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팜뱅크 의약품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팜뱅크 의약품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6-07-06 17:12]    
복지국가 건설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70~80년대 성장일변도의 국가 시책에 묻혀 그야말로 ‘시혜’에 머물렀던 복지를 삶의 질 향상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문민정부 이후 14년이 흘렀다. 외환위기속에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기치로 전국민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 복지행정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고,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국정목표로 정해 종합적인 ‘사회안전망’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가 세 번 바뀌는 동안 복지예산 규모는 늘어났고 복지의 개념도 ‘주는 복지’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복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재정은 여전히 모자라고 비효율적인 행정은 복지대상자의 자활자립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양극화 해소의 주체. 중앙정부가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실천에 따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구현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직접 대면하고 있는 지자체의 관심과 행정력이 뒷받침될 때 복지의 수준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그 어느 지자체보다 발빠르게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고 있는 경기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17회에 걸쳐 특별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2005년 한 해 동안 외국인 노동자와 지진·해일로 고생중인 타국에 무료로 약품을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약품을 지원받는 사람들이 감사하는 눈동자를 보일 때 약품들이 얼마나 귀한 곳에 쓰이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낍니다.”(팜뱅크 수탁자, 샘안양병원 외국인 무료진료소)

“이번 달에도 늘 그랬듯이 보내주신 귀한 사랑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잘 받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리도 좋아하고 기다리던 영양제도 주셨고, 마침 필요했던 빈혈약도 잘 쓰고 있습니다.”(팜뱅크 수탁자, 안양해관보육원)

“의약품을 지원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최상의 의약품을 제공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수탁자가 이를 수령하고 값지게 사용해 주시는 것입니다. 의약품을 수령하신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저희를 더욱 감동시키곤 합니다.”(팜뱅크 기탁자, 한화그룹 (주)드림파마)


의약품 기부자와 수탁자가 만나는 인터넷 공간, 팜뱅크

경기도내 저소득계층, 노인, 외국인 노동자, 노숙인 등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의약품 나눔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 통로는 바로 경기도 팜뱅크(http://pharmbank.gg.go.kr)다.

팜뱅크란 인터넷 상에서 약국 및 제약회사가 잉여의약품을 기탁하고 사회복지시설 촉탁의사 또는 국내외 의료봉사단 등이 소요의약품을 신청하면 의약품을 연결, 배송해주는 의약품 공급 정보망이다.

경기도는 의약분업 이후 제약회사, 약국 등에서 재고의약품이 증가되고 있지만 적기에 활용되고 있지 못하는 반면,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자원봉사단 등은 의약품 구입이 더욱 어려워진 현실에 착안, 인터넷 상에서 의약품 기탁자와 수요자를 바로 연결시키는 팜뱅크를 2004년 말 발족시켰다.

이로써 폐기절차를 밟아왔던 재고의약품과 반품의약품은 새로운 쓰임새를 찾게 됐다는 평가다. 약국과 제약회사들은 그동안 유효기간이 남아있어도 소비자까지 전달되는 소요시간을 감안해 양질의 의약품을 폐기해왔고, 반품된 의약품 역시 재포장의 어려움 등으로 소각절차를 밟아왔던 것이 사실. 현재 팜팽크에 기탁되는 약들을 유통기한이 6개월에서 1년 이상 남아 안전하다.

빈혈약, 소화제 등 매달 300~500여만 원어치의 약품을 팜뱅크에 기탁하고 있는 제약회사 (주)드림파마(경기도 화성시)는 “매달 반품량을 체크해 깨끗하고 사용이 가능한 약들을 선별해 기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림파마는 “팜뱅크를 통해 복지시설이나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약값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팜뱅크를 통한 의약품 기부활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밝혔다.

“팜뱅크는 주는사람 받는사람 모두에게 좋은 프로그램”

▲ 경기도내 보건소는 팜뱅크를 통해 기탁된 의약품을 수탁자 별로 분류한다. ⓒ 경기도  
수탁자들의 기쁨도 크다. 매달 팜뱅크를 이용해 어린이를 위한 영양제, 거즈밴드, 감기약, 소화제, 지사제 등을 지원 받는다는 경기도 안양의 ‘해관보육원’. 이곳의 김금희 간호사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약을 팜뱅크에서 발견해 신청하고 그 약들이 배송될 때 너무나 기쁘다”고 했다.

120명의 원생이 함께 지내는 보육원에서 가장 필요한 약은 영양제. 그러나 팜뱅크의 지원이 있기 전에는 약을 사서 먹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 간호사는 “팜뱅크에 가장 많이 신청하는 것이 영양제”라며 “예전에는 꼭 필요한 1-2명에게만 약국에서 영양제를 구입해 먹였는데, 지난달에는 60여명의 초등학생들에게 모두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의 ‘샘안양병원’내 외국인 무료진료소 역시 팜뱅크의 도움을 받고 있다. 매주 첫째, 셋째 주 일요일에 내과, 외과, 한방과, 치과에서 열리는 무료진료에는 평균 1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린다. 환자의 숫자만큼 약도 많이 필요하다. 약품 수요량 중 팜뱅크가 지원하는 양은 약 1/3 정도다. 금액으로 치면 약 200만원에 해당한다.

이들 약품은 제3세계로 떠나는 의료선교활동에도 쓰인다. ‘샘안양병원’에서 아프가니스탄, 인도, 티베트 등지로 떠나는 의료활동에 팜뱅크가 제공하는 연고제, 비타민제, 소화제, 구충제 등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병원의 차하나 복지사는 “약은 어디든지 꼭 쓰인다. 그러나 약품의 유효기간은 정해져 있다. 2년이 지나면 못쓰게 되는데 팜뱅크를 통해 약품이 버려지지 않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면서 더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다”며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에게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6년 6월 현재, 총 9억 7000여만 원 상당 의약품 배분

2006년 6월 현재 41개소의 제약회사와 약국이 팜뱅크에 일반의약품 또는 전문의약품을 기탁하고 있으며, 182개소의 사회복지시설, 의료자원봉사단이 의약품을 수탁하고 있다.

현재까지 팜뱅크를 통한 의약품의 총 지원량은 9만 4000여갑. 시가로 계산하면 9억 7000여만 원에 이른다. 국내 사회복지시설 등에 보내 진 것이 15회에 걸쳐 총 6만 2000여갑(5억 8000여만 원 상당), 해외의료봉사단에 보내진 량이 5회에 걸쳐 3만 2000여갑(3억 9000여만 원 상당)이다.

2004년 12월 최초로 의약품이 배분될 당시 13개소만 참여해 398갑(500여만 원 상당)이 분배된 것에 비한다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일년 반 동안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팜뱅크가 가진 공익적 효과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팜뱅크 홈페이지에는 기탁자들은 “팜뱅크를 통해 모두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더욱 많은 업체가 참여해 의약품 혜택을 주자”는 의견들을 밝히고 있고, 수탁자 역시 “팜뱅크는 ‘약품은행’이 아니라 ‘사랑은행’”이라며 확대실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의약품 나눔사업-팜뱅크는 양극화 시대에 급증하고 있는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보건복지 정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팜뱅크가 의료자원봉사활동의 활성화 그리고 나눔문화의 정착 기여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 제약회사에서 팜뱅크로 보낼 의약품을 분류 정리하고 있다. ⓒ 경기도 

신재우 (withwit@dailyseop.com)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