영을 조금씩은 경험했기 때문에 양쪽의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마다 갑갑함을 느낀다.
딱 까놓고 서로는 서로를 싫어한다. 하지만 내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운동권들이 페미니스트들을 싫어하는 거하고, 페미니스트들이 운동권들을 싫어하는거 하고 동급으로 놓을 순 없어." 그래, 그건 사실이다. 여성운동의 역사를 보더라도, 여성운동가들이 독자적인 조직과 여성주의라는 사상을 필요로 했던 건, 좌파 운동 조직 내의 극심한 성차별주의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래놓고도 나가는 이들의 뒷통수에 '분리주의자' '계급의식이 없는' 이런 수식어들이 붙었던 역사가 있다. 지.금.도.
결국 이 모든 건 개념정의의 문제일텐데 좌파가 사회변화라는 '큰'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다면 당연히 페미니스트도 좌파고, 좌파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현실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두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을까?
난 솔직히 먼저 변화해야 하는 건 '운동권' /'좌파'라고 본다. (이렇게 말하면 역시 별수 없는 꼴통페미라고 할건가?) 케케묵은 이론을 들고 2007년 한국 여성운동(도대체 실체가 뭔가?민족주의자를 같은 좌파로 묶으면 너네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 을 bg니 어쩌고 하면서 비난하는 짓 따위는 그만두어야 한다. 엥겔스의 <기원>하나 딸랑 읽고 여성억압에 대한 해답지를 찾은 것만 같은 자만감은 버려야 한다. 성폭력 사건 앞에서 자본주의 근본모순 어쩌고 하는 짓 따위는 정말 그.만.두.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다면 marishin님의 말처럼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엔 운동권 남성들이 여성주의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내세우듯이 사상적/철학적 기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실은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투쟁의 역사를 부끄럽게 만들고, 그들 자신이 변화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많은 학생출신들이 노동계급의 삶으로 채 들어가기도 전에 튕겨져나온 경험들이, 머리로는 받아들여도 삶으로 받아들이기는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것처럼. 여성주의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자신의 삶 구석구석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못 견디는 것이다. 노동계급의 착취를 이야기하면서도 부인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자신을 직면하기가, 직면하면 더이상 '좌파' 혹은 '진보적이지 않을까봐' 두려운 것이다. 마치 어떤 이들이 "이제 혁명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이들은 "여성주의는 우리와 사상적 기반이 달라, 페미니스트들은 사회의식이 없어." 라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여성주의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한다.
이렇게 냉소적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아직은 인간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한다고 믿고 싶고, 서로의 변화 '가능성'과 소통 '가능성'을 기대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어디쯤엔가에 내가 위치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내 스스로를 확인을 해 본다.
댓글 목록
사회주의자
관리 메뉴
본문
저는 김규항의 여성주의 관련글에 동의하는 사람입니다저는 계급적 관점이 없는 여성주의는 자본주의 만큼이나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부가 정보
marishin
관리 메뉴
본문
전혀 냉소적이지 않아요. 냉정하고 현실적이고, 정곡을 찌르셨어요. 제가 “길은 '좌파'가 '페미니스트' 또는 '페미니스트 후원자'로 전향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한 이야기가 바로 그래서입니다.그들은(제가 그들이라고 남처럼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자신없지만) 페미니스트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렵고 귀찮은지 잘 알기에, 만날 딴 소리로 초점을 흐뜨리는 겁니다. 여성 문제는 자본주의만 해결하면 된다는 헛소리 말입니다. “절대로 안될 일이야”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우아하게' 표현했을 뿐이라는 걸, 남이 모를 거라고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부가 정보
사회주의자
관리 메뉴
본문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에서 서울시장후보로 강금실이 나오면 강금실을 지지하겠다는 "여성주의자"를 본적이 있습니다좌파가 반대하는 "여성주의자"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부가 정보
marishin
관리 메뉴
본문
덧글 쓰는 사이에 '정치적으로 우아한' 이야기 또 나왔군요. 제발 이 문제 만큼은 우리끼리 놀게 그냥 놔두시면 안되요? 어차피 '언어'가 달라서 대화가 불능이거든요.부가 정보
marishin
관리 메뉴
본문
또 덧글 다는 사이에 역시 예상했던 다음 말 나오는군요. 여성주의자를 자기들 마음대로 분류하고 나누기. 이런 정도는 익히 알기에, 수고스럽게 알려주시지 않아도 잘 알아요.그대로 돌려드리면, 페미니스트들이 반대하는 좌파는 김규항이나 사회주의자님처럼 자기들 마음대로 여성주의자들을 재단하는 '그 좌파'에요. (이건 물론 제 추측. 저는 페미니스트 아니니까요)
부가 정보
사회주의자
관리 메뉴
본문
아 페미니스트분들은 여기 모여서 남 씹으면서 이정도도 수용못하시나요?뭐 개인블로그라서 나가달라고 하면 나가지요
부가 정보
marishin
관리 메뉴
본문
여기는 제 블로그도 아니고, 저는 페미니스트도 아닙니다만, 세번째로 쓰신 글 내용 또한 제가 그동안 익히 봐 왔고 그래서 충분히 예상한 순서라는 것만 말씀드립니다.^^부가 정보
리우스
관리 메뉴
본문
아 번호를 좀 붙여서 써주셨으면 좋았을낀디...ㅎㅎ 단락마다 제맘대로 번호를 붙여가지고 보니 5,9,10,11에 완전 공감입니다...이름났건 안났건 이렇다 허는 이른바 좌파남들... 결국에는 다들 11로 귀결되더군요~ 그들도 다 밥 디비먹고 또 누굴 조직까지 한다면서 살아야되니 애로가 많겠지요... 참 꿀꿀한 세상입니다...
