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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6/16
    2005년 6월 15일 (수)
    금금
  2. 2005/06/16
    2005년 6월 14일 (화)
    금금
  3. 2005/06/16
    2005년 6월 13일 (월)
    금금

2005년 6월 15일 (수)

핸드폰이 울렸다. 아침 8시 30분! 서울에서는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이다. 수도 공사 때문에 오신 분이 몇 번이나 전화를 했었단다. 이런! 간단하다고 한 공사가 오후 2시에야 겨우 끝이 났다. 벽에 구멍을 내고 수도관을 직접 연결하는 대공사(?)였다. 옆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일을 거들었지만 미안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어젯밤 오줌이 급해서 물을 내릴 수 없는 변기에 볼일을 봤다.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게 났다. 공사하러 오신 분이 변기에 수도관을 연결하느라 힘들게 일하시는 것을 보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미안한 마음에 담배 2갑을 사드렸다. 점심도...

 

공사가 끝나서 청소를 시작했다. 벽을 뚫어서 거실 바닥에 먼지가 그득했다. 쓸고, 닦고, 또 쓸고, 닦고... 싱크대를 제자리에 놓고, 물을 틀었다. 시원했다. 그런데 싱크대 아래에서 물이 나왔다. 싱크대 아래 문을 열어 보니 물이 빠지는 관이 빠져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물이 나오니 살 것 같았다.

 

짐을 풀었다. 쌀을 씻고, 밥을 했다. 준비해간 반찬 몇 가지를 놓고 밥을 먹었다.

'걸인의 찬, 황후의 밥상'(?)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적혀 있던 구절이 생각났다.

 

서울 생활은 늦은 기상에 밥을 거르기 일쑤였는데, 이곳에서는 밥 때를 챙기게 된다. 외로워서 그런가...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책을 읽게 된다. 불편하진 않다. 오히려 더 좋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온 건지, 신선놀음을 하러 온 건지...

 

푸른영상 사람들한테 쬐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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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4일 (화)

7시에 일어나 정암사까지 걸어갔다. 도로는 좁고, 화물차가 많이 다녀 좀 위험했다. 계곡 물은 탁했고, 돌은 누런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정암사 근처의 계곡은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계곡이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40분쯤 걸러 정암사에 도착했다. 기분이 맑고 상쾌했다. 산 중턱에 있는 수마노탑에 올라가 삼배를 하고 잠시 쉬었다. 주변의 나무들이 이상해 살펴보니 윗 부분이 모두 잘려 있었다. 아래에서 수마노탑이 잘 보이기 위해 나무를 자른 것 같았다. 부처는 만물에는 불성이 있다 했는데, 불성을 자르다니... 인간은 편하고 쉬운 것만 찾는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청소도 해야하고, 이것저것 정리도 해야 하는데... 제일 불편한 것은 씻지 못하는 거다. 땀이 흘러 몸이 끈적끈적한 것이 영 기분이 안 좋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나는 불편을 느낀다. 예전에 탄광에 살던 광부 가족들은 물을 길러 다니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다는데... 내일이나 되야 물이 나올 것 같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방이라 단단히 탈이 난 모양이다. 수도를 화장실로 직접 연결해서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서 쓰기로 했다. 보일러를 고치느라 돈도 들어갔는데, 결국 보일러는 쓸 수 없게 됐다. 액땜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루정도 더 참을까 했지만, 영 찜찜해서 친구 집에 가서 씻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사람이 물이 없다면 어떻게 살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너무 졸립다. 빨리 작업에 들어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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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3일 (월)

이제 고한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빈집을 얻게 되어서 좋아했는데, 수도가 문제다. 앞집에 있는 사람이 아래층에 물이 샌다고 수도를 막아버렸다. 벌써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는데 걱정이다. 내 성격이 급한 것일까? 빨리 생활이 안정되어서 촬영을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96년 결혼 이후로 이렇게 혼자서 생활하기는 처음이다. 상희가 씩씩하게 웃으며 보내줬지만, 아마 눈물을 많이 흘릴 것이다. 착한 상희...... 책이 잘 돼야 할텐데. 몸이 끈적거려서 씻으면 좋겠는데......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했는데, 막상 씻지 않고 잠을 잘 생각을 하니 거시기하다. 공사를 해야 할 정도면 차라리 그냥 딴 집을 얻을 생각인데, 푸른영상에는 뭐라고 얘기하지. 에구! 머리 아프다. 3개월 내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자신감이 용솟음 치다가도 어느 순간 푹 꺼져 버린다.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까? 고한과 카지노, 왕년의 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의미가 있을까? 고향의 발전에 대해 내가 딴지를 걸 자격이 있을까? <동강은 흐른다>처럼 잔잔하게 마음에 와 닿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데... 어찌됐든 최선을 다해야지. 일헌아! 힘내자! 너는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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