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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천원에 잘린 한라레미콘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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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에 레미콘 회사가 하나 있다. 20여 년 전부터 지입제를 도입한 레미콘 회사의 기사들은 모두 사장님들이다. 회사차를 자율, 반 강제로 구입해서 레미콘을 운반한다. 매년 초 이들은 레미콘 회사와 운송도급계약을 맺는다. 사장님들이라면 갑과 을의 계약관계에서 배짱 튕겨가면서 운송단가를 높이고 자신의 운전시간도 줄여가며 이윤을 늘이며 살아가야 한다. 최소한 갑과 을이 동등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운송도급계약을 맺는 자리. 계약 장소에 레미콘 회사는 자신들 본사 계열사 제품인 정수기와 에어컨 계약서를 같이 가져다 논다. 도급계약을 맺고 레미콘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열사의 정수기와 에어컨을 구매해야 한다. 그 잘난 계열사 직원 할인도 없다. 그냥 시장가로 사야 한다. 더러워서 계약을 포기하면?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 용차라고 해서 소위 프리랜서로 여기 저기 자신의 차로 영업을 하기도 하지만 일거리가 꾸준히 있는 회사와는 다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정수기와 에어컨을 사고 도급계약을 맺는다.

  

지난 6년 동안 이들은 이런 불공정 계약을 맺어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5년 물가를 기준으로 소비자 물가는 16%로 상승했다. 차량 연료는 27% 상승했다. 그런데 이들의 운송료는 단 한 푼 오르지 않았다. 오르는 물가와 기름 값으로 인해 운송료 인상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레미콘 회사는 ‘내년에는, 내년에는’ 하며 미뤄왔다. 올해는 기필코 단돈 몇 푼이라도 올려보자고 간청을 했다. 밀리고 밀려 한탕에 1000원 인상을 요구했다. 하루 평균 다섯 탕을 뛴단다. 하루 오천 원, 한 달 십만 원이다. 기사가 삼십 명이니 한 달 삼백만원, 일 년이면 삼천 육백만원이다. 그랬더니 도급계약이 만료되었다며 모두 짐 싸서 집으로 가라고 한단다. 단돈 천원으로 인해 집단 계약해지를 당했다. 아니 해고를 당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20여년이 넘게 이놈의 레미콘회사를 위해 일했다. 별보고 출근해서 별보고 퇴근했다. 집에 가면 눈이며 콧속이며 온통 시멘트 가루다. 돈 몇 푼 아끼려 건강검진 한번 못해서 그렇지 아마 폐는 시멘트 가루로 돌이 되었을 거란다. 이런 이들로 인해 레미콘 회사는 승승장구 호황을 누렸다. 그들이 단돈 천원에 잘렸다.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었으니 계약기간이 끝났을 뿐이다. 상식적으로는? 정말 악질 자본이다. 최소한의 인륜조차 저버린 악질자본이다.

 

굴지의 대재벌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시멘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계약 해지로 인해 30여명의 레미콘기사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아니 그들이 책임지고 있는 가족들의 생계조차 벼랑으로 내몰렸다.

 

특수고용노동자! 말이 개인사업자지 계약된 노동자와 다름이 없다. 원청의 눈 밖에 벗어나면 임금도, 일자리도 보장 받지 못하는……. 그럼에도 노동법에 보장된 8시간근로, 5일근무제, 연월차 휴가, 해고 제한 등 어떤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 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고, 해고를 당해도 실업수당도 받지 못한다. 

 

그들의 분노가 이제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 폭발성은 어느 누구도 짐작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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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4 16:35 2011/04/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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