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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일

1.

 

이사가 나에게 참으로 많은 관찰의 시간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몸이 아픈 시간 동안 내가 내 집에 있는 짐들을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해야 할 마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불편함이 여전히 있으나 이 집을 떠나게 될 때에는 많은 것을 비우게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2.

 

이사를 하면서 내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는 같이 하는 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둘째, 상대방의 기억을 존중하되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셋째, 지나친 기대에 내가 실망하지 않도록 늘 모든 일을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 상대가 어떤 일에 쉬이 관성화되거나 습관화될 일에 대해서는 채근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다섯째, 내가 모범이 되도록 일하되 그 어떤 보상을 바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3.

 

지난 2주 동안 모든 정리의 시간이 끝났고,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과정만 남았다. 결혼은 희극과 비극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회적인 이유도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그 무엇보다 내가 결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러한 사회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유에 능가할 정도의 반대할 용기도,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에서도 결혼이라는 선택에 대해 내가 저항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인간이 최소한 방어할 수 있는 개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복지이며, 인간이 사랑을 뇌가 감당하는 정도의 화학작용이 아닌 책임감을 통한 자기수련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나는 저항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4.

 

내일은 이사. 회사 복귀도 얼마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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