부가 정보
존재의 반란
관리 메뉴
본문
사회주의자님 블로그가 안뜨네요.. 어떤 블로거이신지 참 궁금했는데. 김규항이 좌파군요. 김규향이 자기자신을 좌파로 칭하니까요. 김규항은 남성의 글쓰기_남성의 언어를 쓰는 좌파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김규항의 모든 삶과 인생이 좌파적 삶을 백퍼센트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계급적 인식을 지닌 것과 여성주의 관점을 지닌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읽혀져야 합니다. 여성주의라는 세계관에도 많은 관점이 있어요. 서점에서 한번 여성주의 책 읽어보세요. 그 안에서 사회주의자님과 일맥상통하는 여성주의 관점이 있을 겁니다. 좌파적 페미니스트를 래디컬 페미니스트라 하죠. 사회주의자 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여성주의는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많고, 좌파적 상상력이 넘나들지 못하는 상상력으로 지금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사회주의자님의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은 이해가 가나, 밖에서 그 안을 쳐다보고 애정과 비판을 하는 것과 그 안에 들어가 애정을 주고 비판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사회주의자 님이 만약 좌파라면, 그 안으로 들어가서 애정을 갖고 논지의 지점을 살펴보고 비판을 해보세요. 진정한 좌파는 가장 소수의 계급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니까요. 엥겔스가 가족의 기원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족이란 제도는 남편은 부르주아, 아내는 프롤레타리아로 산정하고 있다. 즉, 현 가족구성을 갖고 있는 모든 남성 좌파는 또 다른 부르주아적 계급구조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좌파에서 제기되지 않는 또 다른 지점... 사회주의자님은 좌파이십니까...??부가 정보
세르주
관리 메뉴
본문
사회주의자님....논지가 그리 맘에 들지 않습니다. 저도 사회주의자님이 활동(?)하는 범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노동운동과 관련을 가지고 생활하니까요. 그리고 님처럼 계급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구요. 그러나 님처럼 그렇게 여성억압의 문제를 간단히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게 몇 년동안의 경험을 통한 제 생각입니다.은수님의 말 가운데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나는 영원히 적대적일 것만 같은 이 두 정체성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마치 내 신체가 절반으로 갈라져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종종 받는다" 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저 또한 매일매일 부딪히는 상황속에서 이런 고민들을 실감하거든요.
제가 항상 이런 상황에 직면해서 항상 정확하고 용기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머뭇머뭇거리고 때로는 고민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말을 하는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제 경험으로는 소위 좌파들이 먼저 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내에 존재하는 좌파들이 보여주는 여성억압에 대한 무지와 아집은 더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남자인 제가 봐도 아찔할 정도로 (정확히는 회의가 들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어요.
이런 냉정한 현실부터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게 더 우선일 것입니다.
솔직히 님과 같은(님은 남자일 것이라고 짐작이 되는데요)사람들이 노동운동근처에 있는 것처럼 암시하면서 흔히 주장하는 위와 같은 주장들을 볼 때마다 전 정말이지 한숨과 함께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사회주의자// 제아무리 민노당원이라 해도 (강금실 지지하는) 여성주의자란 별수 없다라는 건가요? 흠...실은 그런 식의 논법에 대항해선 "저는 여성적 관점이 없는 사회주의/맑스주의는 자본주의 만큼이나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밖에 대꾸하지 않을 수 없을것 같아요. 조금 더 진지하고 성찰적으로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무튼 그런 측면에서 김규항의 글을 지지한다 하시는 거라면 조순경 선생님의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용기'를 어디서 얻었을까?"라는 글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아마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올꺼에요- 그리고 제 글을 '씹기'정도로 생각하신대도 별수 없겠지만, 적어도 제가 글을 쓸 때 "난 씹겠다, 맘에 안들면 나가줘" 그런 목적은 아니었답니다.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marishin// "저는 페미니스트도 아닙니다만", 혹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궁금해서요-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리우스// 번호 붙이기라 ^^ 그럼 글이 자연스럽지 못할 거 같아요 ㅋ 그러면서도 리우스님이 말한 단락을 세보고 있는 나....ㅋ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존재의 반란// "밖에서 그 안을 쳐다보고 애정과 비판을 하는 것과 그 안에 들어가 애정을 주고 비판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그 '애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요즘 정말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세르주//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세르주님처럼 매일매일, 매순간 머뭇거리고 고민하지 않을까요..100% 완전한 페미니스트, 혹은 사회주의자란 존재 불가능한 것일테니까요.'냉정한 현실부터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모두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댓글이 주르르르 달려있을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네요^^;;부가 정보
일해백리
관리 메뉴
본문
예전에 '~답답함'이라는 제목으로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너무 오바했나'라고 생각했는데.더 써야겠네.
부가 정보
은수
관리 메뉴
본문
일해백리// ㅋㅋㅋ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