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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많은 의료급여제’ 확 고친다

‘탈많은 의료급여제’ 확 고친다
[조선일보 2006-10-11 03:11]    
 
매일 50여장 처방전… 1년간 파스 6000장 받아내…
柳복지 “재정부담 급증… 오남용 방지 추진”

[조선일보 김신영기자]

#1. 정신지체 3급 장애자인 A(21)씨는 매일 20곳이 넘는 병원을 돈다. 이들 병원서 50여장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서 약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하루에 A씨가 처방 받는 약은 먹는 알약 260정, 주사제 7병, 파스 21장 등이다. A씨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정부에서 제공하는 무료 의료보험인 의료급여 수급자이기 때문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날마다 ‘의료 쇼핑’을 다닐 수 있었다. 지난해 그가 쓴 의료급여에서 타간 진료비는 3560만원에 달한다.


 

#2. 의료급여 수급자 B(65)씨는 지난해 하루 평균 병원 세 곳을 돌아다니며 파스 처방전을 대량으로 받았다. 이렇게 받은 파스는 드물게 본인이 쓰기도 했지만 대부분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팔았다. B씨가 지난해 받아낸 파스는 무려 6104장이다.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의료급여를 이처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의료 급여를 대폭 손질키로 했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및 사회복지시설 수용자, 국가유공자, 북한이탈주민 등과 함께 생활이 어려운 집안의 어린이들과 만성 질환자 등 모두 167만명이다. 이들이 쓰는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22만9000원으로 건강보험 대상자(52만3000원)보다 3.6배나 많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의료급여 대상자들에게 지금처럼 무료가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처럼 본인 부담금제를 도입하고, 의료급여 대상자들이 다닐 수 있는 병원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의료급여 대상자가 대부분 저소득층인데다 노인도 많아 반발이 예상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10일 발표한 ‘의료급여 제도혁신 국민보고서’에서 “의료급여 수급자가 의료급여 재정에 충당해주는 중산층 국민보다 훨씬 많은 의료서비스를 돈 한 푼도 내지 않고 쓰는데 이것이 정말 정의로운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의료급여 예산은 매년 20% 안팎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만 해도 복지부 전체 예산(10조4000억원)의 36%에 달하는 약 3조5000억원을 쓸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부 예산 중 2001년 의료급여 비중은 28% 선이었으나 2003년 27%, 2005년 33%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유 장관은 의료급여 예산이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 저소득층의 의료기관 이용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허술한 시스템,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제도 부재, 병원·의원·약국 관리 미흡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의료연대 관계자는 “의료급여 대상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5%를 차지해 이들의 진료비 증가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의료급여 대상자의 도덕적 해이로 잘못을 돌리지 말고 정부의 관리 부족에서 책임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워드-의료급여제

▶의료급여제 : 의료비를 낼 수 없는 이들에게 국가가 의료비를 제공하는 제도로 1977년 제한적으로 도입된 후 점진적으로 확대돼 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사회복지시설 보호 대상자 등 진료비를 전액 면제 받는 1종 수급자와 약간의 진료비를 내는 차상위계층 만성질환자 등 2종 수급자로 나눠진다. 지난해 말 전체 수급자는 176만명이었다.

(김신영기자 [ s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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