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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9] 순천에서 사천 곤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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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화) 순천에서 광양읍까지  (14.3km)
순천시 크다. 시내 지도가 없어 거리 표지판만따라 가다보니 우씨 헤멘다. 1시간여를 넘게 돌아다녔는데 불과 출발지에서 1km도 못 왔다. 순천시내를 빠져나오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순천시내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고 있다. 며칠전 수학여행 도중 택시기사를 버스기사로 임시 배차해 수학여행 참사가 발생했었는데 바로 이곳 순천였다. 걱정이다. 돈벌이에 눈이 먼 업자들이 못할 짓을 하고 있다. 만약 그 버스에 자신의 아이들이 탄다면 그 자격도 없는 택시기사를 배차시켰을까? 그런데 아니들의 손에 쥐어진 가방은 배낭이 아닌 외국 여행에나 들고 다니는 여행용가방이다. 세월 참 많이 변했다.


순천시내를 빠져나오자 마자 바로 광양이다. 한려대학 근처에 들어서니 우와 이 동네는 모텔 동네같다. 휘황찬란한 모텔들이 가득하다.
쨍쨍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일단 배낭과 오버트로져를 차려 입고 가본다. 읍내라서 인도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간혹 떨어지던 빗방울이 거세진다. 일단 그냥 가본다. 10여분간 거세게 내리더니 주춤한다. 햇볕이 난다. 얼른 가자. 광양시청까지 목표로 가기로 한다. 읍내를 벗어날 즈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일단 버스정류장으로 퇴각한다. 10여분만에 다시 비가 그친다. 이놈의 날씨. 해가 쨍쨍이다. 못살겠다.

 

다시 가자. 그런데 문제다. 비를 맞는 것은 좋지만 이미 내린 비로 큰차만 지나가면 흙탕물을 뒤집어 써야 한다. 이러고 계속가야 하나? 정말 최악이다. 사곡면이란다. 다시 비가 내린다. 포기다. 하루종일 이럴 것 같다. 더 이상 간다는 건 무리다. 광양읍으로 후퇴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잘못 탔는지 광양시를 거쳐 포스코 제철공장을 한바퀴 돈다. 엄청 크다. 하기야 광양시가 이 포스코 제철공장 건설로 생긴 신도시란다. 그러다 보니 광양시청 근처는 유흥가로 휩싸여있다. 광양읍 사람들은 그래서 광양시청이 있는 이곳을 동광양이라 부른다.

아. 광양시에 백운산이 있단다. 백운산. 이곳 역시 태백산맥의 중요한 역할을 한 배경이다. 빨치산의 영역였다.

 


5월 14일 광양 사곡에서 하동읍까지 (34.1km)

어제 너무 많이 허비했다. 부지런히 가야한다. 아침 드라마도 못보고 일찍 길을 나선다. 청주로 가지전에 진주까지 가야 한다. 열심히 걷는다. 동광양, 하동 교차로는 남해고속도로까지 어우러져 참 위험하다. 다행히 옥곡으로 빠지니 한산하다. 좋다. 남해는 서해와 달리 산들이 급격히 솟아오른 것 같다. 서해안은 산이 거의 없고 있어도 야산에 불과한데 남해안은 해안선으로부터 벌떡 솟아오른 모양이다. 서해는 섬의 거의 없는 반면 남해는 섬들이 참 이쁘다. 다도해 답다. 그런데 산이 많다는 건... 걷기에 힘이든다는 말이다. 그리고 마을이 없어 쉴 정류장이 없다는 말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끊임없다. 물론 기분은 최고다. 삭막한 4차선 햇볕쨍쨍한 국도가 아니라 더욱 좋다. 나무그늘에 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은 걷기에 최고다. 그냥 길바닥에 죽치고 쉬어도 좋다.

 

이젠 왜가리와 학은 구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학과 백로는? 잘 모르겠다. 누구는 학이 백로라는데... 맞나? 하여간 이놈들 논에서 열심히 먹이를 잡아먹는다. 도보여행을 하면 좋은 것이 그런거다. 온갖 이름모를 새를 보게되고 듣게 된다. 울음소리가 참 이쁜 놈부터 소름끼치는 놈 까지 천차만별이다. 오늘은 학, 뻐꾸기, 까마귀등 온갖 놈들을 다보더니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매를 봤다. 근데 정말 빠르다. 잠깐 사이 저멀리 사라진다.

