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참터 권두언 몇 개_3

참신나는 소식을 열면서

 

여리박빙(如履薄氷)

 

 

여리박빙(如履薄氷).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써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이 위태롭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말로 이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미 권두언에서 여러 차례, 현 경제사회적 환경의 절망을 표현한지라 새삼스럽게 얘기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의 발밑을 한 번쯤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들어 연예인 자살, 묻지마 살인 사건 등 머리 속을 하얗게 질리게 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현실이 우리를 괴롭히게 되었을까요. 연예인 자살 사건과 최근 묻지마 살인 사건은 동전의 이면과 같습니다. 두 가지 사건 모두,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저항했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요. 더구나 단순히 이러한 일들이 악성 댓글 때문이나 개인의 사회에 대한 분노심 때문에 발생한 일들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을 쉬며, 추락하는 주가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환율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뛰는 물가에 시장보러가는 일도 조심스러운 마당에 공과금 고지서는 우편함에 꽂혀있고,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멀리서 찾아든 초겨울 삭풍에 보일러만 원망하고 있습니다. 내 일자리 또한 낙엽처럼 가지 끝을 겨우 부여잡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는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어죽이며 끝내 스스로도 목숨을 끊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러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 어려운 경제난에 분노심만 터트릴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분노는 사회적 에너지가 아니라 사회적․정신적 공해일 뿐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진옥 박사께서 특별기고문을 보내셨는데, 최근 인기 탤런트였던 최진실씨의 죽음에 대해 짧지만 깊은 생각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공방 보다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할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 달 7일에는 ‘참 신나는 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꿈꿔왔던 공동의 작업장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는 징검다리로써 참터 회원과 수다공방의 교육생 및 졸업생들에게 참 신나는 일터가 자그마한 희망과 열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 다 같이 큰 박수를 보냅시다.

수다공방의 패션쇼가 근 한 달에 남짓 남았습니다. 패션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수다공방의 관계자분들과 교육생 여러분들에게 큰 소리로 외쳐봅니다. “화이팅!”



참신나는 소식을 열면서

 

호시우행

 

 

어김없는 새해입니다.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새해는 찾아오겠지요. 그러나 올해는 새해 정초부터 어두운 사건들이 우리를 쓸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6명의 인명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사실 용산참사는 경찰에 의해 자행된 살인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만행’에 가깝습니다. 테러진압에 투입되는 경찰특공대를 시민들의 진압에 투입하게 한 것은 환각상태가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겨울철, 철거는 인권의 차원에서 당연히 보류해야할 일입니다. 이것은 상식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합의된 것이기도 합니다. UN 사회권규약위원회에서는 퇴거를 당하는 사람들이 원치 않을 경우 겨울철과 같은 악천후에는 퇴거를 수행해선 안된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인권을 지키는커녕 인권의 ‘인(人)’자를 무시하고 저네들의 ‘법’만 우선시킴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올 한해부터 이런 우울한 사건이 한해를 뒤덮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움이 급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이 정부를 탓할 것만이 아니라 더욱더 호랑이와 같은 눈으로 이 사태와 이 정부를 직시해야 합니다. 이미 퇴행되고 있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양손에 촛불을 들고 느린 소의 걸음으로 멈춘 걸음을 다시 걸어가야 합니다.

이번 소식지에서는 용산참사의 유가족 중 이현선씨가 추모제에서 발언한 내용의 전문을 실었습니다. 함께 고통을 같이 하면서 추모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새해를 시작한터라 이번 소식지 편집팀은 수다공방과 동대문에 대한 고민을 지면에 담아냈습니다. 다소 길더라고 봉제시장의 현실과 전망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수다공방에서 기술교육 강사를 맡고 계시는 한상민 강사님께서 귀한 기고문을 보내주셨습니다. 현장에서 보내온 서신인지라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특히 ‘내가 내 일을 부끄러워하면 봉제기술은 영원히 부끄러운 직업일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말씀이 메아리가 되어 귓전을 때립니다.

얼마 전 2009 수다공방 교육에 대한 교육설명회와 교육생 선발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앞으로 교육생들의 힘찬 도약을 기대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