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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이 싱싱해야 열매도 탱글탱글’

‘떡잎이 싱싱해야 열매도 탱글탱글’

[국정브리핑 2006-11-18 11:42]

“구청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선택한 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 같아요.” 올 초 김영숙(30·서울시 도봉구) 씨는 육아 문제로 한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맞벌이부부라 가능하면 아이를 좋은 보육시설에 맡겨야 했기 때문이다. 주변의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은 시설이 열악해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김씨는 수소문 끝에 구립 어린이집의 대기자 명단에 올렸고 3개월 후 운 좋게 기회를 잡았다.

서울시 종로구의 구립 보육시설인 명륜어린이집 관계자는 “11월말과 12월초 사이에 원아를 모집하는데 입학문의가 끊이질 않는다”며 “국공립 보육시설의 보육여건이 좋다는 학부모들의 입소문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들려준다. 이처럼 구립 어린이집을 비롯한 국공립 보육시설은 학부모들의 선호도는 높지만 수요가 턱없이 모자라 입학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반면 민간 보육시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서 11년간 W유치원을 운영해온 배수정(가명·45) 씨는 얼마 전 문을 닫았다. 해마다 11월에 접어들면 유치원을 알리기 위해 ‘아빠 초대의 날’을 마련하거나 인근공원에서 재롱잔치를 열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배씨는 “본격적인 원아모집 시기를 앞두고 문을 닫아야 하는 아픔이 크지만 계속 운영하는 게 힘들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공립 보육시설 2배 확충

국공립 시설 보육기관에는 입학희망자가 넘치는 반면, 대부분의 민간 보육시설은 원아 채우기가 상대적으로 버거운 이러한 현상은 우리 보육환경의 명암을 명확히 보여준다. 출산율 저하와 함께 학부모들의 국공립 시설 선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보육조사 실태에서도 아동이 있는 가구 중 56.2%가 국공립 시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서울여성이 9월초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국공립 보육시설을 선호하는 학부모가 49.3%인 반면, 민간 보육시설은 훨씬 뒤지는 13.8%에 그쳤다.

그만큼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의 확충이 절실한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해소키 위해 마련한 게 중장기 보육계획인 ‘새싹플랜’이다.

중장기 보육계획인 ‘새싹플랜’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어린이들의 보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여성가족부 김호순 보육정책팀장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보육료 지원확대, 기본보조금제도 도입, 보육시설 평가인증제 도입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새싹플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현재 1352개에 불과한 국공립 보육시설을 2010년까지 2700개로 늘려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들 보육시설은 농어촌과 저소득 밀집지역 등 보육시설 공급률이 낮은 지역에 우선 설치할 방침이다.

숙명여대 이소희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서비스와 보육비에서 효과가 입증된 국공립 시설의 적극적인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며 “민간 보육시설의 질적 수준을 국공립 수준으로 높이면서 부실한 민간 시설이 자연 도태될 수 있는 정책의 선택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어린이들이 보육시설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표준보육비용과 부모부담 보육료 간의 차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기본보조금제도 확대 실시할 방침이어서 기대가 모아진다. 특히 국공립 시설에 비해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민간 보육시설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1인당 4만2000원의 육아보조금을 지급키로 하고 10월부터 경기 평택 등 세 곳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제도에 따라 현재 영아에게만 지원하던 육아보조금이 3~5세 어린이를 보육하는 시설에까지 확대될 경우 민간시설을 이용하는 부모의 보육료 부담이 최대 14.3%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는 시설의 경우 보육료를 높게 책정할 수 있는 보육료 이원화제도도 시범적으로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여성단체와 보육관련 단체들은 보육료 자율화가 보육시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하는 등 보육의 공공성을 해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호순 팀장은 “이 제도는 내년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 2008년 3월부터 시행하게 된다”면서 “평가인증제를 비롯한 철저한 평가시스템을 통해 경쟁력이 있고 차별화된 보육시설에만 허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보육료 지원 혜택 101만 명

차등보육료, 만5세 어린이 무상보육료, 다자녀 보육료 감면, 장애아 보육료 무상지원 대상도 2009년까지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2005년 4인기준 월 340만 원) 130%(월 442만 원)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새싹플랜이 마무리되는 2010년에는 보육시설 이용 어린이의 81%가량인 100만8000명이 보육료 지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청에서 운영하는 두루미어린이집.

이뿐 아니다. 시간제 보육시설 활성화, 농어촌 등 취약지역 보육지원, 포괄적 보육서비스 시행을 통해 보육서비스도 다양화한다. 보육시설 중 일부를 시간제 보육시설로 지정해 일정교육을 이수한 중고령자 육아도우미를 채용하는 한편, 저소득층 밀집지역 국공립 시설에 사회복지사를 배치해 빈곤아동 가족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병행키로 했다. 이소희 교수는 “새싹플랜은 보육서비스의 수준이나 다양성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중산층까지 지원대상 확대, 시설 중심에서 어린이 위주로 정책이 바뀐 것도 이 계획의 특징”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보육시설의 환경개선을 위해 민간 보육시설을 본인 소유 건물에만 설치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설의 난립을 막고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호순 팀장은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여 필요성은 증가하는 데 비해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면서 “이번 새싹플랜에 따라 출산율이 높아지고 유휴 여성 인력의 활용이 늘면서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새싹플랜 5대 목표


▶ 공보육 기반 조성
▶ 부모 육아부담 경감
▶ 다양한 보육서비스 제공
▶ 아동 중심의 보육환경 조성
▶ 보육서비스 관리체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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