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힌 군자산에서 눈이 호강했다.
오늘 올 겨울 들어 제일 춥단다. 어제는 제법 눈도 왔고 최고의 겨울 산행이 되겠다. 오늘 코스는 장성봉에서 막장봉을 거쳐 상황을 봐가며 백두대간 한줄기를 타기로 하고 출발한다.
쌍곡계곡으로 들어가는 길. 환상적이다. 푸르른 송림계곡 사이로 눈앞에 군자산이 설산으로 맞이한다. 정말 알프스의 한자락 같다. 감탄을 하며 눈길로 뒤덮힌 제수리재에 도착한다. 달랑 차가 한 대 있다. 오늘도 사람구경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하며 등산화를 신는데, 그 차에서 국립공원 직원이 내리며 이야기한다. 12월 12일가지 등반금지라고, 올라가면 50만원 끊고 올라가라고... 제길.... 어쩐다. 포기를 하고 아까 환상적이었던 군자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君子山. 군자처럼 느긋한 산이 아니다. 처음부터 깔딱으로 기어 올라간다. 어제 눈 내린 후 아무도 오르지 않은 그 산을 오른다. 한고비를 넘으면 숨한번 쉴 틈을 주곤 다시 깔딱으로 오른다. 어... 이거.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위험 천만한 바위를 타고 있다. 길잡이 형님이 바로 오른쪽 아래에 길이 있는 것 같은데 발목까지 덮이는 눈으로 인해 길을 잘못 잡았다. 위태위태 하다. 두 번을 그렇게 우회로를 두고 직벽 가까운 바위능선을 탔다. 으그... 뒤에 오는 사람들 우리 발자국 보고 따라 오다가 욕 꽤나 하겠다.
오르는 길. 역시 눈 비가 온 다음날이 조망이 정말 좋다. 오늘도 눈이 호강한다. 2년 전 왔을때는 비구름으로 아무것도 못봤는데 오늘은 다 보여준다. 기가 막힌다. 좌측부터 월악산 영봉이, 저 멀리 소백산까지 훤히 보인다. 보배산, 칠보산자락에, 그 뒤로 희양산, 장성봉으로 이어져, 대야산으로, 조항산과 청화산, 그 뒤로 시루봉에, 이어서 저 멀리 속리산 천왕봉에서 묘봉까지 이어지는... 충북과 경북의 경계를 잇는 백두대간 줄기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새로 산 열 한발 짜리 아이젠을 차고 정상으로 오른다. 눈꽃이 만발한 정상에서 오랜만에 느끼는 눈꽃산행에 포만감을 느끼며 막걸리 한잔을 들이킨다. 의외의 소득이다. 바로 앞 대간 능선으로는 눈이 별로 오지 않은 것 같다. 대박이다.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데 지나간다. 어... 여성분들이 같이 온 것 같은데 안보인다. 이런 우리가 길을 잘못 잡아 중간에 포기하신 것 같다.
서산대사님의 시가 다시 떠오른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덥힌 들판를 밟아 갈때에도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반듯시 둿 사람의 이정표가 될것이니라
네시간 남짓 길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참 많을 것을 보여준 산행이었다. 도마골로 하산해서는 솔밭 주차장까지 3km 되는 아스팔트 길을 70이 넘으신 산을 좋아하신다는 두 노부부 덕에 차를 얻어타고 오는 행운까지 겹쳤다. 요즘 눈과 마음이 참 호강한다.
군자산 오르는 길 첫 깔딱을 마치자 멋진 소나무가 반겨준다.
이쁜 기암괴석이 지켜보고 있다.
왼쪽 끝부분이 월악산 영봉, 그 옆으로 소백산 자락, 마패봉, 조령자락이다.
눈 덮힌 군자산
눈꽃과 눈부신 태양이 반겨준다.
눈과 얼음이 덮힌 칼바위가 눈부시다..
가운데 뒷쪽으로 희양산, 그앞으로 칠보산이 자리하고 있다.
길잡이 형님. 이분때문에 오늘 뒤에 온 3-40여명이 고생깨나 했을 거다.
대야산 능선, 조항산, 청화산, 그 뒤로 속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 덮힌 능선실에서 한 컷.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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