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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벼랑끝 아이들, 손놓은 정부

[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한겨레신문 2005 12. 26>



취재과정에서 만난 현장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제도가 체계화되지 않았고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뒤처지고 있다”며 정부의 더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우선 현재의 인프라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빈곤지역의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공부방’ 가운데 절반가량인 800곳(2006년부터 902곳)만이 법정 지역아동센터 기준을 충족해 월 200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이 정도의 운영비 지원으로는 아이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아동센터 운영자들의 하소연이다.

 

찔끔 예산에 지원단체 활동 역부족

청와대 주도로 시스템 정비 서둘러야


한 지역아동센터 운영자는 “특히 소년소녀가정,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아이들에게는 공부방에서는 할 수 없는, 더욱 심화된 도움이 필요하지만 인력 문제와 재정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역아동센터에서 필요한 가정에 교사를 2인1조로 파견해 가사를 도와주고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사업을 벌이고 싶지만 현재의 재정과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운영자는 “담당 공무원과 공부방 실무자들이 함께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들의 욕구조사를 하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이런 일을 해내려면 행정기관과 지역아동센터의 기능과 인력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기관의 경우, 동사무소에 사회복지사가 한 명도 배치되지 않거나 현장을 알 만하면 교체되고 마는 일도 허다한 실정이다.

각각의 기관·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와 더불어, 흩어져 있는 지원기관·단체를 하나로 묶어내는 네트워크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한 지역아동센터 운영자는 “아이에게 필요한 치료를 해주기 위해 일일이 병원을 물색해야 하고 후원자를 찾아 연결시켜줘야 한다”며 “의료·교육·문화적 지원을 위한 일목요연한 매뉴얼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혜련 숭실대 교수(사회사업학)는 “다양한 기관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제는 산적해 있는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역량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청와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가 마련한 빈곤아동·청소년 종합대책은 범정부 차원에서 아동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지만, 대부분 중장기적인 계획인데다 재원 마련, 부처간 업무조정 측면에서 해결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어린이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법무부 등으로 분산돼있고 상당수 복지 관련 업무권한이 지방정부에 위임되고 있다. 지난해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에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신설됐지만, 정책조정권을 뒷받침하는 예산권 등 실질적 권한은 부족한 상태다. 또 지방정부의 자치역량 차이에 따른 지역간 복지의 불균형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예산면에서도 우리나라의 어린이 한명당 복지비 지출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그래프 참조). 정익중 덕성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동복지 예산이 전체 정부 예산의 0.08%, 보건복지부 예산의 1.2%에 불과할 정도로 정부의 개입은 여전히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예산 확보와 부처간 업무조정기능 강화 등을 통해 정부 대책의 실천력을 높이려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 사회적 관심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주도로 각계각층이 참여해 ‘어린이 우선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면 특수목적세나 부담금 신설 등 재원 마련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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