 

또다시 산길이다. 정상에 오르니 아! 섬진강과 강에 둘어싸인 하동읍이 보인다. 뿐만아니다. 저멀이 지리산이 보인다. 민족의 영산. 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찬다. 그런데... 50만원의 가슴쓰림이 먼저 다가온다. 윽

섬진강을 건넜는데 세상에 말투가 180도 달라진다. 기가 막히다. 하동읍 온통 재첩국 식당이다. 그런데 오늘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최대한 진주와의 거리를 줄여야 한다. 읍내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엄청난 하우스 단지다. 10여채 조촐한 하동산 마을이란다. 정자에서 할아버님이 부르신다. “쉬었다 가지” 그말 한마디에 달려간다. 배낭을 풀어놓으니 양말까지 벗고 올라오란다. “저 하우스 안에 뭐가 자라나요?” 말문이 트인 할아버지. 수박밭이란다. 5-60동은 되는 것 같은데... 10여채가 되는 마을에 10분만 살고 계시단다. 젊은이들은 하나도 없단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명박 욕이다. 있는 놈들만 위하는 못된 대통령이라고, 각료가 몽땅 부자들이니 우리같은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알거냐고... 그러면서 노무현은 다행이란다. 서울에 있었으면 욕만 쳐 먹을텐데 시골내려와 환영받고 있다고. 한거라고는 쥐뿔도 없으면서... 라는 토를 단다.

 

하남마을을 지나는데.... 눈 앞에 나랑 똑같이 배낭을 맨 친구가 보인다. 이 동네 학생인가? 이 친구 쭛빗 쭛빗 내 눈치를 본다. 옆을 지나가니 “저 배낭여행 중이세요?” 이 친구 역시 배낭 여행이란다. 그런데 한수 더뜬다. 무전여행이란다. 여기 저기 걷다가 시간되서 마을을 만나면 이장님을 찾아 마을회관에서 자고, 절이나 교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다닌단다. 23의 광주친군데 군 제대한지 3주가 되었단다. 2주째 여행중이라니 제대하고 일주일 쉬고 이짓을 하고 있단다. 에구... 이 친구 역시 너무 외롭단다. 오늘은 함께 보내자. 횡천면에서 접고 하동읍으로 나와 밥먹고 쉰다. 참 오랜만에 수다도 떨고 김치도 먹었다. 전남에서의 2주내내 묵은지만 먹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첨 한두번은 별미로 먹었는데 나중에는 정말 먹기 힘들었다. 이제 새 김치를 먹었다. 좋다.

 

 

5월 15일 하동 횡천에서 사천시 곤명면까지... (19.9km)

어제 참 많이 걸었다. 그런데도 진주시까지는 무리다. 일단 가는데 까지 가보고 중간에 탈출하자. 역시 혼자 가는 길보다 둘이 가는 길은 참 재밌다. 온통 산길이다. 둘다 참 말 많다. 그런데 주제는... 역시 남자는 군대 이야기다. 요즘 병장월급이 9만8천원이란다. 에구 난 1만 2천원였는데 부터... 시시콜콜한 군대이야기로 금방간다.

 

300m의 고지에서 바라보는 길들은 참 이쁘다. 고개 정상에서 모든 것 털고 푹 쉬는 나는 더 이쁘다. ^^
곤명면에 들어서니 4차선 국도로 벌어진다. 시간은 2시가 넘어서고... 어떻게 할까? 청주로 넘어가야 하는데... 2시 40분에 진주로 가는 차가 있단다. 일단 좀더 가서 다음 정류장에서 타자. 4차선을 올라타서 간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이길이 아닌 것 같다. 새로난 길인 것 같다. 아래로 2차선 지방도가 보이는데 그길이 옛 2번 국도인 것 같다. 그럼 농어촌 버스는 그길로 마을을 돌아 돌아 간다. 어떻게 하지? 느낌에 맞추자. 이쯤에서 헤어지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다시 곤명면으로 후퇴한다. 발걸음을 빨리 한다. 잘못하면 차를 놓치고 그러면 한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다행이다. 버스시간을 맞췄다.

3시 진주터미널에 도착하니 청주가는 차가 4시 10분. 한시간을 기다리려고 다방으로 갔다. 쥬스를 먹고 있는데 검정 승복을 입은 비구니가 들어온다. 그런데 이 비구스님 말 참 많고 호탕하다. 한달반동안을 전국을 누비고 왔다고 한다. 다방아줌마 이 스님이 신수를 잘본다고 한번 보란다. 그랬더니 그 스님 “저렇게 배낭매고 다니는 사람들은 신수가 워낙 좋아 그런거 않봐도 된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 찻값은 자기가 내신단다. 꼭 한번 찾아오란다. 지리산 쌍계사 아래 한 사찰에 계신단다. 담에 꼭 한번 들르자.
다시 청주다.

 

 아름다운 길을 가고있는 광주 청년

 

 섬진강을 건너면 경상도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다.

 용감한 아주머니. 경운기는 농촌의 만능 머신이다.

 대나무와 구름에 둘어쌓인 아름다운 마을

 하동산 마을의 어마어마한 하우스 단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는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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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6 09:09 2008/05/16 09:09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동경 2009/02/07 20:48

    구경 잘하고 갑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바로 위 사진은 두루미가 아니라 중대백로인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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