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전임자! 노조의 사활이 걸렸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복수노조, 전임자 View Comments
죽을래? 살래?
대전충북 금속활동가모임 '맞불'에 기고한 글입니다.
97년 개정된 노동조합및노사관계조정법이 10년을 넘어 망령처럼 떠돈다.
세 번을 유예 하더니 ‘이번에는 반드시 한다, 아니다 또 유예다’ 하며 갈피를 못잡고 있다. 문제는 우리 활동가들조차 뭐가 뭔지, 어떻게 할지 분간을 못하고 있다는 거다.
문제의 핵심은 복수노조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어용성에 반대하며 떨어져 나와 시작한 조직이다. 출범부터 불법단체의 딱지를 붙은 이유가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반했기 때문이다. 단위사업장 역시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노동조합 설립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바로 행정관청에 노동조합이 설립신고 되어 있느냐 였다. 2000년인가? 월드텔레콤에 노조를 결성할때 근처 4개 회사에 노동조합이 설립 되었다. 민주노조? 아니다. 그 회사의 반장과 친인척 4-5명으로 서류상 만든 유령노조였다. 이런 경우 해당 사업장은 복수노조 금지조항으로 실질적인 노조를 결성해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원천적으로 제약을 받았다. 유령노조가 설립되어 있는 곳에서의 민주노조운동은 화약을 지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설립 시도하다가 중도포기하거나, 정면돌파를 시도하다가 산화해갔다. 삼성재벌이 아직까지 유령노조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민주노조운동진영에서는 “복수노조 금지조항 철폐”가 제일의 과제였다. 전임자 임금지급금지는 말도 안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법으로 아애 거론이 필요치 않은 철폐의 과제일 뿐이었다.
복수노조? 긁어 부스럼?
그런데 10여년이 흐른 지금 소위 민주노조운동진영은 어떤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우리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면? 「회사놈들이 틀림없이 소수이지만 어용노조를 만들어 조직을 흔들 가능성이 농후 하고 그렇게 될 경우 투쟁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 에구 긇어 부스럼이다」 전임자 문제는? 이건 아니다. 「전임자는 노조의 심장이다. 노조라는 신체에 피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솔직한 답변일 거다.
지금도 수많은 사업장, 특히나 삼성그룹은 수많은 사업장에서 틈새를 노리고 민주노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비수를 드리대는 꼴이다. 어느덧 우리 민주노조운동도 기득권세력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반성해야 한다.
자본의 선택은 유예?
자본과 정권은 어떤가? 두 놈들은 똑같은 입장이다. 아니 자본이 원하면 정권이 처리해 준다. 자본. 대한민국 제조업 선두주자. 삼성, 현대, 구LG. 복수노조에 복잡한 셈이 존재했다. 삼성은 결사반대, 현대는 찬성, LG는 뜨뜨미지근. 그런데 현대가 돌아섰다. 현대차에 그리도 원하던 온건합리(웃기는 단어다)주의를 표방하는 노조가 들어섰다. 오히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강성노조가 설립될 판이다. 결론은 반대' 구LG그룹들의 경우도 민주노총이던 한국노총이던 현재 편차는 있지만 자신들의 착취구조를 원천적으로 끊을 위험은 없으므로 반대의 입장은 명확하다. 전임자 임금은? 사실 자본에 있어 전임자 임금은 안주면 물론 좋겠지만 줘도 큰 무리가 없다. 이미 수십년을 이어온 관행인데 당장 지급하지 않는다고 엄청난 이윤이 창출되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 이들의 선택은 “유예”다.
정권의 선택은 강행!
그런데 정권차원에서 임태희란 순수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입각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며 강행태세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계의 현실이 워낙 힘이 빠질때로 빠진 상태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들이댄다. ‘복수노조 허용 - 다수대표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 타임오프제’
자본이 다 반대하는 복수노조를 허용해 준다? 물론 형식상만이다. 다수대표제? 노동조합들끼리 논의해서 교섭단을 꾸리던, 아니면 과반수를 차지하는 노조에게만 단체교섭권을 주겠다는 거다. 단체교섭권이 없는 중소노조는 당연히 교섭도 못해봤으니 결렬선언도 못해보고, 당연히 단체행동권도 없는 식물노조가 될 것이 뻔하다. 결국 형식적으로는 복수노조를 허용해 주지만 내용적으로는 현재의 금지조항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기업단위의 다수대표제를 허용하니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산별교섭은 자연히 무력화가 될 수 밖에 없다.
타임오프제? 전임자는 없애고 노조활동을 위한 시간을 유급으로 명문화 하겠단다. 단체협약을 한번 보라. 노조 대의원대회, 상집회의, 확간회의, 간부 활동시간, 산안 활동시간 등등 이미 명문화 되어 있다. 결국 이것도 말장난 일뿐이다.
이해득실
현 정권의 목표는 명확하다. 노동계의 투쟁력이 최하인 지금, 일사분란하게 이 모든 것을 통과시켜 노동조합을, 민주노총을 완벽하게 무력화 시켜 내겠다는 거다. 최대의 걸림돌 치워버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거다.
자본은 이런 식의 복수노조라면 당연히 받아들인다. 손해나는 것 하나 없고 오히려 노노 갈등을 유발시켜 노조 약화를 가져올 수 있으니 완전 환영이다. 전임자 임금? 돈이야 새발에 피라서 별로 신경 안쓰지만 노조활동이 무력화되니 이것 또한 완전 대박이다.
노동자에게는? 생각해 보자. 우리 노동조합에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없다. 무엇으로 싸울 건가? 전임자 없는 노조활동이 가능한가? 완벽한 노조 무력화 정책이다.
다시 머리띠를 조여매자!
그럼에도 핵심은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꽤뚫어 본 것처럼 우리 활동가들조차 현 상황을 너무나 안일하게, 또는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거다. 노사발전재단을 구성해 전임자 임금문제를 거의 해결하게 된 한국노총 조차도 삭발을 하고 난리다. 이제 정신 차려야 한다.
지금처럼 조용히 ‘민주노총 차원의 대응이 영 시원찮아’ 하며 위기감 없이 남탓이나 하고 살면 현장의 미래는 없다. 한번 밀리면 죽을 때까지 밀리는게 노사간의 전쟁이다. 말뿐인 복수노조 되고, 전임자 없어지고, 조금 있다 단협해지 당하고...
선택권은 우리한테 있다. 싸울 건지? 죽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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