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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15
    비독점적 다자연애(22)
    은수
  2. 2007/03/15
    그 사람(6)
    은수

비독점적 다자연애

쓰고보니, 이 말 한번 거창하네. '비독점적 다자연애'

다른 말로 표현하면 뭐지, 폴리? 자유연애?

아무튼 저 유식한 표현은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본건데

그냥 '비독점적'에 꽂혀서 쓰는것 뿐이다.

 

아무튼.

내 애인이, 그는 남자이고 우리는 연애한지 2년 다 되어간다,  

며칠전 '비독점적 다자연애' 에 '동의'했다.

동의라는 말이 막 내가 심하게 요구해서 그런 응답을 이끌어낸것 같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그러니까 최초에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에 대한 물음을 내가 던진 건 맞다.

자세하게 표현하면,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거냐" 뭐 이런 얘기들?

콜론타이를 보면서,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면서, 우린 배타적 연애관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러던 중, 내가 "xx이 참 괜찮은 거 같아. 넘 예쁜 거 같애. 막 보고 싶다니까."

나는 사람에게 '관심'과 '호감'을 잘 갖는편인데, 그게 오래가지는 않지만,

암튼 나는 내 애인에게 내가 가진 관심들을 잘 말하는 편이라서, 그런 말을 했다.

며칠 뒤에 애인이 나에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역시 독점적인 감정은 이성애주의, 혹은 일부일처제와 관련이 있는 거 같다"

내가 말한 그 xx은 여자였는데,

만약 '남자'였다면 자신이 속상하고 질투하고 그랬을 것 같은데

xx이 여자라는 사실 때문인지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는거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성애주의/일부일처제가 배타적 연애, 혹은 독점적 감정과 엄청나게 연결되어 있고,

(다른 '남자'만을 경쟁상대로 느끼도록)

결국 독점적 감정, 사랑이라는 건

태초에 인간 모두에게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는거다.

 

내가 보기에 애인은 이런 단계를 거쳐거쳐, (머릿 속에 더 많은 생각이 있었겠지만)

"니가 다른 사람을 사귀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 그 사람 역시 연애관계를 독점하려 하지 않는다면"

라고 말했던 것이다.

물론 현재 나에게 연애할만큼의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또'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실행할 수 있는것도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좀 신나서, 주변인들에게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가지각색이었다. 진짜 재미있다.

 

-차라리 바람을 피우지 그래. 왜 꼭 넌 '연애'를 하려는거니? 힘들지도 않아?

-육체적 관계가 필요하면 원나잇스탠드를 해라.

-걔(내 애인)가 널 너무 좋아해서 마지 못해 해준 거 아냐? 걔도 참 (너같은 여자 만나서) 안됐다.

-걔가 동의해준건, 걔한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보통 남자들이 자기 바람나면 부인한테 관대하잖아. 의심해봐.

-너 지금은 그렇게 말해도 일단 '다른 사람' 나타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못해.

-하면 나한테 꼭 말해줘, 너무너무 궁금해.

-여자? 남자?

-걔가 동의해준건, 걔가 남자라서 그래. 자기가 그래도 first라는 거지. 다음 사람은 second고.

-걔 이제 군대가지? 위기감 아닐까?

-셋, 혹은 넷이서도 만날꺼니, 그건 정말 비추다.

-넌 진정한 폴리가 아니야.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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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늦은 밤이었다. '그 사람'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 시간에 그 사람이, 게다가 군대에서 며칠 안되는 휴가나온 사람이,

술을 먹고 전화했을때, 난 직감할 수 있었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를.

빙빙 돌려 한시간 동안 얘기했지만, 처음부터 알수가 있었다.

 

오랫동안 정말 진지하게고민해왔다.

"난 왜 그 사람을 싫어하는가"

이유는 정말이지 여러가지가 있었다.

 

'그 일'에 얽혀있다는 것, 그 때 그의 입장의 문제?

그것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거였다.

 

그 사람은 너무나 똑똑하다.

요즘따라 '똑똑'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말 사전적 의미에서 그 사람은 머리가 잘났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은 여성주의에 그렇게 관심이 없을까.

왜 그 사람에게 여성주의는 늘 이차적인걸까.

내 주변에 다른 남성들은 그래도 '노력'하는 남성들인데,

왜 그 사람은 그 노력조차 안하는 걸까? (못본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이 말할때 난 마치 레닌전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언제나 당당하고 자기 확신에 차있으며 논리적이면서도 거칠고 배타적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정말 제대로 '논박'할 수 없다는 걸 몇차례 느꼈을때

내가 언어가 없기 때문인건지, 논리가 없기 때문인건지, 아니면 내 생각자체가 틀린건지

불쾌한 감정을 설명할 수 없는 그  상실감이 나에게로 오지 않고,

그 사람에게로 가서 '싫어한다'가 되었을런지도 모른다.

누구말대로 '말해도 변하지 않을 걸' 아니까,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되었을런지도.

사실 그 사람은 '전형적인 운동권 마초' 스타일은 아닌데도

자꾸 그 사람에게 그런 원망과 분노들을 투사시켰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사람은 나에게 "넌 정말 똑똑하다"고 아주, 자주 얘기했는데.

생각해보니 한편으로 난 누구보다도 그 사람이 날 인정해주는게 좋았던 것 같다.

그 사람은 "내가 다시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자신 역시 나에게 '두 가지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불만스러운 지점은

"내가 지나친 '인정욕구'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운동을 할때 어떤 측면에서 필요한 "'희생적인 태도'가 나에게는 없었다는 것"이다.

 

역시, 그 사람은 머리가 너무 좋아 사람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안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이 싫으면서도, 그 사람이 좋았던거다.

난 너무나 '인정욕구'가 강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거지만, '유난히' 강하다.

그게 나를 지금까지 이렇게 성장시켜온 동력이기도 했다. 한 측면에서는.

하지만 때때로 보다 자주, 그게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나처럼 자의식이 강해보이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건 다들 잘 모르지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나를 거꾸로 지배할때,의 그 기분 말이다.

난 끊임없이 망상을 만들어낸다.

내 스스로 만들어낸 언어, (저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언어가 실재를 만들어낸다. (저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때 또 다시 발동되는 인정욕구, (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그런 악순환.

정말이지 단순한 진리지만, "모든 사람에게 인정 받을 수는 없잖아?"

근데 왜 나는 편하게 마음을 먹지 못할까.

웃긴건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하면서도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희생적' 태도가 나한텐 없었단거다.

(쓰다보니 '희생'이라는 말이 굉장히 거슬려서 설명하고 싶은데 잘 못하겠고

난 그 사람이 무슨 뜻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알겠다.)

아니다, 또 생각해보면 그런 노력을 안해본건 아니네, 결국 실패했지만.

 

아무튼 그 사람과 통화하고 또 다시 우울해졌다.

맞다, 그 사람이 싫은 이유 중의 또 하나에는 그 사람과 만나면 우울해진다는 게 있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보통들 하지 않는 말들,

당신의 단점, 당신에게 부족한 점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까발려서

'나의 현재상태'와 직대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분석은 하나하나 틀린 것이 없어서

그 사람에게 기분이 나빠지는게 아니라, 내가 우울해졌던 것 같다.

이번에도 며칠, 보다 오래 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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